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다 가을_03
목줄을 안 한 채로 뛰어다니는 개를 본 적이 있다. 공공장소에서는 개에게 목줄을 하는 게 좋겠다고 하니 대뜸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우리 집 개는 안 물어요". 이러던 개가 사람을 물어 뉴스에 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람이 개가 아닌 이상 개가 물지 안 물지는 개밖에 모른다. 주인이 자기의 개를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엄마가 '내 아이는 내가 잘 알아' 하고 있는 것과 같다.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친구네 집 강아지가 옆집 아줌마를 물었단다. 친구네 집 강아지는 늙은 강아지로 낯을 좀 가리고 크게 나대지 않는 얌전한 강아지다. 친구는 항상 지구상의 모든 개가 물어도 그 강아지는 아무도 못 물 거라고 했다. 그러던 그 강아지가 구면인 옆집 아줌마를 물었다. 옆집 아줌마는 소리소리 지르고 난리가 났다. 그럴 만도 하다. 개에게 물려 죽은 사람도 있으니 말이다.
이 일 이후로 친구도 나도 느꼈다. 세상에 다른 사람에게 일어나는 일은 나에게도 일어난다. 어디 가서 우리 강아지는... 우리 애는... 이러면 안 된다. '애에게 왜 쫓아다니면서 밥을 먹이니~ 배고프면 알아서 먹겠지' 하다가 막상 자기애가 안 먹으니 쫓아다니면서 먹이게 되더라 하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 애는 정말 순하고 착해서 맞고 다니지 않나 걱정돼요' 하던 그 집 아이가 사실은 학교의 유명한 일진이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암진단을 받은 친구가 말했다. 코로나를 겪으며 주변에 친구들이 하나 둘 암진단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처음에는 놀라고 그다음에는 당황스럽고 나중에는 이런 일이 드물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좀 침착해졌단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친구도 암진단을 받았다. 그리고나서 나에게 말했다. "남에게 일어나는 일은 나에게도 일어나는 것이더라고~ 나는 주변에 암진단 받은 사람이 5명이나 있었는데도 계속 남의 일로만 생각해 왔었거든."
세상에서 많이 일어나는 일은 '남의 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결국 나에게도 닥칠 일이기 때문이다. 주변에 어떤 일이 일어나면 '나는 어떤가'하고 나를 돌아보고 주변도 돌아보아야 한다. 주변에 그런 일이 자주 보이고 확률이 높아진다는 말은 수학이 아니라 생활이다. 곧 나에게도 닥칠 거라는 일종의 경고다.
#확률 #경고 #남의일 이 아닌 #나의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