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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원 Apr 28. 2023

내 명찰을 보고 말을 건 여자

카페에서 만난 사람들 1

일주일에 두 번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통유리 창으로 바깥이 보이는 게 마음에 들어 아르바이트 면접을 봤었다. 연초부터 심심해서 뭐라도 할 일을 찾아 헤매던 내게 카페 아르바이트는 적당한 루틴이 되어주고 있다.


잠깐 일하는 아르바이트여도 시간이 쌓이면 익숙한 얼굴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또 단골은 아니더라도 기억에 남는 손님이 생기기도 한다. 아마도 손님들 중 거의 대부분은 나를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나는 대단히 친절한 타입이 아닐뿐더러 웬만하면 손님과 눈을 마주치며 인사하는 게 어색해 맛있게 드시라는 멘트만 넌지시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겐 기억에 남는 손님들이 있다. 아이부터 젊은 여자, 남자, 그리고 노인, 외국인까지. 짧게 스쳐갔던, 혹은 생각보다 자주 마주쳤던 손님들을 떠올려본다. 잠시나마 만난 이들을 통해 나는 무언가 배우고 또 느낀다.




기분이 좋지 않은 날이었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음료를 만들며 버벅거리던 때였다. 크고 작은 실수를 하다 보니 같이 일하는 직원에게도 괜한 핀잔을 들었다. 별 것 아닌 한 마디에 자존심이 확 상해버려서 마음속으로 불같이 화가 나고 여러 가지 후회도 했다. 그렇게 헝클어진 마음이 되었다.


얼마 , 새로운 손님이 음료를 주문했다. 나는 속으로 구시렁대면서 피어오르는 분노와 쏘아대고 싶은 말을 삼키며 음료를 만들었다.  그렇듯이 픽업대에 완성된 음료를 준비해 두고 번호를 호출했다.  손님이 음료를 가지러 왔고 나는 아마 뚱한 얼굴로 맛있게 드시라는 멘트를 했던  다. 안경을  여자 손님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순간적으로  유니폼에 달린 명찰을 보고는 물었다.


“혹시 O 씨예요?”


나의 성씨를 묻는 것이었다. 명찰에 보이는 내 이름의 성을 되묻기에 순간 무슨 의도로 물어보는지 의심스럽고 당황했지만 대답을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다행히 날 향한 그녀의 표정은 무시무시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대답하니 그녀는 한 번 더 웃으며 말했다.


“어머. 나도 O 씨인데! 반가워요.”


예상치 못한 문장을 들은 그 순간, 내 마음엔 웃음이 번졌다. 퉁퉁 불은 내 마음이 순간적으로 물음표가 뜨면서 풀어졌다. 내가 달고 있는 작은 명찰을 본 것도 신기한데 자신과 같은 성씨라고 그걸 물어보며 반갑다고 인사하다니. 물론 내 성씨는 흔한 성이 아니다. 만나게 된다면 나 같아도 신기하고 반가워할 것 같다. 물론 나는 그럴 적극성이나 용기가 없는 사람이기에 그렇게 하지는 못 할 테지만. 여자 손님은 그저 순수한 마음으로 내 이름을 발견하고는 반가웠던 거다. 그리고 그 마음을 전해주었다.


그런 그녀의 호기심과 반가움은 나를 달래주었다. 내 마음속 소란스러움을 아무렇지도 않은 거라고 잠재워주었다. 아르바이트가 뭐라고. 실수해서 싫은 소리 들으니 화가 치밀고 서럽다가도 손님의 호의적인 말 한마디에 금세 괜찮아지는. 아무튼 다시 한번, 그 여자 손님에게 고맙다. 덕분에 성격대로 홧김에 그만두지 않고 지금도 열심히 일하고 있다.


감사해요. O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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