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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에서 이름도 지어주나요?

말희, 말혜, 말남.ㅋㅋ

by 더센티브

요즘은 점심시간 문을 닫지만

내가 근무할 때는 2교대로 일했다.

점심시간이었다.

어떤 고객님이 내 앞에 오더니 질문했다.

"혹시 우체국에서 이름을 지어주나요?"

"네?"

무슨 말인지 몰랐다. 주위를 둘러봤다.


이름표에 '말희, 말혜, 말남'이가 남아있었다.

나를 포함해서 남아있는 직원 2명의 이름을 보고

고객과 함께 한 참을 웃었다.


내 이름 개명 전 이름은 '말남'이었다.

"누나. 이름이 그게 뭡니까? 개명하세요. 요즘 개명하기 쉬운데"

이름 변경 관련해서 일하는 후배가 말했다.

"그럼, 네가 바꿔주나?"

"네 변경할 이름만 주시면 해 드릴게요"

며칠 있으니 필요한 서류 6개 보내달라고 했다.

한 달 뒤 판결문이 왔고 이름이 바뀌었다.


지금 생각해도 신기했다.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다.

하필이면 7명 중 3명이 '말희, 말혜, 말남'이라니….

덕분에 고객과 웃을 수 있었다.


이름에 대한 에프소드 2개 더 소개한다.

하루는 남편이 전화가 왔다.

남편은 우체국 공무원 신규 동기다.

"지식기반에 니 이름 없던데…."

"아~개명했다."

"어떤 사람이 마누라 그만뒀냐고 묻더라.

그래서 조회해 봤는데, 없어서 깜짝 놀랐다."

남편한테 이야기도 안 하고 개명했다.


부산 구 시합 탁구대회 나갔다.

개명하고 얼마 되지 않을 때였다.

"강00, 강00…."

"강00" 계속 나왔다.

이름 개명해 준 사람이 구 시합 주최 사무장이었다.

"아~강말남이 안 나오나" 하고 소리쳤다.


이제는 이름이 익숙하지만

개명으로 인해 재미있는 일도 있었고

성격도 바뀐 것 같고 스타일도 변했다.

이름 변경 후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지금은 옛 추억이지만

우체국을 지날 때마다 그 시절 점심시간이 기억난다.

당시에는 힘든 일도 세월이 지나면

잊히기도 하고 좋은 추억이 되기도 한다.


어제 밤에 잘못 온 택배 우편물이 우리 집 앞에 있다.

보낸 분이 주소를 잘못 적은 것 같다.

주소는 앞 동이 맞는데 앞 동은 우리 것인 줄 알고

우리 집 앞으로 밀어놨다.

우체국에 근무했고 상황을 잘 알기에

아는 직원에게 전화했고 무사히 전달할 수 있었다.


안다는 것은 편리하게 해준다.

34년 청춘을 우체국에서 보냈다.

우체국이 전부인 줄 알았는데

지금은 다양하게 경험하면서

세상이 넓다는 것을 새삼 깨닫고

조금씩 알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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