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의 행복을 찾은 부부독서모임 두리하나

부부독서모임 151회를 돌아보며

어느 부부든 결혼 초기에는 서로에 대한 설렘과 기대로 가득하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가며 현실의 무게에 짓눌려 그 마음들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는 경우가 많다. 우리 부부 역시 그랬다. 세상이 정해놓은 의무와 책임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잃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인생의 오후에 접어들며 독서를 통해 새로운 삶을 발견하게 되었다.


https://youtu.be/WCoKd9sNtd0?si=bhL7nCugiunL8mgR



151번째 부부독서모임을 맞으며, 우리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생각해 본다.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에서 의무와 희생으로 점철된 삶을 낙타에 비유했다. 이는 등짐을 지고 묵묵히 사막을 걷는 것처럼 부담과 의무에 매여 사는 복종의 삶이다. 이처럼 자신의 선택이 아닌 세상이 정해준 기준대로 사는 것이 낙타의 삶이다. 돌이켜보니 우리 부부의 과거가 바로 그런 삶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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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독서모임을 시작한 이유는 우리 부부의 삶이 독서로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변했기에, 우리의 삶이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이 되어 부부관계가 회복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직장 다닐 때 동료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잘 지내는 부부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우리 부모님도 부부싸움이 잦았고, 우리 집은 아버지가 안 계시는 것이 더 좋았다. 어쩌다 한 번 집에 오시는 날에는 온 집이 공포 분위기였다. 아버지의 폭력 때문이다. 항상 그런 모습을 보고 자랐고 큰소리치며 사는 아버지를 보았기에, 남편이 술 마시고 외박해도 그러려니 하는 것은 당연했다.


니체가 말하는 가족을 위한 의무와 희생이라는 명목으로 외박은 물론 월급을 술값으로 다 날려버리는 남편에게 불평은커녕, 결혼이 이런 것이라고 여기며 의무적으로 살아왔다. 남편은 말한다. “그때는 일이 전부인 줄 알았죠. 가족을 따로 돌봐야 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해봤어요.” 남편도 나처럼 늦둥이였고 부모님은 일찍 돌아가셨다. 우리는 둘 다 가족의 소중함을 특별히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가족은 그냥 구성되어 있는 공동체이고, 충성해야 할 곳은 사회인 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최선을 다했지만 나이 50이 넘어서 돌아오는 건 이미 갈라진 부부사이였다. 별거를 했고, 함께 있어도 쇼윈도, 투명인간처럼 살아가는 상황이었다. 힘들 때는 서로의 탓만 하며 억울함을 호소했을 뿐이었다. 술 마시고 노는 것도 지쳐 내 모습이 초라해 보일 때, 다행히 독서를 만났고 우리의 과거는 소설처럼 되었다. 그 시절 우리는 완전히 다른 세계에 살고 있었다. 같은 지붕 아래 있으면서도 서로의 마음을 읽지 못했고, 소통은 단절되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우리는 각자 자신만의 고립된 섬에서 살고 있었다. 아이들을 키우느라, 생활비를 벌어오느라 바쁘다는 핑계로 정작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살았다.


“우리 부부사이는 회복할 수 없어요”라고 이야기하는 부부가 많다. 그럴 때 우리는 할 말이 없다. 매일 이혼만 생각하며 살았던 우리, 몇 년이나 말 한마디 하지 않았던 우리 부부다. 151회 독서모임 때 공감카드로 아내와 남편에게 각자 해주고 싶은 카드를 골라서 전하는 코너가 있었다. 남편은 나에게 “언제나 나는 내 편이야”, “네 존재로 충분해, 당신은 가치 있는 사람이야”를, 나는 “당신은 혼자가 아니야”, “너는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야”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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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말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우리 사이에서 사라져 있었는지 모른다. 우리 부부는 언제부터인가 따뜻한 말을 전하기보다 서로 헐뜯었다. 떨어져 있으면 보고 싶어서 결혼했는데, 그 마음은 온데간데없어진 지 오래되었다. 부부독서모임에서 어색하지만 따뜻한 진심이 담긴 말을 조심 스럽고 쑥스럽게 했다. 어떤 부부는 "사랑해"라는 카드를 골랐지만, 말대신 "이거"라며 카드만 내밀었다. 우리는 옆에서 "말로 해"라고 이야기했다. 수줍게 내뱉는 그 순간을 우리는 잊지 못할 것 같다. 사랑의 말을 건네는 부부들의 모습을 보는데 가슴이 찡했다.



독서모임을 통해 우리는 서로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법을 배웠다. 책 속의 인물들을 통해 우리 자신을 발견하고, 저자들의 통찰을 통해 우리 관계를 새롭게 해석하게 되었다. 함께 토론하고 생각을 나누면서 오랫동안 막혀있던 소통의 문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세상이 만들어놓은 틀에 갇혀 살았던 우리, 가족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으려 했던 지난날을 돌아보며 살아가고 있다.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라는 책처럼 오전이 철없던 시절 남의 눈치를 보고 살았다면, 오후는 진정으로 가치 있는 삶을 사는 삶을 하나씩 만들어가는 지금이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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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공자가 말하는 행복의 3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 배우고 때로 익혀 자아를 실현하는 자. 둘째, 벗이 있어 관계의 소중함을 아는 자. 셋째,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을 만큼 자존감이 강한 자.

우리 부부는 공자가 말하는 행복의 3가지 조건이 충족된 삶을 살고 있는 지금이 좋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배우며 성장하고 있고, 서로가 가장 가까운 벗이 되었으며, 타인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자존감을 키워가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빠르다고 한다. 시간을 느리게 누리는 방법은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고 낯선 경험들을 많이 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작가의 조언처럼, 남편과 함께 새로운 것을 배우며 특별한 경험의 아우라를 오늘도 만들기 위해 남편과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151번의 독서모임을 거치며 우리는 깨달았다. 진정한 사랑은 처음 만났을 때의 설렘이 아니라, 서로의 상처와 아픔을 이해하고 함께 치유해 나가는 과정에서 자란다는 것을. 책을 통해 우리는 서로를 다시 발견했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인생의 오후를 맞은 지금, 우리는 더 이상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에 맞춰 살지 않는다. 우리만의 행복을 정의하고, 우리만의 속도로 걸어간다. 독서를 통해 찾은 이 소중한 시간들이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부부들에게도 희망의 씨앗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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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우리는 책과 함께, 서로와 함께 새로운 이야기를 써나갈 것이다. 오후의 햇살이 더욱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이제 우리가 진정으로 함께 걷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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