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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부인과 추쌤 Aug 23. 2019

의사에게 논문이란?

엎드려서 일기처럼 쓸 수만 있다면...  나는 논문왕

의사라고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며, 이번 글의 내용은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임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개인적인 생각을 담은 글로 경어체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실력이 있는 의사는 어떤 사람일까? 지난번 좋은 의사라는 개념에 대해서 한 번 이야기 한 적 있었는데, 이번에는 '의사의 실력'에 대한 지극히 주관적인 나의 생각을 이야기해볼까 한다.

좋은 의사와 실력있는 의사.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

  실력 있는 의사

  일반적인 개념의 '실력 있는 의사'는 아픈 부위를 더 이상 안 아프게, 질병을 미리 예방해주는 사람이겠지만, 의사 내에서 실력 있는 의사를 이야기할 때는


① 수술이나 치료를 귀신같이 잘해서 환자를 잘 보는 '인기 의사',

② 의미 있는 논문을 귀신같이 잘 써서 '논문 제조기'로 불리는 의사,

③ 두 가지 모두를 빈틈없이 잘하는 '불가사의한 의사' 종종 분류하곤 한다.


    즉, 우리는 의사의 실력을 환자 기준과 논문 기준으로 나누곤 한다는 뜻이다. 그럼 의사에게 '환자와 논문', 각각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당연히, 둘 다 못 한다면, 그땐 인품을 평가하게 된다.)


  의사에게 환자란?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의사(醫師)가 의(義)로워서 의사일리는 없다. 말 그대로 의학을 전공하고 환자를 치료하는 사람이다. 요즘 시대에 치료라는 개념은 신체의 아픔뿐만 아니라 마음의 아픔도, 미래의 아픔도 관리해주는 것으로 확장되었지만, 분명한 것은 의사는 환자의 치료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인도하고 가르치고 가리켜 주는 사람이다. 때때론 도와주지 않는 것이 나았을 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상황에서 가장 적절한 처치를 권장해주는 대상이며 의료서비스에 대한 결과를 피드백해주는 주체이다. 환자의 피드백에 의해서 어떤 의사는 명의가 되기도 하고 어떤 의사는 사기꾼과 살인자가 되기도 한다. 즉, 환자는 의료 서비스의 수혜자이며 평가자인 셈이다.


  그럼 논문은 어떨까?

전문가들을 위한 글. 의학 논문

    환자 기준으로 실력 유무를 나누기도 하지만, 논문 작성 능력에 따라서도 실력을 분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디어를 잘 내서 실험으로 잘 계획하고, 결과를 잘 도출해내는 것 또한 환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수도 아니고 대학원도 졸업하지 못한 내가 이런 글을 쓰고 있다는 게 매우 민망한 상황이지만, 의학 논문은 환자 곁에서 환자를 직접 치료하고 있는 전문가를 위한 글이다. 내용은 전문가에게 평가받고 채택되어 다른 논문의 일부로 인용되며, 환자에게 직접적으로 적용이 된다. 그렇기에 전문가를 설득할 수 있는 수준의 연구, 실험, 내용이 논문 속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새로운 논문은 이전의 여러 논문을 인용한 내용과 새로운 사실을 기반으로 작성된다.

사실 나에게 있어선 논문이란, 하나의 과정을 통과하기 위한 아주 성가신 과제에 불과했다. 그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기 전까지는...


  전공의 수련 때, 교수님과 함께 회진을 마치며 돌아가는 길에 여쭤본 사적인 질문. '선생님께선 논문을 정말 많이 쓰시는 것 같아요. 어떤 이유로 이렇게 많이 쓰시나요?'라는 어리석은 질문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씀하셨다.


교과서를 바꾸는 것이 나의 목표다. 환자를 한 명 한 명 잘 보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좋은 논문으로 세계 모든 의사들이 참고하는 교과서에 한 줄이라도 추가하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는 일이다

  나는 이 말을 듣고 머리를 망치로 두드려 맞은 느낌이었다. 너무 부끄러웠다. 내가 논문을 사소하게 낮잡아 보았던 것이 아니었을까?


  의사를 가르치는 의사

좋은 연구를 통해서 나온 좋은 논문들이 쌓이면 교과서가 수정된다.

새로운 발견, 연구와 실험을 기반으로 새로운 논문이 작성되고, 좋은 논문들을 기반으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논문이 작성된다. 이후 다른 논문과의 비교, 국가 인종간 비교 등의 과정을 통해서 가장 적합한 내용을 교과서나 가이드라인에 포함시키게 된다. 즉, 잘 쓰이고, 잘 계획되어 연구에 의해서 나오는 논문은 전 세계의 '아픈 그리고 아플 환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영화 뷰티풀 마인드(2001)에서 학자 '존 내쉬'에게 프린스턴 대학 동료 교수들이 상대방에 대한 존경의 의미로 만년필을 헌정하는 것처럼 이 글을 헌정한다.

1명의 의사가 평생 동안 진료를 보는 인원수는 수만 명. 수만 명을 진료하는 수많은 의사들에게 하나의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시발점이기에 논문 작성 능력이 의사 평가의 잣대 중 하나로서 있다고 난 생각한다.


더 많은 환자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 늦은 밤 퇴근하지 못하고, 조금 더 일찍 출근하여 논문 데이터 수집 및 정리하시는 모든 선생님들께 감사를 표하며 논문 못 쓰는 나는... 수많은 논문들의 알짜배기인 교과서를 기반으로 진료라도 열심히 해야겠다.


p.s. 일선에서 밤늦게까지 환자 보시며 목 닳아라 설명하고, 허리 끊어지도록 수술하시고, 환자 옆에 가서 이야기 들어주시며 남아서 논문 자료 정리하시는 모든 선생님 정말 존경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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