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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에게 퇴근이란...

여름이다 여름_02

by 포에버선샤인

여름캠프 선생님을 하게 되었다. 6주 동안 아이들을 가르치게 되었다. 퇴근이란 출근이 있기에 의미가 있다. '이렇게 집에 가는 게 좋을 수가 있구나'를 깨달았다. 아니 '이렇게 직장을 벗어나는 게 좋구나'를 다시 느꼈다. 아침 9시까지 출근해서 4시까지 아이들과 시달리다 보면 집에 왔을 때 진정으로 아무것도 하기가 싫다. 하루 종일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에너지를 다 쓰고 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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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을 다니는 것은 '나의 시간을 돈으로 바꾸는 과정이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만이 아니었다. '나의 에너지'도 시간과 더불어 돈으로 바꾸는 과정이었다. 에너지 넘치는 5-6학년의 아이들 18명과 씨름하다 보면 기운이 쭉쭉 빠져나간다. 신기한 것은 힘든 것에 비해 체중은 변화가 없다. '힘들고 기운도 없으니 많이 먹어야 해'라고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며 꼼꼼히 챙겨 먹었더랬다.


그렇게 죽을 것처럼 힘든 첫 일주일이 지났다. 체중이 그대로가 아니라 심지어 조금 늘었다. 아이들과 씨름한 시간이 체육관에 가서 운동한 것만큼 힘든데 어째서 체중은 하나도 줄지 않고 도리어 조금 늘었냐 말이다. 곰곰 생각해 보았다. 퇴근 후에는 저녁도 하기 싫어서 축 늘어져 있다. 그러다 보니 전보다 더 저녁을 사 먹게 된다. 야채와 과일보다는 튀긴 음식과 고칼로리 음식이 떙긴다. 사 먹은 고칼로리 음식들이 체중 증가의 주범인가 하는 의심이 확신이 되어 가고 있다.


'집에서 일을 할 때'와 이렇게 '출근해서 일을 할 때'를 비교해 보았다. 일단 출근해서 하는 일(출근잡)은 출근하자마자 집에 가고 싶다. 집에서 하는 일(재택잡)은 이미 집에 있으므로 집에 가고 싶다가 아니라 빨리 끝내고 싶다. 출근 잡은 퇴근 하면 일단 일이 끝난다. 물론 집에 와서도 교제준비하고 아이들 숙제 검사하는 등의 일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일단 사람을 만나는 일은 끝난다. 그러나 재택 잡은 누구를 직접 만나는 것은 아니지만 일의 맺고 끝음이 명확하지 않다. 계속 일이 이어진다.


가장 큰 차이점은 '퇴근'이라는 개념이 들어오는 가다. 출근 잡은 직장이라는 장소를 떠날 때 퇴근이라는 개념이 들어온다. 그러나 재택 잡은 직장이 집이므로 퇴근은?... 없다. 출근 잡을 시작해보니, '퇴근'이 가장 반가운 단어가 되었다. '퇴근'이라는 단어는 돈을 벌기 위해 시달리는 수많은 스트레스로부터 나를 지켜주는 보호막 같다. 출근잡에서 밀려 나온 일을 마저 해결하는 해결사 같다.


'이렇게나 힘든데 어떻게 퇴근 후에 운동을 하냐?'라고 의문을 품었던 내가 이제는 운동을 한다. 퇴근 후에 나를 보살피는 활동을 시작했다. 일이 익숙해져서라기보다는 일을 버텨내기 위해서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아이들을 가르치며 빠져나가기만 하는 체력을 보충할 수가 없어서 운동을 한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힘들다고 먹은 에너지바가 고스란히 뱃살로 가버릴것 같아 운동을 한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사람 사이의 스트레스가 차곡차곡 쌓이며 나를 누를 것 같아 운동을 한다.


이렇게 생각해 보니 직장인에게 퇴근이란... 나를 돌보는 시간이다. 내일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충전기를 꽂은 배터리처럼 충전되는 시간이다.


#여름캠프선생님 #퇴근이란 #나를돌보는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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