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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려준 돈은 받을 수 있을까?

가을이나 가을_01

by 포에버선샤인

친구가 우거지상이다. 빌려준 돈을 두 달째 못 받고 있다고 한다 이게 무슨 말이지? 남에게 돈 빌려주는 것과 보증서는 것은 집안이 망하는 지름길이라고 들으며 자라왔다.


하도 울며불며 사정하는 통에 갑자기 자기의 옛날 생각이 났다고 한다 '나도 이렇게 힘든 적이 있었더랬지. 그때 정말 막막했는데...' 하는 생각이 나면서 '오죽하면 나에게 까지 왔겠나...' 싶은 마음에 가지고 있던 현금을 모두 모아 빌려주었다고 한다. 그때 빌려간 사람은 그 돈을 일주일만 쓰고 갚겠다고 했다


그것이 벌써 두 달 전이다 일주일 후에 갚겠다고 한 사람은 일주일에 한 번씩 전화통화는 한다. 다음 주 수요일에 드릴게요. 수요일이 되면 오늘 돈이 마련이 되지 않아서 그다음 주 목요일에 드릴게요. 이렇게 차일피일 일주일씩 미루며 친구의 목을 조르고 있다.


일주일마다 돈을 달라고 채근하는 것도 못 할 일이다. 무슨 추심업체도 아니고, 어떻게 매주마다 '언제 돈 돌려줄 거야?' 전화를 한단 말인가. 그렇게 유쾌하지 않은 전화를 말이다. 아무리 돈을 빌려준 사람이라도 이런 전화는 쉽지 않다.


그래도 다행히 아직까지 채무자가 잠수를 타지는 않았다. 가끔씩은 채무자가 전화를 안 받기도 한다. 그럴 땐 또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다고 한다. 통화가 되면 돈을 주겠다고 하지만 막상 그날이 되면 또 미루고 못 준다고 하고... 이런 실랑이가 매주 이어져도 달째 되어가고 있었다.


친구는 맘고생을 많이 해서인지 다크서클이 생겼다. 돈을 빌려주고 맘 고생하고 다크서클 생기고... 이건 도대체 뭘까? 돈을 못 갚아서 마음 고생하고 다크서클 생기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빌려주고 생고생이다.


인생 살면서 사기 한번 안 당해 본 사람이 어디 있을까? 친구의 모습을 보다 보니 나도 전에 겪었던 비슷한 일이 떠올랐다. 처음에 일 년 치를 선납하면 좀 깎아준다는 말에 피부관리실에 일 년 치를 내고 관리를 받기 시작한 적이 있다. 정말 얼마 지나지 않아 피부 관리실은 문은 닫았고 남은 내 돈 돌려달라고 전화를 미친 듯이 열심히 했다.


아니, 세상에, 내 돈 내가 달라고 하는데 왜 내가 애가 타야 하는 걸까? 돈을 은행에 넣어두면 꼬박꼬박 이자가 붙는다. 원금도 떼이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사금융업체들은 돈을 미리 받아서 잠적해 버린다. 날라버린다. 내가 왜 선납을 했을까 하고 스스로를 탓했다. 벌을 받아야 할 사람들은 먹고 튄 사람들인데 내가 나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해 대고 있었다. 이 후로부터는 뭐든지 미리 선납하지 않는다. 그때그때 돈을 낸다.


요즘은 헬스장이나 미용실이나 피부 관리실등에서 일정 금액을 선납하면 몇 퍼센트 깎아준다면서 한꺼번에 목돈을 넣어두기를 권한다. 하지만 나는 절대로 하지 않는다. 이미 한 번 당해봤기 때문이다. 니들이 언제 망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런 일 한번 당하고 나면 돈을 잃은 경제적 피해와 더불어 속상한 마음에 정신적 피해가 극심하기 때문이다.


친구의 하소연을 들으며 같이 화가 나기 시작했다. 돈을 빌려간 그 사람을 욕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작년에 있었던 빌라 전세 사기사건이 떠올랐다. 그것도 똑같다. 자기 돈 그 전세보증금을 돌려 달라고 애걸복걸하고 경찰서에 신고한다. 결국은 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속 터지고, 잠 못 자고, 길거리에 나앉게 된 게 빌라 전세사기사건이다.


주변 지인들 간의 돈거래뿐 아니라 전세보증금, 그리고 다양한 서비스 업체에선 선납 권유 등 모든 것은 절대 하지 않는다. 돈은 은행에 맡기고 서비스 업체는 그때그때 비용을 지불하고 그리고 전세는 아주 믿음직 하지 않으면 하지 않는다. 전세 사기를 당한 사람의 말에 의하면 너무나 교묘해서 한번 걸려들면 꼼짝없이 당한다고 한다. 그래서 모두 월세로 돌아선다는 말이 너무 이해가 됐다.


이제 드디어 가을이 시작되려는지 더위가 좀 가셨다. 울상이 된 친구의 하소연에 나도 같이 화가 나서 밤에 잠을 못 이루었다. 친구는 빌려준 돈을 정말 받을 수 있을까? '돈을 빌려준 순간부터 그 돈은 내 돈이 아니다'는 말이 정답이다. '그냥 줄 거면 빌려주고 다시 받을 요량이면 빌려주지 마라'가 더 정답이다. 오늘따라 아침 바람이 선선하다. 나와 친구의 마음속에서 타오르고 있는 이 열불도 오늘 아침의 선선한 바람이 식혀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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