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읽는 건 작가의 정신과 나의 정신이 만나는 일이다.
작가의 정신을 만나는 일. 책 읽는 일은 모두 광의에서 이에 해당하지만 어떠어떠한 정보를 얻고자 읽지 않는다는 맥락에서, 즉 목적이 없는 읽기라는 의미에서 소설은 특히 더 이 정의와 어울린다.
그리고 다른 정신을 만나는 것은 또다른 세상을 만나는 일이다.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일. 그 읽기는 나를 속이고 기만할 수도 있지만—언제나 그 가능성이 있지만—반대로 세상을 보다 더 정확하게 보도록 훈련시킬 수 있다.
이런 훈련을 아예 하지 않으면 세상을 보다 정확하게 보는 힘도 녹슬어 버리고 말 것이다. 그런 것쯤 그런대로 없는 셈 치고 살아갈 수 있지만 이 훈련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세상을 만나면서 매사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현실을 읽어내고 살아갈 수도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