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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챠 Apr 17. 2022

박완서

글읽는 시간

죽음이 무서운 것은 기억의 집인 육신이 소멸한다는 절대로 변경할  없는 사실 때문이고, 내가 육신에 집착하는 것은 영혼이 있다는 것을  믿어서가 아니다. 영혼이 있으면  하나, 육신이 없는데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무슨 수로 알아보나 싶어서이다. 육신에 대한 찬탄 없는 첫사랑의 기쁨을 말한다면 그는 새빨간 거짓말쟁이다. 서로 끌리고 사랑하여 결혼한 남자에게 내가  사람에게 첫눈에 반한  근육질의 몸이 아니라 관대하고 따뜻한 마음 때문이었노라고 얼마든지 말할 수는 있다. 그러나  눈빛,  미소가 아니었다면 그런 좋은 심성이 무슨 수로 겉으로 나타날  있었겠는가. 눈빛도 미소도 육신에 속한  아니던가.  속으로  자식도 마찬가지다. 그의 몸이 생겨날  나는 게울  같은 이물감을 가졌고, 점점 부풀어 심장까지 차오르자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죽을 힘을 다해  몸으로부터 떼어냈다.  몸의 진액을 짜내어도 짜내어도  작은 것은 허기져했고, 날마다 포동포동 살이 찌는  새끼를  손으로 씻기면서 날로 굳세고 아름다워지는 몸을 보면서 느낀 사랑의 기쁨을 무엇에 비길까.”





여러 편의 수필 중에서 가장 좋았던 것을   부분,  하나만 고르라고 생각하면 무엇이냐 하고 골라서 옮겨둔다. 고통 속에 육체가 통증을 체감하게 하는 수단에 불과한  같다고 여기곤 했는데 절대로 그렇지 않다고 애절히 말해주고 있었달까.

 인간에게 육체가 그렇게나 중요한지,  인간이 영혼으로만 혹은 의지로만 머물지 않는지 생각하게 하는 그런 대목이었다고. 그래서 어쩌면 영혼과 마음과 육체에 대한 심오한 통찰을 담고 있는  같이 여겨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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