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님! 어떻게 하면 퇴직하고 더 즐겁게 살 수 있어요? 후배들에게 좀 알려주시면 좋겠어요." 독서 모임 회원이 이야기했다. 처음에는 '다들 그렇게 사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에 웃기만 했다. 퇴직이 가까운 직원들이 가끔 연락이 온다. "퇴직하기 전에 뭘 준비해야 할까요? 퇴직이 다되가니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요" 퇴직 후 새로운 일을 하기는 어렵다. 10년 전에 준비하는 것이 좋지만 늦어도 5년 전에는 해야 한다.
"여보! 너무 춥다" 새벽 1시 10분이 넘었다. 남편은 출근하려면 부산역에서 의령까지 가야 했다. 6개월 동안 일주일에 한 번씩 SRT 타고 서울 양재동에 갔다. 3p 자기 경영연구소에 독서 리더 과정과 3p 마스터 코치 과정을 배우기 위해서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했나 싶다.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 하지만 힘든 과정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는 것이다.
남편과 거의 6년 이상을 말도 하지 않고 지냈다. 아이들 결혼하면 이혼할 궁리만했다. 화해할 생각도 없었지만 관계가 회복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말 그대로 집만 공유하며 지냈다. 일찍 일어났는데 남편이 보이지 않았다. 작은 아들 방문을 열었는데, 마침 거기 있었다. 문을 닫으려 하는데 바인더가 눈에 띄었다. "이게 뭔데?" 퉁명스럽게 물었다. "바인더"라고 짧게 말했다. 궁금했다.
"그러니까 이게 뭐냐고?" 남편은 이야기 대신 책 한 권을 줬다. <성과를 향한 바인더의 힘>이었다. "이거 보면 안다" 말도 하기 싫고 책을 읽을 수밖에 없었다. 책 읽고 혼자 쓰려니 어려웠다. "이거 어떻게 쓰는 건데?"
남편은 배우고 있다고 말했고 수첩 쓰는 것을 배운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됐다. 더군다나 36만 원이라고 했다.
며칠 있다가 남편은 "독서 특강 있는데 갈래?"라고 했고 독서에 전혀 관심이 없어서 무시했다. 그 당시 매일 약속이 있었는데 그날 하필 약속이 없었다. 독서 특강이라도 가봐야겠다는 마음에 불편한 마음으로 부산 서면 위드 경매학원에서 하는 독서 특강에 참여했다. 생각보다 재미있었고 또 듣고 싶었다. 다음 단계는 서울에서 한다고 했다. 이것이 자기 계발의 시작이 되었다.
독서 과정을 배우면서 책 쓰기/글쓰기 과정도 알았고 강연하는 단체도 참석하게 되었다. 본격적으로 술 모임 대신 독서하면서 매일 아침 출근하기 바빴던 인생에서 새벽 5시에 일어나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여유가 생겼다. 어느 순간부터 월요병이 없어졌다. 남편과 자연스럽게 대화도 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 생기가 넘치는 일상이 시작되었다.
독서 모임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6~7명이 시작했던 것이 코로나 전에 55명까지 늘어났다. 코로나 이후 독서 모임이 없어질 줄 알았는데 줌으로 색다르게 유지했고, 지금은 30명 내외로 참여하고 있다. 남편도 나도 직장 내에서도 독서 모임을 만들었다. 회원들에게 뭔가 새로운 것을 주고 싶었고 그러려면 계속 배워야 했다. 남편과 끊임없이 배우러 다녔고, 아는 것은 무조건 가르쳤다.
5년 이상 자기 계발을 하며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 것이 되었고 퇴직 때까지 직장에 꼭 다니지 않아도 되겠다는 자신이 생겼다. 다른 사람들을 돕고 싶었던 것이 결국은 우리 부부에게 새로운 것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정년 퇴직 4년 남겨두고 나왔다. 신사업 창업 사관학교를 통해 창업했다. 남편은 퇴직 후 책 쓰기/글쓰기 코치를 하며 행복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