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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챠 Mar 12. 2022

여성이 자신이 되기 위해서

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



 책의 추천사랍시고 수록된 글은 울프의 생각을 너무 단순하게 여성 권리 증진으로 해석해   같아 몹시 불만족스러웠다.


 글의 주제는 여성이 아니라 여성과 픽션이며, 울프는 무엇보다  글에서 스스로 성별을 생각하지 말고 쓰라고 권유하고 있다.



 길고 무수한 여성 차별의 역사를 부정해서가 아니라  분노에 치우치고 성별을 대립적으로 의식할때 자신은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상태로는 좋은 글을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분노하느라 에너지를 허비하지 말고 어떤 소리에도 뒤돌아보지도 말고 힘껏 나아가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게 할때  역사에서 여성의 지성이 여성의 기록이 남고 여성이  픽션이 위대한 작품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울프는 요즘만큼 성별을 많이 말하는 시대가 없다고 했는데 지금이 그때보다 더 성별을 말하는 시대인 것 같고 앞으로 정말 점점 더 성별을 많이 말하는 시대가 올 것 같다.


그러나 오백 파운드의 수입과 자기만의 방이 있는 우리 시대에 (적어도 우리 사회에서는 그렇다) 더 이상 단지 성별 하나에만 근거해 분노하는 일에만 힘을 쏟아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성별 하나만으로 말하기에 인간은 너무 복잡한 존재이고, 인간사도 그러하기 때문이다.





처음 읽었을 땐 <여성과 픽션>에서 “여성”이 더 많이 보였는데 이번엔 “픽션”이 더 많이 보였다.



진짜 오랜만에 읽은 책이었는데 새로운 의미에서 좋았다. 나한테 울프라는 작가는 조금 견뎌야(?) 재밌어 지는 작가다.



그래도 이번에 일독을 다시 하고서 역시 이 책은 오래 두고 읽으면 또 좋을 책이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그렇다. 울프가 말하기를, 소설은 작가가 “진실”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담고 있고, 그것을 개개인이 각자 다양하게 받아들이지만, 어떻든 (훌륭한) 작가는 독자에게 이것이 진실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한다.


그 변화무쌍한 수용의 양태가 각기 다르고, 삶이 소설과는 너무나 다르다고 해도 아무튼 저것 역시 진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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