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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부인과 추쌤 Aug 16. 2020

설마 했는데... 경고등이 켜졌다.

마음 아픈 이야기.

경고등이 켜졌다. 조금 연식이 있다 보니 언젠가 탈이 날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일이 터졌다. 주기적으로 검진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문제가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검진이라는 것은 구석구석 부속품 하나하나를 살펴보는 것이 아니라 가장 흔히 문제가 생기는 부분을 검사하는 것임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아질 기미가 없어서 결국 원인 파악과 해결을 하기로 결심했다.

'이렇게 늦게 오셨나요? 너무 늦었네요'라는 말을 하시는 건 아닐까? 혹은 고칠 방법이 없다고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하는 것이 아닐까? 아니면 비용이 수백 수천만 원이 나온다고 하는 건 아닐까?


차를 주차하면서 온갖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증상을 느끼고도 늦게 방문했던 나에 대해 반복적으로 아주 조그만 원망. 그리고 별일 아닐 것이라고 스스로 토닥이는 작은 위로. 생각보다 큰 문제이면 가족에겐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지낼 것인지에 대한 가슴이 먹먹해지는 생각. 이후 관리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날 사로잡았다. 지난번에 문제가 있어서 방문했었던 곳에서 들었던 결과에 대해서 인터넷을 다시 찾아보면서...  생판 알아들을 수 없는 말에 그냥 인터넷 창을 꺼버렸다.


진단 결과가 나왔다. 발생한 문제에 대해서 설명해주는데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고 이해가 되지 않는 전문용어밖에 없었다. 그리곤 과연 비용이 얼마나 나올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조금씩 일어났다. 작은 센터에서는 해결할 수가 없어서 더 큰 곳을 방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 큰 곳은 어디란 말인지. 지금 당장 가야 하는지 혹은 얼마나 서둘러서 가야 하는지 전혀 알려주지 않았다. 참으로 무뚝뚝한 양반이었다. 실랑이를 벌일 시간이 없었다. 카드를 긁고 차에 시동을 걸고 그곳을 떠났다. 작은 곳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하니 그냥 체념해버렸던 것이다.


 다른 날 억지로 시간을 내서 더 큰 센터에 방문했다. 콜센터에 전화를 했더니 대기가 너무 많아 당일 예약을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나에겐 오늘 밖에 시간이 없었다. 무작정 방문한 센터의 대기줄은 길었고 접수를 마친 후에도 1시간가량 기다렸다. 드디어 내 차례가 왔고 검사 결과를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전 센터에서 말해준 내용과 전혀 다른 것임을 느끼고 담당자에게 말했다.


"이전에 들은 내용과 다른데요?"

"아 그건 말이죠..."


자세히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들어도 당최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큰 문제가 없다는 말에 어떤 상황인지 궁금하긴 했지만 더 이상 알려고 하지 않았다. 문제만 해결되면 되는 것이었고 전문가의 말이니 그냥 믿기로 했다. 


아... 참고로 이건 내 승용차 이야기다. 차량에 대한 지식이 없고 차량 수리 센터에 갈 시간이 없어서 못 갔던 나의 이야기. 정신없이 지내다가 갑자기 증상을 느껴 병원을 방문한 사람이 드는 생각이 이와 같지 않을까? 그리고 그 순간에 듣는 그 의사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간접적으로 알게 된 순간.


ps1. 진료실에서 절대... "왜 이렇게 늦게 오셨냐?"는 묻지 말아야겠다. 올 수 있는 가장 빠르게 온 게 바로 지금 이 순간일테니...


ps2.그런데 엔진 경고등이 다시 켜져서 다시 방문해야 한다는 사실은 안 비밀. 돌팔이이시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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