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다 여름_10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 노래도 있을 정도로 너무나 많이 들어온 말이다. 그런 만큼 식상하다. 그렇지만 이처럼 뼈를 때리는 말이 없다. 많이 들어 무뎌졌지만 어느 순간 심장을 찌르는 말이다.
'있을 때 잘해'는 기한을 가지고 있는 말이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 있는 기간 동안에 잘하라는 뜻이다.
친구가 멀리 이사 가게 되었다. 한 달 후에 이사 간다고 한다. 한 달 후에 간다고 생각하니 너무 아쉬운 마음에 더 자주 밥도 먹고 싶고 더 자주 통화도 하고 싶다. 이렇게 기한이 정해져 있을 때 '있을 때 잘해'란 말이 더 빛을 발한다. 종료점이 되는 시간까지 최선을 다해 더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있을 때 잘해'는 또한 현재에 집중하는 말이다. 지금 네 눈앞에 있을 때, 너와 같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이다. 특히 부모님과 관련되어 이 말을 들을 때 가장 와닿는다. 부모님이 언젠가 돌아가시겠지만 우리는 그것을 생각하지 않고 산다.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늘 옆에 있을 사람들로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 잘해 놓지 않으면 언젠가 돌아가신 후에는 더 잘하려야 잘할 수가 없다. 그래서 더 '현재에 집중하자'는 표현이다.
'있을 때 잘해'는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는 마음에서 나오는 말이다. 후회란 그때 그렇게 했어야 했는데 하지 못했던 것에 것에서 나온다. 미래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금 잘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것은 아이들을 두고 생각하면 잘 이해가 된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나만 쳐다보고 있어서 너무 부담스럽다. 뭔가를 가르쳐야 할 때는 책임감이 막중하다. 정규 교육 과정을 끝내고 독립할 때쯤 되면 시원 섭섭하다. 드디어 독립을 하게 되면 홀가분해진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아이들과 지내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그 길지 않은 시간이 아이들이 독립한 후 몇십 년 동안의 관계를 좌우한다. 20년 동안 얼마나 잘해 주느냐가 그 이후 60년 동안 그 아이들과 부모의 관계를 좌우한다. 20 년 잘해 주고 60년 동안 관계를 잘 유지한다면 세 배는 넘는 아주 할 만한 일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그 20년 동안 지지고 볶고 닦달하면, 부모 곁을 떠난 이후부터는 부모 자식 간의 관계가 좋아지기 쉽지 않다. 그래서 아이들이 부모들 떠나기 전까지 있을 때 잘해야 한다.
우리 모두는 무한 존재가 아니라 유한한 존재다. 태어날 때부터 죽음과 종이 한 끗 차이로 살고 있는 존재 들이다. 그러한 시간의 유한함 속에 있기에 우리들의 인간관계도 또한 유한하다.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는 좋든 싫든 죽을 때까지 관계가 유지된다. 그렇지만 가족이 아닌 관계에서는 그 누구도 항상 좋을 순 없다.
언젠가 내 곁을 떠날 사람들과 같이 보낼 수 있는 시간은 영원하지 않다. 그래서 더욱 있을 때 잘해야 한다. 우리 부모님이 계실 때 잘해야 하고, 내 배우자가 내 옆에 있을 때 잘해야 하고, 내 아이들이 나에게서 멀어지지 않았을 때잘 해야 한다.
언제 멀어질지 모르는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친구들에게 잘해야 하고, 언제 이사 갈지 모르는 내 이웃과도 잘 지내야 한다. 나중에 그들이 떠나고 난 후에 '그때 그랬어야 했어' 하는 후회를 하지 않으려면 '이 또한 지나가리니'를 마음에 새기며 넓은 아량으로 있을 때 잘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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