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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에세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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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챠 Feb 19. 2022

결혼 준비

1.


나는 물질적인 것이 삶에 필연적으로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물론 물질은 몹시 중요하다. 그래서 그걸 가치없게 여기거나 경시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거나 스스로를 기만하는 일, 혹은 무책임한 일이다.

​​

그렇지만 물질적인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할수록, 그게 그렇게 중요하지만도 않다는 걸 함께 알게 된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이 사실을 인정하고 살기 위해서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


결혼을 준비하면서 이렇게 많은 돈을 만져본 것도 처음이고, 이렇게 많은 돈을 써본 것도 처음이지만, 이렇게 돈이 없기도 처음이었다. 대학생 때 술값으로 돈쓰고 통장 잔고가 텅텅 비었던 시절을 제외하면.

남자친구랑 그 이야기를 하다가 그때야 돈을 안 쓰면 됐는데 하고 웃었다.



2.


삶에서 공격적으로 성취하고 진취적으로 고무될 때가 있다면 수비적인 자세를 취할때가 있는 것 같다. 공격적 모드일 때 그 사람은 빛날 수 있다. 사람마다 공격 모드의 모습은 제각각일 것이나 그때 그 사람은 자신의 강점을 발휘하고 삶에서 결과를 내며 실적으로 스스로를 자랑할 수 있다. ​


그러나 수비의 시간도 반드시 필요하고, 그런 때도 있다. 지금 읽는 책의 저자에 의하면 그때 모습이 진짜 자신의 모습이다. 공격할 때의 자신을 자랑하지 말라, 수비할 때의 자신이 진짜 자신의 모습이니까. 라고 말하고 있다.

​​

공격이 천재성과 재능을 보여준다면 수비는 성격을 보여준다. 천재적인 사람들 중에서 공격 모드일때 자신의 위용을 드러냈지만 수비 모드에서 형편없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하여 술과 노름에 지쳐 떨어진 이들도 많았다.



3.


자신의 재능, 즉 창의력과 독창적인 생각이 사라졌을 때, 강한 느낌과 즐거움이 사라졌을 때, 그때는 지루하고 따분한 일을 해야할 때다. 수비를 해야할 때다. ​


그때는 그저 해야할 일을 하며 한걸음씩 걸어가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렇게 계속 걸어가려면 근성과 자신감이, 자신감이 필요하다. 자신감이 필요한 것 같다. 정말 그런 것 같다. ​​


공격할 때 자신감이 필요한 것 같아 보이지만 또 일면 그렇겠지만 사실 진정한 자신감은 이 지루한 걸음을 끊임없이 내딛어야할 때 요구된다.

공격은 재미있고 끊임없는 유희이기도 해서 굳이 용기내서 자신감을 가질 필요 없이 일이 진행될 수 있다. 하지만 절망적이거나 지루한 길을 계속 걸어가야 한다면 비로소 그때에서야 진짜 자신감이 필요하다.

인생에서 수비의 시간에 정말 자신감이 필요하다.



4.


삶의 순간 순간이 공격과 수비로 얽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또 큰 틀에서는 시기별로 크게 공격의 시기와 수비의 시기로 나누어볼 수도 있다 싶었다. ​


그럼 나는 지금 어떤 위치에 있고 우리는 어떤 위치에 있을까 생각했다. 앞으로 삶이 이렇게 혹은 저렇게 진행될 때 내가 혹은 우리가 어떤 모습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상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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