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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 선생님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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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에버선샤인

담임 선생님하면 어떤 선생님이 가장 먼저 떠오를까? 나는 고등학교 1학년때 담임 선생님이다. 노래를 잘 부르는 선생님이셨다. 그리고 초등학교 5학년때 담임 선생님도 떠오른다. 나를 예뻐해 주셨다. 담임은 가장 학생들과 가까이에서 지내는 선생님이다. 학생들은 담임 선생님을 '담탱이'라는 nickname으로 부르기도 한다. 그만큼 애증이 섞인 별명일 것이다.


이번에 한국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담임 선생님의 일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학생들의 학습진도를 이끌어 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들이 한국말을 익히고 한국 문화를 접하게 해 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이런 나의 생각은 큰 오산였다. 역시 밖에서 보는 것과 안에 들어가서 직접 경험하는 것에은 큰 차이가 있었다.


학생들에게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익히게 해주는 것은 선생님 역할의 반절 정도 되는 것 같다. 나머지 반절은 학교생활동안 학생들이 서로 잘 섞이는지 혹시 누가 소외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하고, 학생들이 다치지 않도록 지켜보고 부모님들과도 소통해야 하고, 학생들의 운동회 지도에 성적표와 수료증까지 다 관리해야 한다. 이번에 경험해 본 바에 따르면, 담임 선생님이란... 팔방미인이며 올라운더다. 즉, 그 반의 모든 일에 관여하고 모든 일을 다 잘 해내야 한다.


어떤 일을 하는 데에는 다양한 직군이 필요하다. 회사의 예를 들어 보자. ‘수익 창출’이라는 회사 본연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담당자가 있고, 그 위에 프로젝트를 끌고 가는 매니저가 있다. 고객들과 소통하는 Customer Service가 있고, 직원들이 안전을 책임지는 세이프티 부서가 있다. 이러한 여러 업무들이 모여 하나의 전체 회사가 유기적으로 굴러간다.


담임 선생님의 업무를 분석해 보자. 일단 교과를 가르친다는 담당교과의 역할을 한다. 선생님 하면 생각나는 본연의 역할이다. 선생님은 수업을 진행하여 정해진 진도를 나간다. 학생들 머릿속에 새로운 지식을 심어 넣어 준다. 사실, ‘선생님’ 하면 '가르치는 사람'으로 생각하게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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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치는 것이 일방통행으로 생각되기 쉽지만 사실은 액션과 리액션이 있는 쌍방통행 관계다. 가르치는 동안에 학생들의 상태를 파악하고 그에 맞게 여러 가지 방법으로 가르쳐야 한다. 지식과 감정과 이해도의 상호교류가 일어난다. 일방적으로 ‘나는 알려줄 테니 너는 받아들여라’가 아니다.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학습 방법을 달리하여 어떻게든 머릿속에 그 지식이 들어가도록 그리고 남아 있도록 해 줘야 한다.


학생들이 다치지 않도록 지켜보는 안전 관리자 역할도 한다. 실제로 에너지가 넘치는 초등학생들은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다가 넘어지고 부딪히고 떨어지고 사고가 난다. 학교 안에서 쉬는 시간에 또는 점심시간에 사고가 나게 되면 그 수습도 다 선생님 담당이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파악하고 학생을 양호실로 보내고 부모님께 연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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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아침 조회 때 안전을 강조해도 꼭 크고 작은 일들이 일어나게 마련이다. 얼마 전에는 우리 반에 덩치가 큰 학생이 덩치가 작은 학생을 업고 달리다가 둘 다 넘어졌다. 앞에 있던 학생은 넘어져서 이가 부러지고 뒤에 있던 학생은 갑자기 떨어져서 가슴 통증을 호소했다. 이 모든 것을 처리하는 것도 담임 선생님의 업무다. 갑자기 쉬는 시간에 이런 사고가 일어나서 담임인 나도 깜짝 놀라고 사고 수습에 바빴었다.


학부모님들과 소통하는 커뮤니케이터 역할도 한다.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어떤 학부모들은 유난히 선생님께 바라는 게 많다. '우리 아이 칭찬 좀 더 해주세요.'에서부터 '생일 케이크 가져가니 아이들과 케이크 나눠 먹고 사진 찍어 주세요.'까지, 부탁이라는 이름의 요구들이 들어온다. 참 쉽지 않다. 학교에서 자꾸 우는 학생도 부모님과 상담해야 하고, 늘 지각하는 아이도 상담해야 되나 고민이 된다. 학부모들과 소통하고 조율하는 것도 선생님의 역할이다.


선생님은 또한 그 반의 총괄 매니저다. 학기 말에 각 학생에 대한 평가서를 완성한다. 학습에 대한 평가 그리고 아이의 평상시 학교 생활에 대한 선생님의 리뷰를 다 합쳐서 성적표라는 것을 만든다. 성적표는 단순히 성적만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한 학기를 선생님이 매니저가 되어 지켜보고 있었다는 결과다. 전에는 별로 생각하지 못했던 성적표라는 것이 이러한 선생님의 수고에서 탄생하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담임 선생님은 학습을 책임지는 담당자의 역할, 아이들이 다치면 바로 조치해야 하는 안전 관리자 역할, 학부모와 소통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소통자 역할, 그리고 이 모든 역할을 총체적으로 아우르는 총괄매니저 역할까지 하게 된다. 그러니 담임 선생님이란 자리는 모든 것을 다 해내야 하는 팔방미인이며, 모든 것을 잘 해내야 하는 올라운더가 되어야만 하는 자리였다.


미국에서는 중학교에 가면 대학처럼 선생님이 담당수업만 하고 학생들은 교실을 돌아다니며 수업에 참여한다. 처음에는 '왜 중학교에 담임이 없냐!' 며 불편했었다. 지금에 보니 그 이유를 알겠다. 선생님들이 수업을 진행한다는 본연의 역할만 하는 것이 이런 방식이다. 선생님은 자기 교실에서 수업만 하고 아이들은 선생님의 교실을 찾아다니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교우관계 같은 수업과 수업사이의 학생들의 학교생활에 대해서는 아무도 담당하는 사람도 없고 알고 있는 사람도 없다. 담임 선생님이 없기 때문이다. 학생들끼리 싸우면 안전담당 직원이 오고 교장선생님에게 불려 간다. 학부모도 학생에 대해 상담하고 싶으면 카운슬러에게 상담을 요청한다. 그러나 카운슬러도 그 학생의 교과 담당 선생님에게 평가를 듣는 것뿐이지 학생의 교우관계는 자세히 알 수가 없다.


담임 선생님은 수업과 교우관계, 학교생활등 학생이 학교에 등교하면서부터 일어나는 모든 것에 관여하고 있다. 담임 선생님의 이러한 업무와 책임소재 때문에 미국에서는 중학교 이후에 담임제가 없는 듯하다. 초등학교는 생활교육이 일어나는 곳이므로 담임 선생님이 있다. 여러 사건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중학교 이후부터는 혹여 학교에서 사고라도 나게 되면 그것이 모두 담임 선생님의 책임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담임 선생님이 없이 학급교과 선생님들로만 진행하는 것 같다.


지금 이렇게 정리하면서 보니 나의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때 담임 선생님이 떠오른다. 그들 모두 대단한 사람들이었다. 특히 초등학교 때 나는 과밀학급으로 수업을 받았다. 중학교 때도 한 반에 80명이었다. 고등학교 때 이르러 학생수가 좀 줄어 60명이 되었다. 지금 18명의 학생들로도 항상 목이 아프고 수업 정리가 바쁜데 그 당시 선생님들은 어땠을까.


역지사지란 이럴 때 쓰는 말인가 보다. 담임 선생님이 되어 보니 나의 학창 시절을 지켜준 그 수많은 담임선생님들이 고맙다. 감사하다. 담임선생님들은 정말 대단한 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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