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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챠 Mar 11. 2022

믿음이라는 일

우리는 뒷통수를 맞는 일을 왕왕 겪곤 한다. 무엇에든지. 사람이든, 이념이든, 믿는 무엇이건.


그런 경험 당해본 적 없는 사람은 몹시 드물 것이고 그런 일은 몹시 강렬한 경험이라, 아주 사소한 배신도 도무지 잊히지 않겠지. 그러나 믿지 않았던 것이 실은 믿어도 괜찮은 일이었다는 것 역시 배신당한 것에 해당한다는 박완서 선생의 말이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어 고개가 절로 끄덕여 졌다.



배신당하고 싶지 않아 마음 문을 닫고 지내는 것도 삶의 한 방법일 수 있으나 그것은 실로 빈곤한 방법일 수밖에 없다. 우리 삶은 불신보다는 믿음에 더 많이 기초해 있는 것이 진실에 가까운 것 같다. 적어도 나는 그리 믿을 것이다.


하물며 오늘 내가 타는 이 지하철이 나를 바라는 목적지로 데려다 줄 것이라는 믿음, 내가 탄 택시 기사가 나를 이상한 곳으로 데려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조금 더 멀리 있는 곳을 말하자면 저 먼 곳 우크라이나에서 들려오는 소식들 속에서—모르는 이의 아이를 받아주고 그들의 고통에 함께 하기 위해 국제여단 같은 것이, 흡사 스페인 내전시에 꾸려졌던 것과 같은 의용군이 꾸려지고 있는 것. 내가 간절히 호소할 때 나를 위해 누군가가 부름에 응답할 것이라는 믿음.


지성은 물론 말할 수 있다. 이런 믿음이라는 건 결국 시스템과 법질서에 근거한 것이고 우크라이나는 홀로 싸우고 있다고. 그러나 나는 박완서 선생의 수필 일부를 옮겨 적어두고 싶다.



“올겨울도 많이 추웠지만 가끔 따스했고, 자주 우울했지만 어쩌다 행복하기도 했다. 올겨울의 희망도 뭐니 뭐니 해도 역시 봄이고, 봄을 믿을 수 있는 건 여기저기서 달콤하게 속삭이는 봄에의 약속 때문이 아니라 하늘의 섭리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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