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다 여름_01
친구의 딸아이가 며칠 우리 집에서 묵게 되었다. 친구의 딸은 고등학생으로 미국에서 기숙학교에 다니고 있다. 학기가 끝나 여름방학이 시작되었고, 섬머캠프를 가기 전후로 잠시 우리 집에 머물게 되었다. 가끔 친구로부터 미국에서 혼자 공부하고 있는 딸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린데 장하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친구에게서 전화가 와서 이런 부탁을 하길래 '내가 도울 수 있다면 도와야지' 하는 마음으로 우리 집에 오라고 했다. 친구의 딸이 와서 며칠 머무르는 동안에 '사람이 온다는 것은 하나의 세계가 온다는 것이다'라는 어느 책에서 읽은 글귀가 떠올랐다. 그 책 제목이 무엇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 글귀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나 보다. 일기장에 적어놓고 여러 번을 되뇌었었다. 그리고 이렇게 새로운 사람이 오니 마치 전구에 불이 켜지듯이 그 글귀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나에게 누군가가 와서 의미 있는 존재가 될 때 그 사람의 스토리도 같이 나에게 온다. 주변에 잘 듣지 못했던 미국 기숙학교의 세계를 그 아이를 통해 듣게 되었다. 그리고 요즘 고등학생들이 하는 서머캠프에 대해서도 듣게 되었다. 친구의 딸아이는 살갑게 말도 잘하는 아이여서 대화를 재밌게 이어갈 수 있었다.
사람을 알게 되어 그의 세계를 공유하게 된다는 것이 항상 즐거운 일도, 항상 흥미로운 일인 것도 아니다. 사람들은 남에게 생각보다 크게 관심이 없다. 사람의 관심사는 1차적으로 스스로를 향한다. 주변에서 춤추고 난리를 춰도 잠시 관심을 가질 뿐 곧 잊어버린다. 오죽하면 연예인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악플이 아니라 무플일까.
그렇기에 사람이 온다는 것은 나도 그 사람을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그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 사람을 알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다. 아니라면 사람이 와도 스쳐지나 보낸다. 나에게 하나의 세계를 가지고 다가와준 사람들을 생각해 보았다.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도 내 마음에 와닿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나와 인연이 있는 사람만이 그의 세계와 함께 나에게 다가온다.
친구의 딸은 방학을 맞아 며칠 머무르고 섬머캠프를 다녀와서 또 며칠 머무르고 떠났다. 그러나 그 아이가 남기고 간 세계는 여전히 꽃향기가 은은히 스며 나오는 플로랄 부케처럼 내 곁에 머무르고 있다. 방학 동안에도 건강히 잘 지내고 다시 에너지 충전해서 혼자 공부하러 떠나는 여정에 잘 오를 수 있기를 기도하게 된다. 그리고 또 기회가 닿는다면 다시 그 세계를 만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사람이온다는것은 #세계가온다는것이다 #새로운만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