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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있는 집에 강아지가 들어왔다.

봄이다 봄_01

by 포에버선샤인





강아지가 들어왔다. 우리 집에는 이미 두 마리의 고양이가 자기가 집주인으로 생각하고 살고 있다. 친구가 로마여행을 가게 되어 일주일간 강아지를 봐주기로 했다. 친구네 집 강아지는 5살이 되어가는 비숑인 '루이'다. 루이는 기본이 웃상인 붙임성 좋은 강아지다. 전에 한 번 봤는데 짖지 않아서 '합격'이라며 내가 봐주겠다고 했다. 떠나기 전에 상견례도 할 겸 집에 루이를 데리고 왔다. 생각과 달리 우리 집 고양이들이 쭈글이가 되었다. 루이는 반갑다며 꼬리를 흔들고 달려드는데 고양이 둘이 깜짝 놀라며 도망가기 바쁘다.


루이와 냥이들2.jpeg 두 고양이가 한마음인 듯하다"넌 누구냐?"하고 지켜보고 있다.



루이가 우리 집에 있기로 한 기간은 일주일이다 일주일이 끝나는 날에 그들은 얼마나 가까워져 있을까? 루이의 마음에 들어가 보지는 않았으나 아마도 고양이들이 자기보다 좀 작아서 만만하게 보았거나 친구로 보았거나 뭐 그런 것 같다. 고양이들이 도망가면 루이가 멍멍 짖으며 같이 달려가서 집안이 난리가 난다. 그래서 일단은 루이가 오고 나서 고양이들은 2층으로 격리해서 보내고 강아지는 1층에서 살게 되었다. 강아지 루이는 오매불망 고양이가 있는 2층을 바라보며 애타는 눈길을 보낸다.


그들도 서로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했다. 첫날에는 고양이들이 숨어서 꼼짝도 안 하고 루이는 아래층에서 짖었다. 둘째 날이 되니 루이도 알았다. '짖으면 안 되는구나~' 하고 짖지 않고, 고양이가 나타나도 막 달려들지도 않는다. 조금 거리를 두고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고 있다.


고양이들도 숨어있던 침대 밑에서 나와서 2층계단에서 아래층을 슬쩍슬쩍 바라본다. 삼일째가 되어 고양이들을 안고 나와서 루이에게 좀 가까이 가 보았다. 고양이들은 심장이 벌렁벌렁하고 얼음이 되었지만 조금씩 냄새도 맡아보고 한다. 루이는 거리를 두고 보고 있지만 오히려 고양이를 가까이 다가가게 해 주면 움찔 놀라면서 뒷걸음친다.


넷째 날이 되니 루이는 이제 고양이들을 보고 짖지 않는다. 여전히 꼬리는 살랑살랑 흔든다. 고양이들도 심장이 빨리 두근거리거나 하악질을 좀 덜 하지만 여전히 가까이 가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루이의 얼굴은 뭐랄까... 혼자 있는 집에 친구가 생겼다고 좋아했는데 막상 친구가 자기를 좋아하지 않아 실망하면서도 여전히 친구가 되고 싶은 그런 마음인 듯하다.


고양이들은 이 낯선 아이가 아직도 좀 두렵다. 자기들을 해치지는 않을 것 같아 좀 덜 두렵지만 딱히 친하게 지내고 싶지도 않다. 밥을 두고 경쟁하는 사이도 아니다. 같이 놀고 싶은 마음도 없다. 엄밀히 말하면 루이의 짝사랑이다. 옆에서 보고 있으면 역시 사랑을 많이 주는 쪽이 약자다.


루이도 이제 이 두 냥이에게 거의 적응해가고 있다. 이제는 같이 거실에 두어도 서로 으르렁 거리지 않는다. 서로의 공간을 유지하며 근처에 있다. 역시 냥이는 다가가지 않는다. 루이가 가까이 갔다가 혼자 놀다가 또 가까이 가 보았다가 한다. 서로 냄새도 킁킁 맡는다. 친해졌다기보다는 익숙해져 가고 있다는 표현이 맞지 싶다. 익숙해지다 보면 친해질 수 있는 걸까? 편하게 익숙해지는 사이가 있고 불편하게 익숙해지는 사이가 있다. 익숙하다고 친해지는 것은 아니다.


다섯째 날이 되니 이젠 고양이가 루이의 옆을 지나쳐 가기도 한다. 그러나 역시 바로 옆에 있지는 않다. 고양이들끼리는 서로 등 딱 붙이고 잘 누워있다. 역시 5일은 고양이와 강아지가 만나 그렇게 살을 맞대기에는 아직 짧은 시간이다. 그저 옆을 지나갈 때 서로에게 적대적이지 않은 것, 그리고 저 친구가 싫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서 하지 않는 것 정도로 발전했다.


루이가왔다.jpeg



여섯째 날이 되니 이젠 간식을 같이 먹어도 자연스럽다. 간식 그릇을 가까이 두고 같이 간식을 주었다. 처음에는 강아지가 간식을 먹으면 고양이들이 안 왔다. 제일 좋아하는 간식을 주어도 강아지가 있으면 안 왔었다. 그러더니 이제는 간식을 먹으러 온다. 그리고 그릇을 서로 가까이 두어도 간식을 먹는다. 이젠 가까이에서 간식을 먹을 정도로 친해졌다.



루이와냥이들.jpeg



모르는 사람들이 서로 다가갈 때의 과정을 고양이와 강아지가 보여주고 있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서로에게 적응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사람에게도 외향인과 내향인이 있는 것처럼 동물에게도 외향형과 내향형이 있다. 흔히들 고양이는 내향성, 강아지는 외향성이라고 생각한다. 고양이안에서도 개냥이가 있고 강아지도 고양이 같은 강아지도 있다.


우리 집 고양이중 갈색인 오스카는 호기심 많은 개냥이, 회색인 코튼은 그냥 전형적인 고양이다. 루이는 사람 좋아하고 호기심 많은 강아지다. 호기심이 많은 둘은 서로 마주 보고 조금씩 궁금해하기도 한다. 코튼은 강아지에 별로 관심이 없다. 그런데 신기한 건 크게 관심이 없어하는 코튼과 호기심 많은 루이가 서로 더 친해졌다. 호기심 많은 오스카와 루이가 서로 친해질 줄 알았는데 아니다. 오스카는 호기심은 많지만 여전히 다가가는 걸 무서워한다.


인간관계에서도 서로 다른 사람끼리 끌리는 것이 여기에도 통하는 걸까? 무던한 고양이 코튼과 호기심 강아지 루이가 나란히 슬슬 걸어가는 모습을 보면 코튼은 그냥 자기 하던 대로 하고 루이가 코튼에게 맞춰주고 있는 것 같다. 냥이와 멍이도 서로 자기뜻대로만 하면 결국은 같이 갈 수 없음을 보여준다. 서로 맞춰주어야 같이 갈 수 있다.


일주일 만에 루이는 자기의 집으로 돌아가고 코튼과 오스카는 다시 평화를 찾았다. 루이가 가고 나니 오스카는 이제 집안에서 큰소리로 '냐옹~' 거리고 다닌다. 마치 "이제 다시 내 집이야"하는 듯하다. 그 모습이 너무도 사람 같아 온 가족이 다 같이 웃었다.



#고양이와강아지 #봄이다봄 #서로알아가는사이 #친해지는데는 #시간이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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