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다 여름_04
사람을 싫어하게 되면 내 안의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사람을 좋아하게 되면 내면이 기쁨으로 차오르는 것과 반대 현상이다. 생산적이지 않은 일로 나를 소비하지 않으려는 지극히 이기적인 발상과 내 이웃을 사랑하라는 종교적 가르침의 비빔으로 주변 사람은 싫어하지 않으려고, 아니 사랑하려고 노력한다.
다년간의 경험으로 볼 때, 내가 체득한 싫은 사람 안 만드는 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싫어지기 시작할 때 거리를 두어야 한다. 여기서 더 가까워지면 정말 싫어진다. 둘째, 싫어지려는 사람이 보내는 무언의 바디 랭귀지를 살펴야 한다. 그 사람도 내가 싫어지고 있을 수 있다. 아니면 나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을 수도 있다, 셋째, 내 안을 한번 들여다보아야 한다. 저 사람의 어떤 포인트가 거슬리기 시작했는지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도 필요하다.
싫어지기 시작할 때 거리를 두는 방법은 일명 '자연스럽게 손절하기'다. 연락의 횟수를 줄이고 만나지 않는다. 자기가 필요할 때만 나를 찾는 사람이 이렇게 손절당하기 쉽다. 인간은 상호작용하는 존재다. 자기가 필요할 때만 나를 찾는다는 것은 상당히 얌체짓이다. 몇 번 이렇게 당하고 나면 연락을 피하게 된다. 이렇게 손절 안 당하려면 평상시에 주변 사람 관리를 잘해야 한다.
싫어지려는 사람의 바디 랭귀지를 살피려는 시도는 그나마 많이 싫어지기 전에 할 수 있는 일이다. 저 사람이 요즘에 왜 이렇게 꼴 보기 싫게 굴까를 생각해 본다. 내가 예민해진 걸까 아니면 저 사람에게 뭔가 변화가 있는 걸까를 알아보려면 그 사람의 바디랭귀지를 살펴보라. 내 경험담을 말하자면, 친구가 언제인가부터 생트집을 잡고 내내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처음엔 '기분 안 좋을 때도 있지...' 하다가 슬슬 싫어지려는 감정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 친구를 유심히 봤다. 그리고 느껴지는 게 있었다. 최근 상황이 안 좋아서 그 스트레스를 나에게 풀고 있던 거다. 나름 내가 편하다고 생각했었나 보다. 난 그 스트레스와 짜증을 다 받아 줄 정도의 아량과 친분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말이다. 그러나 그 친구의 바디 랭귀지에서 '내 말 좀 들어줘~ 나 요즘 이렇게 힘들어~'하는 것을 보았고 그동안의 세월을 생각해서 들어주었다. 그리고... 지금은 상황이 괜찮아졌다.
몇 년을 알고 지내던 친구가 오랜만에 다시 보자고 하는데 만나기 싫었다. 이런 뜬금없는 반응에 나 자신도 좀 당황스러웠다. '왜 그럴까...' 하고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그 친구에 대한 불편한 마음이 그동안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그동안은 일부러 무시하려 했고 잘 지내려고 했던 그 마음이, 이제는 더 이상 그 불편함을 용납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잘 지내던 두 친구가 어느 날부터 안 만나기 시작했다. 크게 싸웠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재들 왜 저런데?'하고 말았는데, 딱 내가 그리된 꼴이다. 내가 손절하게 된 그 친구는 항상 자기가 먹고 싶은 식당에 가야 했다. 내가 또는 다른 친구가 고른 식당에 가면 식당과 그 음식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그 불평이 듣기 싫어서 그 사람에게 식당 주도권을 넘기고 나니 언젠가부터 왜 난 맞춰주어야만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식당정하기 주도권... 유치한 거 같지만 먹는 것만큼 사람 마음 상하게 하는 것도 없다. 그 친구에게 '네가 매번 식당 정해서 맘 상했어!' 리고 말하기도 유치하다. 이런 마음을 말한다고 해서 상황이 바뀔 것 같지도 않다. 그래서 더 이상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 이후로 혹시 나도 다른 사람에게 내 취향을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피게 된다.
그런 나에게 최근에 싫어짐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사람이 생겼다. 어떤 일로 자주 만나 밥을 먹게 된 사람이다. 이 사람이 싫어지고 있는 이유는, 첫 번째는 자기의 자랑이다. 벌써 몇 번을 들었는지 모르겠다. 본인은 아는지 모르는지 모르겠다. 좋은 일도 한두 번이지 반복되는 자랑은 사람을 싫어지게 만드는 일등공신이다. 그 앞에서 그만하라고 말하기도 쉽지 않다. 얼마나 자랑스러우면 저럴까 싶기도 하고...
두 번째는 징징거린다. 같이 하기로 한 일이 힘들면 하지 말고, 하기로 했으면 그냥 열심히 하면 될 일이다. 못하겠다 또는 안 하겠다는 말은 없이 계속 '힘들다' '어렵다' '잠도 잘 못 잔다'며 징징거린다. 도대체 어쩌라는 건지... 듣고 있는 사람이 나서서 '내가 해줄게 걱정 마!' 이런 말을 듣고 싶은가 보다.
세 번째는 자기 포지션에서 해야 할 말을 안 한다. 일을 하다 보면 다른 사람에게 싫은 소리도 해야 하는 법이다. 자꾸 늦는 동료에게는 늦지 말라고 말하고, 기한을 넘기는 동료에게는 시간을 엄수하라고 말해야 한다. 그런데 남에게 항상 좋은 사람이고 싶은가 보다. 뒤에서 불평은 할지 언정 자기는 남 듣기 싫은 말은 안 하다. 그러니 보다 못한 다른 사람이 하게 되거나 끊임없이 그의 불평을 들어야 한다.
이제는 더 싫어지기 전에 같이 밥 먹을 일을 없애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공적인 일을 같이 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사적인 시간을 줄이면 그래도 악화되지는 않을 것 같다. 한동안 안 보면 감정도 흘러가서 그 사람의 좋은 점만 기억될 수 있다. 주변에 관계되는 사람을 싫어하지 않고 사는 일은, 주변인들과 거리 설정을 얼마나 잘해두는가에 달려 있다,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기... 쉬운 듯 하지만 쉽지 않은 밸런스 게임이다. 그러나 '그 걸 잘해야!' 좋은 관계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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