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봄_04
요양보호사 교육을 받고 왔다.
친구들의 부모님들이 연로해지기 시작하면서도 알게 모르게 요양보호사에 대해 들어서 알게 된 지식이 많다. 치매나 중풍 등을 앓고 계신 부모님들이 어떻게 요양보호사 등급을 받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었다. 한국은 장애등급에 따라 무료로 요양보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이 정해진다. 무료라고 하지만 전 국민 의료보험의 장기요양 보험에서 나가는 비용이므로 세금의 성격이 있다. 장애가 없이 요양보호 서비스를 받고 싶으면 비용을 지불하면 된다.
미국에서는 요양보호사를 PCA(Personal Care Aids)라고 한다. 미국에도 요양보호사를 이용할 수 있는 등급이 있다. 그러나 미국의 요양보호 서비스는 장애등급뿐 아니라 소득기준도 있다. 기본적으로 저소득 노인에게는 나라에서 요양보호 서비스가 제공된다. 즉 세금으로 요양보호사를 지원해 주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재산이 많거나 세금을 많이 내는 노인은 전액 자기돈으로 요양보호사를 고용해야 한다.
오늘 수업에서는 여러 가지를 배웠다. 수업의 요점은 이것이다. 잘 먹이고 잘 씻기고 잘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러 사례를 들어 간병의 경우를 설명해 주었다. 간병용어도 배우고, 간병을 받는 사람들의 상태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공부하다 보니 간병을 하는 사람뿐 아니라 간병을 받는 사람도 교육을 받아야 할 것 같았다. 간병인은 집안일 도우미가 아닌데 착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양측이 간병이라는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맞아야 서로 힘들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정도 움직임이 가능한 사람과 거동이 불편한 사람, 치매나 중풍이 있는 사람 모두 각각의 요구와 필요한 처치가 다르므로 요양보호사나 환자나 같이 그 업무를 알아야 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 '의심병'과 '섭섭 병'이 생긴다는 말에 웃음과 공감이 같이 왔다. '의심병'과 '섭섭병'이라는 말에 웃으면서도 주변에서 많이 일어나는 일이라 웃을 수만은 없었다. 누가 집에 왔다 가면 꼭 뭐가 없어진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의심병의 대표적인 경우다. 나중에 보면 자기가 어디에 두었는지 까먹고 남 탓을 하는 경우가 많다.
나이가 드니 수입도 줄고 친구관계도 줄어들고 모든 게 쪼그라들면서 섭섭병이 생긴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는데 따라가지 못하니 또 섭섭병이 생긴다. 알게 모르게 주눅이 들면서 섭섭병이 짜증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다 말해 주었는데 까먹고 자기에게만 안 알려준다고 섭섭해하는 경우도 보았다.
간병인과 간병을 받는 사람사이에는 정서적인 친밀감이 있어야 한다. 간병인은 단지 그 간병받는 사람의 신체적인 어려움뿐 아니라 그 섭섭한 마음까지도 헤아려 주어야 하는구나 싶었다. 알면 알수록 아이를 돌보는 과정과 비슷하다. 아이들이 어디가 아픈지 불편한지 마음은 어떤지 이 상태에는 무엇을 해주어야 한는지 살피는 것과 비슷하다.
그래도 움직일수 있는 분이면 괜찮다. 정말 거동이 불편하신 분은 더 깊이 생활에 관여해야 한다. 먹여주고 씻겨주고 대소변까지 받는일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애기를 낳고 나서 내 자식일때도 하루종일 옆에서 먹이고 씻기고 기저귀갈고 재우는 일이 쉽지 않다. 오죽하면 육아우울증이 오겠나 말이다. 그러니 치매가족이나 거동이 불편한 분을 간병하는 일은 간병인의 신체적인 건강뿐 아니라 정신적인 건강까지도 잘 관리해야 한다.
2025 트렌드 코리아에서 '돌봄 노동' 파트에서 어린이와 노인에 대한 돌봄 노동에 대한 전망을 읽었다. 그런 비즈니스적인 현황과 전망 말고 실제로 돌봄 노동에 한발짝 더 다가간 느낌은... '요양간호사로부터 간병을 받는 상황까지는 안 갔으면 좋겠다'였다.
지금부터라도 건강하게 먹고 운동하고 잘 씻고 내 몸을 소중히 여겨야겠다. 건강검진도 꼬박꼬박 해서 우리 엄마 말처럼 '죽을 때까지 자기 손으로 화장실 볼일을 보는' 존엄한 노후생활을 즐기고 싶어졌다. 요양보호사가 궁금해서 배우러 갔는데 그 효과는 남을 돌보기 전에 나부터 잘 돌보자는 방향으로 돌아왔다. 나부터 마음이 편안하고 건강해야 남도 잘 돌 볼 수 있다.
선생님이 내내 강조했던 말이 떠오른다. 다른 사람을 간병하려면 무엇보다도 간병받는 사람에 대한 측은지심과 배려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몸이 아파 마음대로 잘 못 움직이고 짜증 내는 사람들에게 넓은 마음과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고 했다. 몸이 가기 전에 먼저 마음이 가야 하는 일이 간병 즉 돌봄 노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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