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가 되어서야 깨달았다. 인생에는 정해진 길이 없다는 것을. 퇴직 후엔 그저 등산이나 하며 마음껏 놀면 된다는 생각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던 나였다. 그런데 지금 내 삶은 예전에 상상조차 못 했던 모습이다.
“이제는 안다. 인생에는 정해진 길이 없다는 것을.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다르며, 내일의 나는 또 어떤 모습일지 아무도 모른다. 50대 중반에 시작한 새로운 도전이 내 삶을 이렇게 풍요롭게 만들어줄 줄 누가 알았을까? 통도사를 수없이 방문하고도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것처럼, 우리는 종종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을 놓친 채 살아간다. 하지만 언제든 멈추고, 돌아보고,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진짜 중요한 것은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자신만의 길을 용기 있게 걸어가는 것이다. 꽃이 피는데 늦을 때란 없다. 나는 지금 비로소 나로 피어나고 있다.” 이 글은 공동저서 《잠깐 이대로도 괜찮아》에 나오는 내 글중 한 문장이다. 내 마음을 잘 표현한 글이기도 하다.
지금 독서모임을 8년째 운영하고 있고, 퇴직 후 3년 째 외국으로 나가 시야를 넓히는 중이다. 올여름에는 스리랑카를 다녀왔다. 내가 선택하는 여행지에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나라 7080년대, 혹은 8090년대 풍경을 볼 수 있는 곳들이다. 그때와 다른 점은 스마트폰과 내비게이션이 있다는 것뿐이다. 음식과 환경이 맞지 않아 고생스러운 점도 있지만, 계속 가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이유는 그곳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 때문이다. 진심을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의 눈빛은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금세 친하게 만든다.
책 《위대한 대화》에서 작가 말콤 글래드웰은 이렇게 말했다. “타인을 믿어야 유익하다. 낯선 공항에서 먼 길로 안내하는 나쁜 택시기사나 광장의 소매치기 범보다 서툴고 지친 나를 위해 맛 좋은 식당과 깨끗한 숙소, 지름길을 알려주는 인심 좋은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는 걸 믿고 우리는 여행길에 나선다.”
정말 그랬다.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일본, 스리랑카. 어디를 가도 친절과 따뜻한 음식으로 대접받았다. 그리고 그들의 마음은 진심이었다. 선물도 주고, 할 수 있는 성의는 다 보여주는 듯했다.
올해 1월 우즈베키스탄에 도착했을 때 가이드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핸드폰 조심하세요. 여기서 핸드폰을 잃어버리면 찾기 어려워요.” 그런데 핸드폰을 택시에 두고 내리는 일이 벌어졌다. 모두들 찾지 못할 거라고 했다. 하지만 4시간 후, 택시기사님이 직접 호텔로 핸드폰을 가져다주셨다. 사례비를 드리려 해도 받지 않고 가셨다.
눈이 오던 어느 날 밤.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후 숙소에 12시가 넘어서 도착했는데, 주인 부부는 도착한 우리에게 음식을 잔뜩 차려주었다. “한국 사람을 좋아한다”며 성심껏 대해주는 그분들을 보는데 눈물이 났다. 돌아올 때는 목걸이까지 선물로 주셨다.
세상에는 아직도 따뜻한 사람이 많다는 것을 체험하면서, 오늘도 내 사명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무엇일까? 왜 지금 이런 모습으로 여기 있을까? 이러한 끊임없는 질문 속에서 오늘도 조금씩 성장해 나간다.
53세에 시작한 새로운 도전이 나를 이렇게 변화시킬 줄 몰랐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자신만의 길을 용기 있게 걸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열고, 진심으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도 나는 피어나고 있다. 그리고 당신도 언제든 새롭게 피어날 수 있다.
“꽃이 피는 데 늦을 때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