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봄_05
요즘 SNS에 '멍청한 AI를 버리고 똑똑한 AI를 만들어라'는 문구가 많다. 프롬프트를 잘 설정해서 나에게 더 잘 맞는 대답을 가져오는 AI로 셋업 하라는 말이다. 궁금해져서 자세히 봤다. 그들이 말하는 똑똑한 AI 만드는 법은 다음과 같다.
챗GPT에게 나를 자세히 알려준다. 나는 어떤 사람이고 뭐 하고 있으며 어떤 것을 좋아하고 무엇을 하고 싶고 등등이다. 이 정도로 AI에게 나를 알려주려면 일단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고찰이 먼저 들어가야 할 것 같다. 나에 대한 정보를 소상히 다 넣어주고 나서, 챗GPT에게 '네가 나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할래?'를 대답해 내라고 한다.
흥미로웠다. 나도 따라 해 보려고 여러 번 읽어보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 이건... 나처럼 생각하는, 아니 나보다 더 낫게 자료를 만들어 내도록 AI를 트레이닝 시키는 거다. 일단 AI에게 '나'에 대해 알려주는 과정에서 벌써 나의 많은 개인정보가 흘러간다.
그리고 AI가 내놓은 대답에 대해 '좋아요'와 '더 수정이 필요해요'라고 하는 동안에 AI는 나를 학습한다. 결국 AI는 내가 준 정보로 나를 학습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나인척‘ 하게 된다. 더 나아가 ‘나보다 더 고수인 척‘ 대답을 내놓을 때 나는 AI의 대답에 흡족해하게 된다.
이렇게 잘 훈련하고 셋업 해서 똘똘한 AI를 만들어서 AI에게 일을 시키면 나는 어떻게 될까? 일하는 시간이 줄어서 더 여유 있는 삶을 살게 될까? 예전에 비해 점점 많은 일을 가전제품과 인터넷이 그리고 이제는 AI가 해주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아니 인간은 이상하게도 계속 시간이 없고 바쁘다. 전에는 하루 종일 해야 할 일을 이제는 몇 시간 만에 다 끝낼 수 있는데도 여전히 하루는 바쁘다.
이렇게 훈련된 AI에게 일을 시키기 시작하면 나의 두뇌는 점점 생각할 일이 없어진다. 이렇게 생각을 멈추고 도태되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 AI가 하는 말에 질질 끌려가게 될지도 모른다. AI 가 알려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게 될 수도 있다
이러다가 스페인에서 일어난 것 같은 대규모 정전이라도 나는 날엔 AI가 알려주지 않아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영화 '터미네이터'의 배경인 AI가 지배하는 사회가 가능할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요즘은 어르신들도 모든 것을 쳇 GPT에게 물어보신단다. 검색을 지나 말동무도 되고 상담도 한다. 점점 뗄래야 뗄수 없는 관계가 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 나처럼 의심 많은 사람은 쳇 gpt에게 물어보고 나서도 구글로 검색을 다시 해 본다. 그러나 일단 먼저 쳇 gpt 에게 물어보는 것으로 이미 검색의 패턴이 바뀌고 있음을 나도 실감한다.
AI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다양한 시각보다 AI가 알려주는 것만 믿고 의존하게 될 수도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구글로 검색할 때에는 일단 연관된 글의 제목이 뜨니까 내가 대략 보고 궁금한 것들을 읽어보면서 이런저런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AI는 다 정리해서 알려준다. 물론 편하다. 그러나 AI가 정리해 준 것 이외의 시각은 접할 수가 없게 된다.
모든 분야에서 AI를 잘 활용하자는 시대적인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나의 주체성만은 잃지 말았으면 한다. AI에게 나를 학습시켜 나 대신 일을 시키고 나면 나는 무얼 할 것인가? AI의 노예가 되지 말고 AI 위에서 일을 시키려면 '나'를 다 내주지는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왜, 무엇을 위해, 나는 이 일을 하고 싶은지는 내가 알고 있어야 한다.
그것까지 AI에게 물어본다면? AI는 다른 사람들의 케이스도 학습한 결과를 나에게 알려줄 것이다. 그러다 보면 나와 다른 사람들의 경계가 그러데이션으로 섞여 들어 결국은 모두 비슷한 AI의 대답을 받고 그 대답대로 믿고 행동하게 되는 것 아닐까?
65세에 다가가는 아는 분이 AI에 눈을 뜬 뒤로 모든 것을 AI에게 물어보고 AI에게 상담도 하고 AI가 하라는 대로 하는 것을 보고 좀 놀란 나머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AI에게 말벗뿐 아니라 결정권까지 넘겨준다면 우리는 어느 순간 껍데기로 살게 되는 게 아닌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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