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의 스파 도시
독일에 바덴바덴이 있다면 스위스에는 바덴(Baden)이 있다. 역사는 아마 스위스의 바덴이 더 깊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쪽은 로마시대부터 사람들이 모여 도시가 생겼던 곳이라니까.
이 도시는 유황수 및 온천욕으로 유명하다. 로마의 군인들이 뜨거운 물이 나오는 곳에서 피로를 풀다가 이곳에 거대한 욕조를 만들기에 이르렀다. 이후 치료를 하는 장소, 종교 모임 장소, 사교의 장소가 되는 바덴이라는 온천 도시의 시작이다.
중세 시대에 대해서는 많은 것이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이곳이 독일어를 사용하는 이들에게 가장 유명한 휴양 도시 중 하나였으며 그에 따라 여관같은 숙박 시설이 들어서 있었다. 부유한 사람을 위한 사치스럽고 특별한 온천욕은 물론 가난한 이들이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온천욕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스파와 온천의 전성기는 19세기에 와서야 다시 그 빛을 되찾는다. 스위스에 철도가 깔리고 취리히에서 바덴으로 곧장 오는 열차가 생기면서 온천욕은 더 유명해지는 수순을 따른다. 내가 이 장소를 찾아보게 된 이유인 헤르만 헤세 역시 여기에 와서 쉬며 치료를 했다.
1차 대전이 유럽을 휩쓸고 난 뒤 스파 산업이 이름을 떨친 도시로서의 바덴의 명성은 주춤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2차 대전이 끝난 뒤 시설과 서비스에서 좋지 않은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그 후 이곳의 시설들은 다시 한번 명성을 회복하려는 노력을 한다.
그러한 노력 덕분인지 세기가 전환되면서 이곳만의 독특한 스파 분위기와 온천욕 시설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다른 건 몰라도 로마 시대부터 건재했던 도시로서의 바덴, (중세에 합스부르크 점령 하에 있었던 시기를 거쳐), 헤세가 다녀간 도시로서의 바덴과 함께 온천욕을 즐기고 싶다면 좋은 여행지 후보가 될 것 같다. 나는 헤세를 좋아하니까 꼭 가보고 싶다. 물론 그때의 바덴과는 달라졌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