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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부인과 추쌤 Jan 02. 2018

젊은 당신. 그대 '난소'도 젊은가?

산부인과 의사 남편과 아내의 임신 준비부터 출산까지

33세 아내, 30세 산부인과 의사 남편

- 본문의 대화는 아이 출산 경험에 의거한 'Fact'에 'Fiction'을 가미한 'Faction'입니다.

- 대부분의 내용은 산부인과 교과서를 기반으로 하였지만, 의학적 내용은 계속 수정&발전되니 참고 바랍니다.

- 모든 산모는 개개인에 맞춘 진료가 필요하니, 최종결정은 지정의와 상의 후 신중히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 개인적인 가치관이 반영되어있으니 감안하여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내: 여보~

나 : 왜~ 불러~ 왜~불러~

아내 : 그게 언제적.... 그건 그렇고, 우리 친척중에 한명이 비혼 선언을 해버렸어!!!

나 : 요즘 그렇게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더라. 그런데 왜?

아내 : 아니, 그 언니 엄마가 너무 걱정이시더라구... 젊을 때 아기 안 낳을거냐구. 괜찮은거야?

: 괜...찮...지...

아내: 그건 무슨 뜻??

나: 일찍 결혼하고 아기 낳으면 좋지만, 아기를 위해 개인의 인생을 포기하라고 할 수는 없자나. 본인이 결정하는 거지. 산부인과에서 출산 혹은 임신을 딜레이하고 싶은 여성을 대상으로 상담을 해주는 곳도 있더라구.  한번 알아보시라고 말해주는게 어떨까?

아내: 아!!! 그래야겠다~ 고마워 여봉~


현대를 사는 우리 젊은이들,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참으로 시간은 부족해 보입니다. 일을 하기에도 바쁘고, 놀기에도 바쁘고, 여러모로 바쁜 시대를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YOLO(You Only Live Once)란 말이 유행하는 시대에 사는 우리들의 결혼과 출산은 넘기 힘든 하나의 관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2016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평균 초혼연령은 남자 32.8세, 여자 30.1세, 서울특별시의 여성의 경우 31.0세이고, 전국의 평균 초산 연령은 32.4세라고 합니다.

더 높은 학력을 위해 많은 것을 미룹니다.

더 높은 학력을 위해, 더욱 심도 깊은 공부를 하기 위해서, 보다 전문적인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 경력이 단절되기 싫어서, 결혼의 연령이 늦어지면서, 이혼과 재혼이 증가하면서 등등의 다양한 사회 경제적인 이유들로 인해  ‘엄마가 되기’를 미루고 있습니다.  



결혼의향이 없는 미혼남녀(20-44세)의 아직까지 결혼하지 않은 이유. 출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전국출산력및가족보건복지부실태조사(2015)


‘나의 결혼 적령기’는과연 언제일까요? 또한 ‘나의 출산 적령기’는 언제일까요? 정답은 없겠지만, 의학적으로 도움이 될만한 내용을 준비해보았습니다. 아래 사항들에 해당되시는 분들은 조금 더 주의 깊게 읽어 보시면 좋겠습니다.

난 조금 더 싱글족으로 살고 싶어. 내 인생은 한 번뿐인데 조금 더 놀아야겠다고 생각하시는 분

'결혼은 했는데 아직 육아를 할 형편이 되지 않아 2~3년 후쯤 아기를 가져 볼까?'라고 생각하시는 분

이전에 자궁내막증으로 수술을 받았던 적이 있으신 분

가족 중에서 이른 폐경을 하신 구성원이 있으신 경우

다른 질환으로 치료를 받고 계신 분들 (특히 악성 종양)

어린 시절 백혈병 등으로 항암치료를 하여 완치가 되셨던 분

1. 난소에도 나이가 있나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생물시간에 한 번쯤 배웠던 난소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난자는 출생 당시 50-200만 개에서 사춘기에 30-50만 개로 줄어들게 됩니다. 그렇지만 30-50만 개의 난자가 전부 배란되는 것은 아니며 사춘기에 월경을 시작하게 되면 난포가 성장하게 되고 그 난포들 중에서 하나가 배란하게 됩니다. 결국 한 여성의 일생 중 가임기간인 30~40년 동안 400-500개 정도의 난자를 배란하게 됩니다. 한 달에 1개의 난자를 배란한다고 가정하면, 1년에 12개, 40년 동안 480개 정도의 난자가 배란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여성들이 태어날 때 같은 수의 난자를 가지고 있지도 않고, 같은 시기에 폐경을하지도 않습니다. 20대라고 난소의 기능이 괜찮고 나이가 40대라고난소의 기능이 저하되어있지는 않습니다. 원에서는 난소의 기능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살펴봄으로써 간접적으로난소의 나이를 추정하게 됩니다. 이러한 검사를 난소예비능 검사(Ovarian reserve test) 라 부릅니다

2. 어떤 검사들이 있나요?

1) 혈액 호르몬 검사(Basal FSH, E2) : 병원에서 쉽게 할 수 있는 혈액 검사로 생리 시작일 2-4일 (보통 3일째) 측정하게 됩니다.

ㄱ. 난포자극 호르몬 (Basal FSH) :10IU/L 보다 높은 경우에는 추후 불임시술 시 자극에 낮은 반응도를 예상할 수 있습니다. 생리주기에 따라 많은 변동을 보여서 한 번의 증가된 검사값은 특이도가 높지 않습니다.

ㄴ. 에스트로겐(E2) :그 자체로는 난소 기능의 검사 평가에는 유용하지 않으나 난포자극호르몬(FSH)값의 평가에 유용합니다.


2) 혈액 AMH 검사 (Anti-müllerian hormone)

: AMH는 난포 내 세포에서 나오는 호르몬의 일종으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서서히 감소하며 폐경이 다가온 상태에서는 발견되지 않습니다. 혈액검사의 일종이나 생리주기와 상관없이 측정할 수 있어 용이합니다.


[검사지 결과 예시] 0.81ng/mL 수검자의 연령대의 [중간값 이상(median ~90th percentile) 구간]에 해당되며 44세 여성의 중앙값에 가까운 수치입니다.

[해석] : 44세 여성들의 평균 혈액수치와 거의 비슷하구나.


3) 초음파 소견 (난포의 수(AFC), 난소의 크기(Ovarian volume))

  

:초음파 검사는 산부인과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검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산부인과를 처음 방문하게 되면 대부분 초음파를 시행하게 되며, 난소의 크기와 난포(난자가 있는 방)의 개수를 확인합니다. 난포의 수가 고갈될수록 난소의 크기(volume)는 감소하게 됩니다. 하지만 검사자 간의 차이, 월경주기마다 차이가 있고 자궁내막증 등의 난소의 혹으로 인한 평가가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부피가 3mL 미만의 난소는 호르몬의 자극에 낮은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측할 수 있으나, 크기로서 평가하는 것의 효용성은 상당히 한정적입니다.

가임기 여성의 초음파에서 난포의 수는 한쪽 난소에서는 보통 12개를 넘지 않고, 폐경 여성에서는 난포는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3. 저는 난소 나이를 확인해봐야 할까요?

지금까지 설명하였던 검사들이 '난소의 나이', 즉 '난소의 예비능'을 추정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으나, 하나의 검사로 난소 기능이 어느 정도 남았는지 평가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여성에서는 특별한 문제없이 임신과 출산이 이뤄지므로 비용-효과적인 측면을 고려하였을 때, ‘꼭 검사를 하셔야 됩니다’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검사 결과 및 환자가 처해있는 상황을 고려하여 임신의 계획을 할 경우 더 좋은 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난소의 물혹으로 인해서 물혹을 제거했다거나 자궁내막증으로 인해 수술을 받았던 경우, 40세 이전 조기폐경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 항암치료를 받았고 이후 완치된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난소 기능을 확인해야 할 것이며, 그 외에도 개인적인 사유로 임신을 미뤄야 할 경우에 검사를 해볼 수 있겠습니다.  


아래는 이러한 검사들이 실제 일반 여성 및 환자에게서 도움이 될 수 있을만한 상황을 예상하여 구성해 보았습니다.


신혼을 조금 더 즐기고 아기를 3년 후쯤 가지고 싶어하는 여성이 산부인과 진료를 받음. 난소 나이 검사(Ovarian reserve test)를 받고서는 아기를 빨리 가지는게 어떻겠냐고 권유에 1년 후에 임신을 시도해보기로 함.

자궁내막증으로 이전 난소 수술을 받은 적이 있었고, 한쪽 난소가 상당히 많이 소실 되었다고들어 산부인과 진료를 받음. 난소예비능검사(Ovarianreserve test)상 빨리 아기를 가지는 방향에 대해 권유를 받음.

어머니가 39살에 조기폐경 (40살 이전에 폐경이 됨) 된 병력이 있어, 산부인과 진료를 받음. 난소기능이 좋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를 듣고 남편과 상의하여 둘째를 조금 더 일찍 가지기로 함.

어렸을 때 백혈병으로 항암치료를 받았고 완치를 판정받아 특별한 문제없이 잘 지냄. 난소의 기능에 대한 걱정으로 산부인과 진료 본 후 난소 기능이 저하되어있으나 심각하지는 않다는 이야기를 들음.

유방암으로 둘째는 생각지도 못하였으나 완치가 되어 둘째를 생각하던 중 산전검사에서 난소 기능이 저하되어있음을 확인하고 적극적으로 처치 및 시술을 받자고 권유 받음.
(물론 이러한 경우에는 유방암 치료를 할 때 산부인과 협진을 하는 추세입니다.)


4. 난자 동결은 어떨까요?

2012년부터 관심이 증가하기 시작하던 난자 동결은, 난소를 과자극 시켜서 얻어낸 난자를 냉동 보관하는 것을 의미하며, 임신이 가능한 시점에 동결된 난자를 해동한 후 체외수정을 통한 임신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2014년 애플과 페이스북에서 자사 여직원에게 난자 동결에 사용되는 비용을 최대 2만 불까지 지원하기로 한 내용이 뉴스화 되며 많은 관심을 받게 되었습니다. 서울 소재의 한 대학 난임센터 2015년도에 한해 보관한 여성은 128명이 나될 정도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난포를 키우기 위해 호르몬의 사용이나 시술 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과 비용으로 인해 “꼭 하셔야된다”고 권고 드릴 수는 없으나,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하고 싶은 분이나, 출산을 많이 미뤄야 할 이유가 있는 부부의 경우에는 고려해볼 수 있겠습니다. 나이가 많아도 자연임신이 될 수 있고 나이가 많은 상태에서도 시술로서 임신이 가능하기 때문에 담당의와 상담이 꼭 필요합니다.

 

5. 지피지기면 백전불태

요즘 같은 시대를 살다 보면 결혼이 늦을 수도 있습니다. 일을 하다 보면 아기를 늦게 낳을 수도 있습니다. 한창 일을 열심히 해야 하는 신혼부부가 3년쯤 있다가 아기를 가지려고 했는데, 검사상 난소의 기능이 저하되어있는 점을 알게 되어서 조금 더 일찍 가지는 것에 대해서 권유받는 상황, 남자 친구와 결혼을 3년 후쯤 하려고 했었는데, 검사를 통해서 조금 더 일찍 하는 것을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시대가 시대인 만큼 사회-경제적인 상황이 가장 중요한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사회-경제적인 상황뿐만 아니라 의학적인 요소까지 고려하여 결정을 하게 되면 더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는 옛말이 있습니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입니다. 임신과 출산에 있어서도 이는 똑같이 적용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할지, 한다면 그 시기는 어떻게 할지'에 대해 고민하는 모든 여성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건강하게 임신하고 행복하게 출산하기를 기원합니다.

이상 @forhappywomen이었습니다.


References>

1.    통계청, 시도별 평균초혼연령 2016

2.    통계청, 결혼의향이 없는 미혼남녀(20~44세)의 아직까지 결혼하지 않은 이유 2015

3.    통계청, 지역별고용조사- 여성경력단절 사유

4.    ClinicalGynecologic Endocrinology and Infertility 8th Ed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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