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에서 하난뿐인 내 사랑 새우깡으로 되기까지
일하다가 핸드폰이 울렸다. '하나뿐인 내 사랑'!!! 순간 설레었다. '누구지?'
'원수'라고 저장했던 남편을 '하나뿐인 내 사랑'으로 고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다. 알고 실망은 했지만, 핸드폰이 울릴 때마다 기분이 좋다. 가족 이름을 다 바꾸었다. 며느리도 '사랑하는 내 딸'로 했다. 사람들은 말한다. 그래도 시어머니는 시어머니일 수밖에 없다고. 며느리 마음은 모르지만 난 아니다. 며느리로 느껴본 적이 없다.
결혼한 지 5년 된 큰아들 집이 충청도에 있다. 4번 갔다. 일 년에 한 번꼴이다. 아이를 낳았을 때, 백일, 돌, 휴가 때다. 백일 때 아들 집에 갔을 때 일이다. 냉장고 문을 열어보니 멸치와 미역 등 요리가 안 된 마른 반찬거리가 있었다. '이게 왜 있지? 오래되면 먹지 못할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고, 부산으로 오기 전에 종일 반찬을 만들었다. 아들이 퇴근하고 집에 왔다.
"엄마 뭐해?"
"어차피 해 먹지 못할 마른반찬이 있길래 다 만들어 놨다."
"엄마! 나라. 음식 잘하는데"
이 말을 듣는 순간 '아차'라는 생각이 들었고 딸이 아니라 며느리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들처럼 며느리도 아직 집안일은 하나도 모르는 딸로 착각했다. 핸드폰에 저장해 놓은 명칭이 내 정체성이 되어 있었다.
집이 어질러져 있는 것을 보면 화가 날 때가 많다. 남편은 아무리 이야기해도 고쳐지지 않는다. 몇 번 이야기 하다가 감정까지 상하게 되는 일이 많았다. 상대를 바꾸려고 하지말고 내가 바뀌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을 알지만 잘 안된다. 조금씩 나도 모르게 내가 바뀌어져 갔다. 이제는 농담하며 치워준다. 식탁 의자 밑에 신은 모양대로 벗어져 있는 양말을 주우며 이야기했다.
"참 손이 많이 가네"
남편은 말했다. "내가 새우깡인가?"
그 말이 너무 재미있었다. "그래 새우깡" 사심없이 손뼉 치며 웃었다. 핸드폰을 꺼냈다.
"새우깡으로 바꿔야겠다."라는 말에 남편은 한마디 덧붙였다.
"하나뿐인 내 사랑은 안 지웠으면 좋겠는데"
"그래? 그러지, 뭐 다시 지우고 저장할게."
새우깡이라 저장한 것을 다시 고쳤다 "하나뿐인 내 사랑. 새우깡"
좀 길긴 하지만 이 일 이후에는 정리 부문에서는 웬만한 것은 참아진다. 이름이 곧 남편이기 때문이다.
부부싸움을 많이 했다. 나와 생각이 다른 남편을 언제나 틀린 것으로 판단했고 나한테 맞춰주길 바랐다. 30년 이상 살아보니 틀린 것이 아니라 서로 생각이 다른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다름을 아는 일에 오래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