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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너리에 왜 가는데?

여름이다 여름_08

by 포에버선샤인

'와이너리의 왜 가는데?' 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어떻게 대답 할까? '와인 마시러 가지' 라는 대답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와이너리는 와인을 마시러 가는 게 아니다. 그럼 왜 가냐고?


집 근처에 두곳의 와이너리에 가 봤다. 그 중 한 곳은 추천 받은 곳이었다. 과연 가 볼만 했다. 산 등성이를 따라 포도밭이 짝 펼쳐져 있고 중간에 작은 호수가 있다. 게이트도 자그마치 3개나 있다.


게이트 원(Gate 1)에서는 와인 테이스팅룸과 간단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키친이 있다. 이 키친에서는 주로 피자와 빵 그리고 아이스크림 등 간단한 식사를 판다.

와인을 한잔 사서 그늘막이 펄럭이고 있는 밖으로 나가 보았다. 주말인지라 가수도 와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눈 앞으로는 초록색 포도밭이 펼쳐져 있고, 바람은 살랑살랑 불고, 가수의 노래 소리가 들린다. 여러 사람들이 친구들과 또는 가족들과 와서 와인을 한잔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우와~ 분위기 제대로다.

추천해주는 레드와인 세 종류를 시음해보고 Pinot Noir 를 선택했다. 와인 그 자체도 산뜻하고 괜찮았다. 입안의 세계보다 눈 앞의 세계가 더 멋진곳이다. 시각, 청객, 촉각의 종합체가 펼쳐지니 그만 미각으로의 집종도가 약해졌다. 분위기에 비해 와인의 맛이 임팩트있게 남지 않았다.


와인을 한잔씩 하고 기분이 저절로 좋아져 게이트 투(Gate 2)에도 가보기로 했다. 게이트 투에는 좀 더 제대로 된 식당이 있었다. 건물 옆으로 'Wedding Visitors Only' 라고 써있는 문이 있었다. 이런 곳에서 웨딩을 하는것도 멋진 아이디어같다.

이곳은 게이트 원에 있던 곳과는 또 다른 분위기다. 제대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주말 브런치 메뉴와 시그니쳐 메뉴가 있다. 내부도 와인 테이스팅 룸 이라기 보다는 좀 더 레스토랑에 가깝다. 밖으로 나와 있는 테라스에서 보이는 와이너리의 뷰도 환상적이다.


게이트 원과 게이트 투를 둘 다 가 보니 같은 와이너리 안에 서로 다른 분위기다. 하나는 캐주얼 하고, 다른 하나는 포멀하다. 사람들의 차림세도 조금 다르다.내친김에 게이트 쓰리(Gate 3)도 가 보았다. 이곳은 Appointment Only다. 사람이 거의 없어서 그냥 쑥 한 바퀴 보고 나왔다.


역시 사람들이 다 가보라는데는 이유가 있구나 생각하며, 그 근처에 다른 와이너리도 가 보았다. 사람들의 평에 의하면, 지금 본 와이너리는 뷰가 대박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와인이 맛있다는 와이너리로 갔다. 두 번째 와이너리는 조금 소박 했다. 오히려 외관이 소박해서 더 와인맛에 집중할 수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는 와인 샘플러를 주문했다. 샘플러에 나온 네 종류의 와인 중 맘에 드는 와인이 있었다. 그리고 스낵으로 같이 주문한 치즈도 맛있었다.

두 군데의 와이너리 중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은? 뷰나 맛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맛있는 와인은 와인샵 가서 사거나 와인 시험을 할 수 있는 곳을 가면 된다. 집에 서도 맛있는 와인을 친구들과 마실수 있다.


와이너리를 가는 이유은 그 그 포도밭에서 나온 스페셜 와인을 맛 보려는 의도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초록초록 시원한 뷰를 보면서 와인을 마시며 기분 전환하려는 의도가 더 크다. 피크닉 가는 느낌으로 가는거다.


주객이 전도 된다는 말이 있다. 와이너리의 주는 '와인'인데 오히려 객인 '분위기'가 더 마음에 들어왔다. 와이너리도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경험’을 주는곳이어야 한다. 이쯤되면 와이너리의 주는 와인이 아니라 분위기다.


레스토랑이나 카페 없이 맛있는 와인만 마실 수 있는데 갈래? 아니면 와인은 그냥 그냥 이어도 분위기가 좋은 곳을 갈래? 라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없이 분위기를 선택하겠다.


#와이너리 #와인테이스팅 #주객전도 #와인맛이냐 #분위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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