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백양로교회에서 정학재 담임목사님이 전도서를 통해 ‘시간 관리’에 대해 말씀해 주셨다. 시간관리라는 주제는 언제 들어도 귀가 쫑긋해진다. 내 삶도 시간관리를 시작하면서부터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관리를 한다고 해도 아쉬운 날이 많다. 목사님의 말씀을 통해 다시 한번 시간관리에 대해 되짚어보는 시간이 되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주 4.5일제 근무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내가 첫 발령을 받았을 때만 해도 토요일 오전까지 근무했는데 지금은 기억이 아늑할 정도로 주 5일 근무제를 시작한 지 오래되었다. 지금은 주 5일이 아닌 4.5일제 시행에 앞서 경기도에서는 이미 50개 시범 업체를 선정해서 시행 중이라고 한다.
폴 투르니에 작가의 "노년의 의미"라는 책을 통해 목사님은 1970년 미국의 한 고무공장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자동차 타이어 산업이 호황을 누리며 새로운 시설을 도입해 주민들이 32시간만 일하고도 기존 월급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주 4일제였던 셈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애크런 주민의 40%가 투잡을 가졌다고 한다. 나흘만 일하고 여유 있게 행복하게 살 것이라 예상했지만, 절반 이상이 돈을 더 벌겠다고 나선 것이다.
왜일까?
쉬는 날에 집에 있는 것이 더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집에 있으니 부부싸움이 일어나고, 시간이 의미 없이 낭비된다는 죄책감이 들어서 결국 일을 더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시간이 많다고 다 잘 쉬는 것이 아니다. 쉼에도 준비가 필요하다. 시간이 많다고 저절로 쉬는 것이 아니라는 목사님의 말씀이 깊이 와닿는다. 장수시대도 그냥 오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것처럼 말이다.
성경에서 말하는 시간의 지혜를 보면 에베소서 5장 15-16절은 이렇게 말한다.
“그런즉 너희가 어떻게 행할지를 자세히 주의하여 지혜 없는 자 같이 하지 말고 오직 지혜 있는 자 같이 하여 세월을 아끼라 때가 악하니라”
여기서 '아끼다'의 원어는 ‘시간을 구원하라’는 의미다. 구원받지 못한 사람의 특징은 시간을 버리는 것이다. 예수님을 믿고 구원받아 예수님을 따라 살면서 시간이 의미 있는 시간으로 바뀌며 시간이 구원받는다. 하나님의 뜻대로 바르게 사는 것이 시간을 구원하는 것이다.
요한복음 10장 10절에서 예수님은
“내가 온 것은 양으로 생명을 얻게 하고 더 풍성히 얻게 하려는 것이라”라고 말씀하신다. 양에게 생명을 얻게 하고, 영원한 생명, 천국의 생명을 얻게 하되 더 풍성히 얻게 하겠다는 것이다. ‘풍성하다’는 것은 충만하다, 가득 차서 넘쳐흐른다는 뜻이다. 생명을 가득 차게 해 주시겠다는 것, 곧 시간에 대한 약속이다. 일분일초까지 충만하게, 꽉 찬 삶을 살게 해 주신다는 약속이다. 신앙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시간을 구원하라는 주님의 약속이며, 주님이 도와주시고 함께 하신다.
전도서 3장은 솔로몬의 책으로 추정된다. 예루살렘 왕으로서 세상의 모든 부귀를 누려본 왕이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라고 고백한다. 지혜도, 즐거움도 모든 것이 헛되다고 말한다.
하지만 냉수 한 그릇을 생각해 보자. 평상시에는 별것 아니고 값을 매기기도 미안한 것이지만, 34~38도를 오가는 요즘 같은 여름 들판에서 땀 흘린 농부에게는 그 물 한 컵이 생명이 된다. 삶도 때에 맞춰 살면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시간을 구원하는 3가지 방법
1. 우선순위를 분명히 하라
“찾을 때가 있고 잃을 때가 있으며 지킬 때가 있고 버릴 때가 있으며”(6절)
어릴 때는 장난감을 안 뺏기려고 싸우지만, 크고 나면 장난감을 찾지 않는다. 학창 시절 잉크와 펜을 좋아했다. 짝 친구가 먼저 가졌을 때는 꿈에서 나올 정도로 더 갖고 싶어졌다. 하지만 지금은 펜이나 잉크보다 더 좋아하는 펜이 많이 있다. 그때는 소중했던 것이 성장하면서 필요 없어진다. 성장 과정에서만이 아니라 우리에게 꼭 필요하지 않은데 필요한 것으로 착각하고 붙잡고 있는 것들이 있을 수 있다.
현대인의 소비 성향을 보면 꼭 필요한 것인지 깊이 따지지 않고 남들이 가지니까, 유행이니까 가지려 한다. 물건뿐만 아니라 진로도 마찬가지다. 내가 어떤 길로 가면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를 기준으로 살아간다. 왜 남들 기준으로 살아야 할까?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훈련되어 버렸다. 짜인 틀속에 소속되지 못하면 자존감이 떨어진다.
'그 꽃'이라는 고은 시인의 시다.
“내려갈 때 보았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올라갈 때는 바쁘고 지치고 경쟁하느라 볼 것을 못 보다가 힘이 빠질 때 그제야 보이더라는 감정을 나타낸다. 간절히 붙잡고 있기에 사실상 붙들어야 하는 것을 못 붙든다. 남편과 나는 가족보다는 일에 우선순위를 두었다. 다 자라 버린 지금 손자 소녀를 보며 지난 시절 아이들에게 정성을 쏟지 못한 것에 후회가 된다. 아이들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중요한 것을 놓치고 엉뚱한 것을 가진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2. 절제의 지혜를 배우라
절제란 할 수 있다고 다 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 않음으로 더 소중한 것을 지키는 영혼의 품격이다.
“찢을 때가 있고 꿰맬 때가 있으며 잠잠할 때가 있고 말할 때가 있으며”(7절)
옷을 찢는 것은 애통과 분노의 감정 표현이다. 모든 것이 잠잠해지고 평안해지면 옷을 꿰매면서 ‘그때 왜 그랬을까’ 생각하게 된다. 말할 때가 있고 잠잠할 때가 있다. 말을 참는 것도 필요하다. 인생을 살다 보면 격정적으로 감정을 표현할 때가 있고 감추어야 할 때가 있다. 감정 표현은 쉽지 않다. 절제가 소중하다. 성령의 9가지 열매 중 하나가 절제이다.
상처를 주는 말은 주로 옳은 말이다. 옳은 말인데 때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그 말을 할 자격이 있는가? 마태복음 7장 4절은 말한다.
“보라 네 눈 속에 들보가 있는데 어찌하여 형제에게 말하기를 나로 네 눈 속에 있는 티를 빼게 하라 하겠느냐 외식하는 자여 먼저 네 눈 속에서 들보를 빼어라 그 후에야 밝히 보고 형제의 눈 속에서 티를 빼리라"
자격이 없는 사람은 아무리 옳은 말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사야 53장 7절에서
“그가 곤욕을 당하여 괴로울 때에도 그의 입을 열지 아니하였음이여 마치 도수장으로 끌려가는 어린양과 털 깎는 자 앞에서 잠잠한 양 같이 깎는 자 앞에서 잠잠한 양 같이 그이 입을 열지 아니하였도다"라고 했다. 예수님이 침묵하셨다. 의로우신 분도 침묵하셨는데 내가 말할 자격이 있는가? 절제는 시간을 구원하는 지혜다.
3. 하나님이 아름답게 하시는 시간이 있음을 믿어라
전도서 3장 10-11절은 말한다.
“하나님이 인생들에게 노고를 주사 애쓰게 하신 것을 내가 보았노라 하나님이 모든 것을 지으시되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셨고 또 사람들에게는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셨느니라 그러나 하나님이 하시는 일의 시종을 사람으로 측량할 수 없게 하셨도다"
애쓰고 힘쓰는 것, 때를 분별하는 것이 어렵기에 고뇌하게 된다. 인생이 어렵고 힘들다. 하나님이 보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1절에서 소망을 말씀해 주신다. 하나님이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신다고 하셨다.
캐나다 나이아가라 폭포의 아이스 와인 이야기다. 겨울에 포도즙을 짜서 만드는 아이스 와인은 18세기 독일 포도원 농부의 실수에서 시작되었다. 가을 포도 수확이 늦어져서 서리와 눈이 내리면서 농사를 망쳤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연히 한참 지나서 말라 붙어있는 포도를 짜서 포도즙을 만들었는데 깊고 당도가 높더라는 것이다. 나는 때를 놓쳤지만 하나님의 때는 잘못되지 않는다. 하나님은 충분한 아름다움을 주신다. 사람들은 못난 모습이 가득하고 제때 준비하지 못해 인생의 시간을 망치지만, 하나님의 은혜에 의지할 때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시는 하나님을 믿을 때 아름다워진다. 하나님을 믿어도 실수한다. 하지만 마음에 영원을 사모하는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어가심을 믿는다.
고흐의 그림‘감자 먹는 사람들’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고흐는 어두컴컴한 색상으로 농부들의 냄새가 나도록 그렸다고 했다. 램프 불빛 아래 땀 흘려 거둔 감자를 먹는 농부들의 모습. 향수 냄새는 안 되고 칙칙하고 거친 농부들의 모습이지만, 이들의 모습에서 진짜 행복이 느껴진다.
정학재 목사님의 말씀을 통해 시간 관리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얻었다. 단순히 효율성을 추구하는 시간 관리가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시간을 구원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우선순위를 분명히 하고, 절제의 지혜를 배우며, 하나님이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시는 시간이 있음을 믿는 것이다. 오늘도 주어진 시간 속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언제 말해야 하고 언제 침묵해야 하는지, 그리고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며 살아가는 지혜를 구하게 된다. 시간을 구원하는 삶,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시간 관리의 핵심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