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독서모임 두리하나. 부부는 두리가 하나 되고 또 둘이 되는 것이다.
"부부인데 따로 자도 되나?"
친구 집에 놀러 갔다. 안방에 들어갔는데 싱글침대가 2개 놓여있었다. 충격이었다. 친구는 당연한 듯 이야기했다. "난 답답해서 잘 때는 같이 못 자" "그러니까 부부인데 같이 안자고 따로 자도 되냐고?" 다시 물었다. "당연하지~~"
남편은 술을 좋아했다. 차라리 술과 살면 되는데 왜 결혼했는지 이해가 안 될 정도로 술을 마셨다. 외박한 날짜까지 포함하면 1년 365일 보다 더 많은 날을 술과 함께 보냈다. 새벽 2시, 3시가 넘고 술 냄새가 역겨워도 우리는 한방에서 같이 잤다. 아니 자야 하는 줄 알았다. 결혼하면 모든 부부가 우리 같은 줄 알았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돌아가신 아버지도 매일 술을 마셨다. 집에 가끔 들어오시는 날에는 엄마를 때렸다. 남편은 술은 마시지만 때리지는 않았기에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이 키우랴 직장 다니랴 힘들지만, 부부는 모두가 그런 줄 알았기에 힘든 줄 모르고 지냈다.
친구 집에 다녀온 후부터 우리 부부는 하나씩 삐걱거렸다. 언제 어느 자리에서나 남편 칭찬을 했던 내가 하루아침에 불만이 가득했고 남편 흉보기에 바빴다. 흉을 볼 수록 남편과 사이는 점점 더 나빠지기 시작했다. 선하고 좋은 사람이었던 남편의 이미지를 새롭게 심어야 했다. 같은 직장이기에 헤어지면 사람들이 나만 욕할 것 같았다.
저녁 6시 이후는 아무리 급한 일이 있어도 남편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받지도 않는 전화기를 왜 가지고 다니냐며 땅에 던지기도 했다. 아이들에게도 관심이 없고 월급보다 술값이 더 나가는 남편과 더 이상 살 수 없을 것 같았다. 헤어질 것이라 마음먹고 나니 쳐다보는 것도 싫고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랬던 우리가 50세가 넘어서 부산큰솔나비라는 독서 모임을 만들었고, 부부 독서 모임인 두리하나를 운영하고 있다. 일반인 독서 모임도 마찬가지이지만 부부 독서 모임을 운영하면서 변화되는 부부를 보면서 행복을 느낀다. 무뚝뚝하고 말 없었던 남편과 사이가 회복된 부부, 원래 좋았지만 더 좋아진 부부, 조금씩 더 알아가며 다름을 인정하는 부부 등, 사는 모습이 다르기에 서로에게 배우며 성숙해 가는 두리하나 부부 독서 모임.
사랑의 언어가 무엇인지 모르는 부부가 대부분이다. 우리도 그랬다.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모르면서 내 스타일을 강요했다. 부부 독서 모임 회원인 우리는 서로의 사랑의 언어가 무엇인지 잘 안다. 이번 부부 독서 모임에서는 서로의 힐링 포인트를 3개씩 알아맞혀 보기 했다. 아내는 그리고 남편은 어떨 때 힐링 포인트일까?
함께 한 부부의 힐링 포인트에서 좋은 것은 우리도 적용해 보기로 했다. 남편은 아침에 눈 뜬 나에게 물었다. "아침에 화장했나? 하하" 부스스 일어난 얼굴이 화장한 것처럼 예쁘다고 말했다. 어제 K, J 부부의 힐링 포인터에서 듣고 남편은 내게 적용했다. 알고 있었는데도 기분 나쁘지 않았다.
부부의 힐링 포인트가 다양하게 나왔다. 남편이 퇴근하고 들어오면서 아내를 안아주는 것, 같이 사우나 하는 것, 재미있는 동영상을 공유해서 박장대소하는 것 등이 있었고, 독서나 호흡법, 운동 등 혼자 일 때 힐링 되는 포인트도 있었다. 서로의 힐링 포인트를 알기에 더 배려하며 사이좋은 친구같은 부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부부는 무조건 한 방을 사용해야 한다는 옛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은 삶의 경험으로 충분히 알았다. 나이가 들수록 부부만큼 좋은 친구가 없다. 서로의 힐링 포인트를 알고 챙겨줄 수 있는 부부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부부가 따로 자도 되나?"라고 누가 내게 질문하면 가끔은 혼자 시간도 필요하지만, 함께 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