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희석 Nov 08. 2019

아버님, 돌이킬 수 없는 말이 있습니다.

자녀 교육 상담으로 답을 찾다. 


# 자녀 교육 # 내 아이 # 상담 # 깨달음 # 용인외고 교사 # 외대부고 교사 # EBS 강사

# 말이 칼이 될 때





아이의 교육에는 특별히 관심을 보이지 않던 아빠들조차 자녀가 중학교에 입학하고 나면, 아이의 진학에 대해 걱정을 하시기 시작합니다. 교육 분야에서 오래도록 일하고 있는 저를 만난 자리에서 으레 친구들이 “요즘 입시는 왜 이렇게 복잡한 거야? 옛날 학력고사 때가 단순하고 좋았는데….”라며 지청구를 늘어놓곤 합니다. 


자신이 아이의 교육에 무관심한 아빠는 아니란 걸 보여주고자 하는 말이겠지만, 제게는 여전히 자녀의 진학 문제에 관심이 덜 한 아빠로 보이는 것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런 사정이다 보니 직장 생활의 고단함 등으로 인해 아이와 이야기 나눌 시간이 별로 없었다는 아빠의 항변이 더 안타깝습니다. 


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아이의 성장에 대해 부모님이 함께 이야기 나누는 일이 많았을 텐데, 어느 순간부터 아이의 교육은 엄마의 영역으로 인식되곤 합니다. 


학교에서의 생활이나 학원을 선정하는 문제는 엄마들의 모임에서 늘 주된 화젯거리에 해당하지만, 아빠들의 모임에서 그런 이야기를 주된 화제로 삼았다가는 과민한 아빠로 인식되기 십상입니다. 아이의 교육, 그 중에서도 진학과 관련된 분야에서 조금씩 멀어지다보면 아빠에게는 아이의 진학 과정이 너무 복잡하게만 여겨집니다. 


지금껏 관심을 덜 가져왔던 분야를 새롭게 알아가는 것이 부담스럽다 보니, 그쪽 분야는 아이 엄마가 전문가이고 아빠는 무관심한 것이 좋다고 말하는 단계에까지 이르게 되죠. 그리고 가정 내에서 서서히 자녀 교육에 무관심한 아빠로 낙인이 찍히게 됩니다. 




얼마 전 아이가 수능에서 실패했다는 친구를 만나 넋두리를 들었습니다. 예전에는 아빠를 잘 따르던 아이였는데, 수험생이 된 이후에는 혹시나 딸의 기분을 상하게 할까 걱정되어 말을 붙이기도 조심스러웠다고 합니다. 


그러다 어느 날 가족 내에서 느끼는 소외감이 너무 커져 자녀에게 한 마디 잔소리를 했는데, 그 다음부터는 아이가 아빠의 얼굴을 보려고도 하지 않는다고…. 


“그렇게 해서 남들 다 가는 OO 대학이라도 갈 수 있겠니?” 


아이는 수능이라는 절체절명의 고비에서 원치 않는 결과를 받았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더 움츠러들어 있고, 스스로 상처에 대한 방어막을 치고 있었을 겁니다. 그런 아이에게 서운함을 표현하는 방식도 그렇지만 타이밍이 너무 좋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가장 힘들어하는 때에 가장 민감한 부분에 독설을 퍼부은 격이 된 것이죠. 


조언도 그렇지만 충고도 조심스러워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부모와 자식 간에 허물 수 없는 벽이 생기게 됩니다. 아이들은 어떤 하나의 계기에 의해 누군가의 열정적인 팬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적대감을 갖게도 되는 존재입니다. 저는 아이의 입장에서 아빠인 친구를 책망하고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친구의 입장에서건 교육자의 입장에서건 돌아오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More Information

https://cafe.naver.com/woorisangdam

매거진의 이전글 학교생활기록부에는 이런 내용이 기재되어야 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