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랜도 디즈니월드는 4개의 놀이 공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매직킹덤, 애니멀킹덤, 디즈니 할리우드, 그리고 앱콧이다. 그중에서 디즈니월드의 1타는 매직킹덤이다. 디즈니월드의 랜드마크 같은 곳이다. 디즈니 월드 4곳의 놀이공원 중에서 하나만 가라고 하면, '당연히 매직킹덤이지!'라고 할 정도다. 그래서 이번에도 주저 없이 매직킹덤에 가기로 했다.
다른 테마파크도 간다면, 기호에 따라 선택이 달라진다. 아이들이 어리면 애니멀 킹덤이 만족도가 높을 것이다. 디즈니에는 동물이 나오는 애니메이션이 많아 친근한 캐릭터들이 많다. 동물들이 나오는 공연도 다양하다. 영화를 좋아하면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비슷한 분위기의 디즈니 할리우드도 좋다. 디즈니 할리우드에서는 스타워즈에 나오는 광선검 체험이 기억난다. 그리고 앱콧이 있다. 애니벌킹덤과 디즈니할리우드는 전에 가보았는데 EpCot(앱콧)은 이번에 처음이다. 이번 디즈니월드방문에서는 매직킹덤과 앱콧을 소개하려 한다.
지난 두 번의 매직킹덤 방문 시에는 그 근처 월마트에서 티켓을 구매했었다. 온라인으로 사는 것보다 디즈니월드 근처 월마트에서 사는 게 좀 더 저렴했었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로 변수가 생겼다. 하루에 테마파크에 들어갈 인원을 조정하기 시작했다. 현지에 가서 샀다가 혹시라도 인원조정으로 못 들어가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이번에는 미리 온라인으로 예매했다.
코로나가 풀렸는데도 티켓을 살 때 언제 갈 건지 날을 적어놓게 되어있었다. 예매티켓의 수량으로 매일 들어올 인원을 미리 가늠하려는 것 같다. 코로나 이후로 바뀐 것은 언제 들어갈 건지 날짜를 정하는 것만이 아니었다. 유니버셜의 익스프레스 티켓 같은 지니티켓이 있다. 익스프레스티켓은 가격이 정해져 있는데 이 지니 티켓의 가격은 매일 변한다.
이건 또 뭔가 싶다. 왜 티켓의 가격이 변할까? 이건 경매 같은 방식이다. 그날 들어온 사람 중에 지니티켓을 사려고 하는 사람이 많으면 그 가격이 올라간다. 전체적으로 매직킹덤에 들어간 사람이 많으면 사람들이 줄을 덜 서려고 지니티켓을 구매하게 되고, 지니티켓 구매가 많아지면 찾는 사람이 많으니 가격이 올라가는 시스템이다. 가격은 22불에서 35불 사이인데 우리가 간 날은 지니티켓이 매진이었다. 헉! 얼마나 많은 사람이 들어오기에 지니티켓이 매진인 거야?! 지금은 '성수기다!'라고 말하고 있다.
일단 주차장 입구에서 'Magic Kingdom'사인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한다. 뭔가 마법의 세계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비록 주차비 30불이 사악하지만 번쩍이는 금빛 사인을 보니 다시 기분이 좋아진다. 한때 주차비 30불에 분개했었다. 그랬더니 남편이 '그 정도는 쓰는 사람이 오라는 거다.'라고 말한다. '그래! 그까이꺼 주차비 30불 쓰자!' 했다.
매직킹덤 사인을 보고 들어가면 정말 광활한 주차장이 펼쳐져 있다. 주차장에서 매직킹덤으로 들어가는 방법은 두 가지가. 하나는 모노레일이고 다른 하나는 페리보트다. 전에는 페리보트만 있었다. 이번에는 모노레일을 타볼까 했더니 줄 서있는 사람이 너무 많다. 한 번에 탈 수 있는 인원이 적어 타려면 오래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이 모노레일은 디즈니 호텔을 다 둘러둘러 온다. 디즈니호텔에서부터 타고 온 사람이 있으니 여기 주차장에서 탈 수 있는 자리는 더 줄어드는 셈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또 페리보트를 탔다. 페리보트는 한 번에 200-300명을 실어 나르는 것 같다. 주차장에서 매직킹덤 사이에는 큰 호수가 있는데 그 호수를 페리보트를 타고 가로질러간다. 마치 배를 타고 미지의 세계를 향해 가는 것처럼 마음에 설렘이 가득하다.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디즈니월드의 차이점을 말하자면, 일단은 즐기는 연령대가 좀 다르다. 짜릿한 라이드와 유니버설 영화를 즐기는 청소년과 젊은이는 유니버설에 많고, 가족단위 관광객과 어린이가 있는 집은 디즈니월드를 더 선호한다. 우리는? 둘 다 간다^^ 그리고 디즈니가 유니버설보다 더 디즈니 티셔츠나 머리띠 같은 굿즈를 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 배를 타고 가는 사람들도 대부분이 디즈니 아이템을 장착했다. 기본 아이템은 미키마우스 머리띠다. 우리도 디즈니 머리띠와 패밀리 티셔츠를 맞춰 입고 갔다.
딸내미는 디즈니월드 앱을 딱 켜고 가지만, 여전히 놀이공원에 가면 입구에 있는 가이드 맵을 먼저 보게 된다. 일본 말로 된 지도는 있는데 한국말로 된 것은 없다... 음... 우리나라가 더 분발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한국사람들이 영어를 더 잘하기 때문인 걸까?
매직킹덤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Happily Ever After 레이저쇼와 불꽃놀이, Fantasy Parade는 가이드맵을 보고 시간을 체크해 놓고, 새로 생긴 Tron Lightcycle은 꼭 타기로 했다. 새로 생긴 라이드인 Tron은 그냥 가서 줄 서는 것이 아니다. 그럼 지니티켓 산사람만 타는 거냐고? 그것도 아니다. 이 Tron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 소개하겠다. 이건 뭐~ 돈이 있다고 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정말 NEW! 가 맞다.
지도를 보면 메인스트리트를 지나서 가고 싶은 곳으로 퍼져나간다. 메인스트리트에는 아이스크림가게, 베이커리, 간단한 스낵 파는 가게 뿐 아니라 기념품점이 엄청 크다. 디즈니 굿즈는 디즈니 스프링스에서 이미 많이 봤는데도 여기서 보니 또 눈이 돌아갔다. 그래서 딸내미 머리띠도 새것으로 하나 구비해 주었다. 역시 견물생심! 정말 캐릭터의 힘은 대단하다!
신데렐라 성 근처에서 미키마우스 아이스바를 하나 사 먹었다. 겉에 초콜릿을 입힌 아이스크림이다. 맛은 우리가 아는 맛이지만 미키모양이 귀여워서 '매직킹덤에 왔으면 이 정도는 먹어주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냠냠 즐겼다. 유니버설에서도 미니온 아이스크림을 먹은 것이 기억에 남았다. 이렇게 디즈니월드에서만 할 수 있는 특이한 경험이 오래 남는다. 역시나 먹다가 겉에 코팅된 초콜릿이 뿌짝! 떨어졌다. 아까운 거...
가이드맵 지도에서 보는 것처럼 매직킹덤의 중앙에는 신데렐라 성이 있다. 신데렐라 성 주변으로는 공주님들을 위한 공간이 많다. 위에서 보는 Royal Portrait Studio는 공주옷을 입고 온 아이들이 여기서 메이크업과 헤어를 하고 공주처럼 사진을 찍는 곳이다. 물론 예약해야 한다. 두 공주님과 함께 온 엄마가 보인다. 이 근처에는 온갖 디즈니 공주 옷을 파는 스토어가 있다. 이런 공주옷이 꽤 비싸다. 그리고 이 스튜디오도 꽤 비싸다. 음~~ 딸내미를 공주로 만들어주기는 쉽지 않다.
신데렐라 성 내부에는 별게 없었다. 이번에 오니 그 내부에 레스토랑이 생겼단다. 그냥 레스토랑이 아니라 '공주와 함께 하는 레스토랑'이다. 여기 들어가려면 물론 예약도 해야 하고 드레스코드도 아이가 공주옷을 입고 가야 한다. 아마도 스튜디오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예약하는 사람들이 어차피 공주옷 입고 헤어도 한 김에 공주들과 식사도 하려 할 것 같다. 엄마들의 내 딸을 공주로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과 아이들의 동경을 이용한 엄청난 상술이다. 그게 또 먹히고 있다.
이런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게 캐릭터와 스토리의 힘이다. 이런 걸 직접 보니 나도 뭔가 캐릭터가 있는 스토리를 써서 빵 터뜨려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이 열심히 써보란다. 그러면 회사 그만두겠다고 ㅋㅋㅋ 안돼 여보~ 회사 열심히 다녀!
신데렐라 성 앞에 무대가 있어서 시간마다 짧은 뮤지컬 공연이 펼쳐진다. 이 공연이 신나고 재밌어서 두 번이나 봤다. 위 사진이 가장 왼쪽은 개구리 왕자 커플이 있고 중앙에는 겨울왕국의 안 나와 올라프 그리고 엘사가 있다. 디즈니의 기본 캐릭터인 미키와 미니마우스 그리고 구피 등이 있고 뒤쪽으로는 Tangled의 주인공들이 있다. 전에는 미녀와 야수의 주인공이 나와서 춤추고 노래했었는데 이번에는 빠졌다. 아마도 인기에서 밀렸나 보다. 노래를 알면 아는 대로, 또 노래를 몰라도 분위기가 신나서 흥이 났다.
줄이 짧을 것 같아서 신데렐라 성 뒤쪽에 있는 미녀와 야수의 주인공 벨의 집에서 하는 공연을 보러 갔다. 여기에도 생각보다 줄이 길었다. 공연이 시작되면 즉석에서 벨의 공연에 참여할 아이들을 모집한다. 촛불역 찻잔역 경비병역등 다양하다. 그 역할을 나타내는 입간판 같은 것을 들고 서 있으면 된다. 주변에 도우미 스태프도 있어서 어떻게 하라고 알려준다. 내 아이가 참여한 공연에는 부모들의 관심이 급상승한다. 참여한 아이들의 배역이 정해지면서 그 아이들의 부모들이 사진을 찍으려고 전투적으로 앞으로 나섰다.
모든 스토리는 사진에 보이는 벨 역의 배우가 다 이끌어간다. 놀랍게도, 벨역을 한 배우가 애니메이션의 벨과 거의 싱크로율 백프로다. 말투와 표정 노래와 춤 움직임이 애니메이션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다 끝나고 나서 아이들과 하나씩 사진을 찍어준다. 물론 제대로 된 사진은 돈 내고 사야 한다. 그러나 많은 부모들이 옆에서 각자 알아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아이들과 이런 경험을 하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 매직킹덤은 하나의 행복한 추억으로 자리매김할 것 같다.
매직킹덤에서는 공연 불꽃놀이 퍼레이드 그리고 '트론' 라이드에 집중하기로 했다. 라이드에 특별한 욕심은 없었다. 그래도 그중 재밌어 보이는 라이드인 Jingle Cruise를 타려고 어드벤처 랜드로 향했다. Adventure Land를 알리는 사인부터가 인디언 부족의 공간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 앗! 이거 실화?! 정글크루즈가 대기시간이 120분이라니! 설마 하면서 줄을 섰다.
그. 러. 나, 사실이었다. 정말 120분이 걸렸다. 그리고 정글크루즈를 탔다. 배를 타고 물 위를 지나가면서 여러 가지를 보는 것이다.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120분을 기다릴 정도까지는... 이것 하나를 타고나니 허리와 다리가 아프려고 한다. 정말 아기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온 가족이 단체로 와서 줄을 서고 이 크루즈를 타면서 즐기고 있었다.
다리가 아파서 퍼레이드 시간보다 조금 일찍 가서 자리를 잡았다. 미국 사람들은 노는 데는 정말 빠르다. 관공서에서는 볼 수 없던 스피드다. 좀 일찍 가서 자리를 잡지 않으면 뒤쪽에 서서 퍼레이드를 봐야 한다.
전통의 공주들부터 새로운 공주들까지 등장한다. 인기에 따라 차 타고 가는 캐릭터도 있고 걸어가는 캐릭터도 있다. 신데렐라와 미녀와 야수, 겨울왕국, 개구리왕자, 탱글드, 인어공주등 인기 있는 캐릭터는 여전히 차량을 타고 지나간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는 공주 없이 왕자와 불 뿜는 용만 걸어서 나오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토끼와 병정들과 같이 내내 춤추며 걸어 다닌다.
퍼레이드가 예전보다 짧아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저런 캐릭터가 한~참을 노래하고 춤추며 지나갔었는데 이번에는 전보다 등장하는 캐릭터도 줄고 시간도 짧아졌다. '코로나 때 적자가 많이 났나?' 갑자기 쓸데없이 디즈니월드 걱정을 하게 된다. 코로나 기간이 지나고 놀이공원 티켓값도 많이 오르고 음식값도 많이 올랐는데도 퍼레이드가 전보다 짧아져서 좀 실망이었다. 알고 보니 퍼레이드가 두 개로 나뉘어 있었다. 하나는 이렇게 공주위주 퍼레이드고 다른 하나는 모아나나 메리다 같은 모험적인 캐릭터들이 중심이 되는 퍼레이드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유독 공주가 많다. 누군가에 의하면 주인공이 공주여야 굿즈를 다양하게 만들 수 있다고 한다. 깔깔 웃었지만 완전 말이 안 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어차피 엔터산업이니 굿즈를 많이 팔 수 있어야 수익성이 클 것 아닌가. 예전에는 전통적 가치관에 따라 공주들이 주로 남성의존적이었다. '신데렐라'나 '잠자는 숲 속의 공주', '미녀와 야수'등을 보면 왕자를 만나 신분상승하고, 왕자가 와서 깨우고, 마법에 걸린 왕자를 만난다.
요즘은 시대 흐름에 따라 '스스로 삶을 개척하는' 여자 주인공이 대세다. 최근에 인기 있는 '모아나' 나 '메리다', '엘사'등이 새로운 시대의 캐릭터다. 캐릭터가 단지 즐거움을 주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아니라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의 생각을 반영하는 캐릭터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올랜도 완전정복 09화에서는 모험심 가득한 주인공들의 퍼레이드와 매직킹덤의 핵심인 레이저쇼+불꽃놀이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려서 탄 완전 신상 라이드 '트론'의 세계로 안내하겠다. 다음 주 수요일도 기다려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