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다 여름_03
공부를 할 때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밑줄을 치고, 열 번씩 써보고, 연습 문제를 풀어 보고, 한 페이지를 사진 찍듯이 외워 보고 등등이다. 그러나 단연 건데 최고의 공부 방법은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이해시키는 거다. 내가 알고 있는 내용을 모두 알게끔 해 주려면 내가 누구보다도 더 그 내용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세히 알려 줄 수 없고 모든 질문에 대처할 수 없다.
물론 공부 잘하는 사람이 잘 가르친다는 것은 아니다. 한 분야의 정통 한 박사라고 해서 잘 가르치는 사람이 아닌 것과 같다. 가르침이라는 것은 지식뿐 아니다. 아니라 가르치는 방법도 같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꼭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잘 가르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 내용을 확실히 알고 있어야 잘 전달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요즘 여름 한국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가르치는 중에 나도 배우게 된다. 나도 모르게 쓰고 있던 한국어 문법과, 대충 알고 있던 한국문화와, 아이들과의 인간관계가 그것이다. 정규교육과정의 '국어' 시간 이후로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국어 문법은, 가르치려고 공부하면서 새삼 알게 된다. 당연한 것으로 알고 있던 한국문화는, 미국에서 한국문화를 많이 접해보지 못한 아이들에게 알려주려니 더 자료조사를 많이 하게 된다. 인간관계는 어느 하나 일방통행이 없이 항상 상호 작용이다. 아이들의 수준과 이해 정도에 따라 내가 가르치고자 하는 내용과 깊이와 방법이 그때그때 수정되어야 한다.
이번 주에는 한국 명절에 대한 수업을 했다. 설날과 추석을 비교해 보았다. 미국에서 살고 있으면 한국 사람이라도 설날과 추석에 하는 전통적인 스타일을 많이 접하지 않게 된다. 그래서 설날에는 떡국을 먹고 추석에는 송편을 먹는 것은 알고 있으나, 그 이외의 것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설날에 하는 놀이로 윷놀이가 있고 추석에 하는 놀이로는 강강술래가 있다고 알려 주었다. 사실 요즘은 추석이라고 강강술래를 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가장 많이 하는 보편적인 놀이인 윷놀이를 학생들과 함께 해 보았다. 하는 방법을 설명해 주고 모둠으로 나누어 윷놀이를 시작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아이들이 '도, 개, 걸, 윷, 모'가 입에 있지 않아 어색해하면서도 윷을 던지며 아주 즐거워했다. 그 다음 시간이 점심시간이었는데, 그 좋아하는 점심시간을 미뤄가며 윷놀이를 마저 끝내겠다고 했다.
수업이란 꼭 책이나 교과서 문제집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꼭 필요한 것은 유치원에서 다 배웠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일상생활에서 많이 배운다. 하물며 언어는 특히 주변의 환경과 문화로부터 많이 배운다.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교재와 문제집으로 뿐 아니라 이렇게 게임과 노래와 활동을 통해서 가르쳐 줄 때 그 언어가 비로소 아이들에게 다가와 그들의 언어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생각해 보니 우리나라 영어 교육도 책과 문제집이 아니라 이런 다양한 활동과 그 활동에서 쓰이는 언어들을 익힐 때 좀 더 자연스럽게 영어 습득이 될 것 같다는 확신이 든다. 우리가 십 년을 영어공부를 하고도 듣고 말하기가 쉽지 않은 것은 너무 책과 문제집으로만 언어를 배우려 하기 때문이 아닐까?
아이들에게 추석과 설날을 가르치며 늘 '추석과 설날에는 이렇지'라고 생각해 오던 것을 정리해 보고, 아이들에게 쉽게 알려 주려고 이런저런 자료를 찾아보다가 알게 된 것들도 많다. 역시 '가르치는 것은 최고의 배움이다'는 진리다. 내가 무엇을 확실히 알고 있는지 자신이 없다면 주변 사람에게 가르쳐 보라. 확실히 알게 된다. 내가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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