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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의 힘을 믿나요?

가을이다 가을_03

by 포에버선샤인

지난 주말 해미 국제 성지에 다녀왔다. 흥선대원군 시절 천주교 신자들의 박해가 있을 때 무려 천여 명의 신자들이 순교한 곳이다. 당시 돌다리 위에 십자가와 묵주를 올려놓고 그들을 밟고 지나가면 무사하고 그 앞에서 절을 하면 죽음의 길로 갔다. 그 죽는 과정도 참혹해서 한 사람의 사지를 네 명의 장정이 각각 들고 돌다리에 찧어서 죽였다고 한다. 그런 모질고 험한 광경을 보면서도 또 그렇게 순교하다니 정말 대단한 분들이다.


그저께는 서울 서초구에 있는 심산 김창숙 기념관에 갔다. 김창숙이라는 이름에 여자분인가 했는데 일제 강점기부터 해방 이후까지 활동한 남성 독립운동가 셨다. 슬하에 딸 하나에 아들이 넷 있었는데 아들 중에는 막내아들만 빼고 모두 아버지를 도와 독립운동하다가 순국하셨다. 가진 재산도 모두 팔아 독립운동에 보태는 바람에 독립운동가 중 한 분은 만주에서 돌아온 후에 굶어서 돌아가셨다고 한다.


이렇게 믿음으로 한평생을 사신 분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니 새삼 '믿음이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순교하는 종교적 믿음도, 자주독립하겠다는 구국의 믿음도 모두 신념에서 나온다. 김창숙 선생님이 하신 말씀 중에 '마음은 몸이라는 집의 주인이다'는 내용의 말씀이 있었다. 몸은 고문을 당하고 고초를 겪어도 그 주인인 마음이 바로 서 있으면 결국 나아간다는 말이다.


지금에 비하면 말도 못 하게 어렵고 힘들던 그 옛날에 어떻게 정신은 도리어 더 또렷이 살아있을 수 있었을까? 지금은 오히려 더 정신이 쉽게 허물어 지고 신념이 없는 시대인 듯하다. 그나마 있는 신념의 표출이 정치상에서 좌우의 대립으로 나타나고 있다. 위의 예에서 보면 보면 믿음은 어려운 시기에 더 불쑥 솟아나는 것 같다. 지금이 많이 어렵지 않고 많이 힘들지 않은 시기라 순교하고 순국한 우리 선조들보다 믿음이 못한 걸까?


종교를 믿다 보면, 내 상황이 힘들 때 더 열심이게 되고 더 매달리고 기도하게 된다. 편해지면 도리어 그 믿음이 옅어지고 멀어진다. 이런 맥락이라면 힘들 때 믿음이 빛을 발하게 되는 게 맞다. 그렇다고 지금이 힘들 때가 아닌 건 아니다. 전보다 풍요로워졌지만 여전히 불안과 이기심이 팽배하고 정신과를 찾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꼭 천주교 개신교 불교 같은 종교가 아니라도, 나라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구국의 결단이 아니라도 좋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나의 가치관과 믿음이 있다는 것은 세상의 온갖 풍파를 만나 흔들릴 때, 나를 세워주는 버팀목이 될 수 있다. 믿음은 힘이 있다. 믿음에서 말이 나오고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 '믿음의 힘을 믿나요?'라고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나는... 믿음의 힘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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