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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는 사람 따로 있고 먹는 사람 따로 있냐?

봄이다 봄_03

by 포에버선샤인

우리 고양이들을 보다 보면 재미있는 일들이 많다. 두 마리 고양이 중에 꼭 한 마리가 유독 살갑게 굴면 이건 '간식을 달라~'는 신호다. 그래도 모른 척하면 각자의 필살기를 펼친다. 갈색 고양이인 오스카는 옆에서 야옹 노래를 한다. 들어줄 때까지 계~속 야옹한다. 그래서 간식을 얻을 때도 있지만 그 부작용으로 혼나는 경우도 있다. 회색 고양이인 코튼은 책상 위로 올라와서 내 앞에 누워버린다. 마치 '나에게 간식을 주지 않으면 너는 아무 일도 하지 못할 것이야~' 하는 것 같다.


책상위로 올라온 코튼. 이제 곧 노트북 앞에 누울꺼다



이렇게 둘이 번갈아 공격하면, '그래 내가 졌다~' 하는 마음으로 간식을 준다. 그런데, 한 번에 둘이 같이 나서는 경우는 없다. 꼭 둘 중에 더 간식을 먹고 싶은 고양이가 먼저 설레발을 치기 시작한다. 다른 냥이는 멀직이서 지켜보다가 내가 움직이면 그때 번개같이 자기 밥그릇 앞에 자리를 잡는다.


울 냥이들이 좋아하는 간식.


먹성이 좋은 코튼이 항상 더 간식을 달라고 한다. 내가 간식을 준비하면 그 소리를 듣고 구석에서 자고 있던 오스카가 눈을 꿈뻑이며 자기 밥그릇 앞으로 달려온다. 그럴 때면 먹이 구해오는 놈은 따로 있고 그걸 먹는 놈은 또 따로 있나 싶다. 오스카에게 '너는 덤으로 먹는 것이지 않니'라고 말하곤 한다. 냥이들 세상과 인간 세상은 많은 부분이 비슷하다.


봄이 되어 날씨가 따뜻해져서 지인들과 바비큐 피크닉을 갔다. 꽃도 피고 사람도 와글와글하고 고기 굽는 구수한 냄새도 나고 분위기가 좋았다. 처음에는 바비큐 불판 앞에서 여럿이 서서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그러나 뜨거운 불 앞에 오래 서 있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하나둘씩 자리에 앉아 고기 먹고 맥주도 마시면서 떠들기 시작했다. 그러면 고기는 누가 굽나?


처음에 안 굽고 있던 사람이 "알아서" 번갈아 가면서 구워야 하는 게 이상적이다. 그런데 실상은 처음에 안 굽던 사람은 끝까지 안 굽는다. 그리고 처음부터 굽던 사람은 끝까지 굽고 있다. 내내 뜨거운 불 앞에 서서 연기를 마시느라 힘든데도 굽는 사람만 굽는다. 그 사람들 중 하나가 내 남편이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왜 이렇게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아니어도 누군가 하겠지' 하는 마음 때문일까? 그러다가 아무도 안 구우면 결국은 누가 굽게 될까? 남편에게 물어보았다. 왜 그리 혼자서 계속 열심히 굽고 있었느냐고... 그러니 대답한다. "하나 둘 씩 먹기 시작하더니 불판으로 안 돌아오니 어쩔 수 있나. 계속 구울 수밖에"라고 한다. 그러면서도 고기 달라고 빈 접시는 계속 온단다.


이런 일은 바비큐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회사에서도 그렇다. 항상 더 일 하는 사람과 덜 일하는 사람, 그리고 눈치 보면서 조금 일하고 자기가 다 한 것처럼 떠벌리는 사람이 있다. 여기서 일은 제일 많이 하고 별 말을 안 하는 사람이 있다. 좋게 말하면 봉사하는 사람이고 안좋게 말하면 손해보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에게 가장 일이 많이 돌아온다. 그래서 점점 더 '자기가 맡은 부분만' 일하고 번개같이 사라지려고 하는가 보다. 손해보지 않으려고...


모든 단체는 누군가의 희생과 봉사로 화목하게 굴러간다. 고양이들도 둘 중 하나가 간식을 얻어 오면 둘 다 맛있게 먹는다. 바비큐도 누군가 더운데도 연기를 마시며 구우니 다른 사람도 계속 고기를 맛있게 먹는다. 가정도 엄마의 희생과 봉사로 화목하게 운영된다. 가정의 달 5월에 '나는 다른 사람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을 한번 해보는 것도 서로를 이해하는데 좋을 것 같다.


가끔 누군가가 급발진으로 성질을 낸다면 혹시 그 사람이 '고기를 굽기만 한 사람'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자. 그 사람의 업무를 바꾸어 주고 덜어주려는 노력을 한적은 있을까도 생각해 보자. 지난번 바비큐에서 뜨거운 불 앞에서 연기를 뒤집어 쓴 남편은 다음에는 바비큐에 가도 고기를 굽지 않을것 같다.


오늘도 오스카와 코튼은 나에게 간식을 얻으려고 서로 회의를 하고 있다, "이번에는 네가 가~" 그러면 "왜 나만 가라고 그래~" 그러면서 서로 순번을 정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난 안 배고파. 네가 간식 가져 오든 말든 난 몰라" 하다가 막상 간식 받아오면 슬그머니 자리를 잡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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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베큐피크닉 #고양이간식 과 #회사생활 사이의 #오묘한동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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