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의 서울 출장기
몸은 천근만근이지만, 부산으로 향하는 SRT의 차분한 진동 소리를 마지막으로 1박2일을 보냈습니다.. 지난 이틀, 환갑의 나이에 다시 수험생이 되어 시험을 치르고, 친구의 인생을 함께 고민하며 보낸 서울에서의 시간들을 갈무리해 봅니다.
이틀 전 저는 남편과 나란히 앉아 변액보험 자격시험을 치렀습니다. 30년 넘게 금융 현장을 누벼왔지만, 빠르게 변하는 세상을 따라잡기 위해 돋보기를 고쳐 쓰며 문제를 푸는 일은 결코 만만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알아야 제대로 지켜줄 수 있다'는 설계사로서의 본분이 저를 다시 책상 앞에 앉게 했습니다. 살아있는 그 날까지 공사가 가능하다는 뇌의 뉴런들을 믿으며, 오늘도 어제보다 한 뼘 더 성장한 전문가가 되기로 다짐해봅니다.
늦은 시간이지만 서울행의 열차를 탄 것은, 저를 믿고 '재무 설계'를 예약해 준 소중한 친구와의 약속이었습니다. 친구가 근무하는 학교를 방문해 마주 앉은 시간, 저는 설계사가 아닌 인생의 동반자로서 친구의 곳간을 살폈습니다.
평생을 나눔으로 사신 김장하 선생님의 "준 돈은 내 돈이 아니다"라는 말씀처럼, 제가 가진 지식을 아낌없이 내어주었을 때 돌아오는 친구의 안도감 섞인 미소. 문형배 재판관이 눈물로 고백했던 그 진심 어린 존중을 저 또한 상담 테이블 위에서 느꼈습니다. 한 번의 상담으로 다 채울 수 없어 다음에 다시 만나 더 꼼꼼히 들여다보기로 약속하며, 전문가로서의 사명감을 다시금 새겼습니다.
미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남편은 학교에 있는 예쁜 트리 앞에서 '꽃받침'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어달라고 조릅니다. 수험생의 긴장감도, 상담의 중압감도 남편의 해맑은 웃음 한 번에 녹아내립니다. 기차를 기다리며 카페에서 차 한 잔으로 정리한 이번 여정은, 혼자였다면 고단했을 길이었으나 둘이라서 즐거웠습니다.
오늘은 크리스마스입니다. 많은 이들이 휴식과 축제를 즐기는 이 시간에도, 오후 3시에 예정된 고객과의 미팅을 위해 다시 마음을 가다듬습니다. 어제 늦게 도착해 몸은 피곤하지만, 저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고 그분들의 인생에 제가 작은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저를 다시금 미소 짓게 합니다. 정직한 지혜는 멈춰있지 않을 때 비로소 가치를 발휘한다고 믿습니다.
성탄의 기쁨이 가득한 오늘, 여러분의 인생곳간에도 따뜻한 평안과 넉넉한 행복이 가득하시길 소망합니다. 저는 오늘 오후에도 진심을 다해 한 사람의 미래를 지키는 파수꾼이 되어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