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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만들어준 아들의 트라우마

by 더센티브

대안학교인 '세인고등학교'가 TV에 나오고 경쟁이 심해졌다. 더군다나 기독교인만 갈 수 있는 학교였다. 남편은 교회를 다녔지만 나는 무교였다. 입학하려면 부모 인터뷰가 2시간 이상 진행된다. 과목 자체가 기독교인이 아니면 이해가 안 되는 것이 있어서다. 세인 고등학교는 떨어지고 충청도에 있는 학교로 입학 신청을 했고 무사히 합격했다.


기독교인도 아닌 아들이 부모와 떨어져 있는 곳에 왜 순수하게 간다고 했을까?

아들에게 한 번도 묻지도 않고 보냈다. 2학년 때 학교에서 전화가 왔다. "어머니! 다운이 일주일만 집에 보내야겠어요. 머리 이야기만 나오면 다운이가 행동이 과격해져서 학교에서 감당이 안 됩니다. 일주일만 데리고 있어 주세요."


아이가 집에 왔다. 평소처럼 선하고 착한 아이였다. 하루가 지났다. "다운아! 머리가 길다, 잘라야겠네." 이 한마디가 아이의 모든 상태를 알 수 있게 했다. 아이는 머리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베란다 유리에 머리를 박으며 한동안 난리를 쳤다.


"엄마. 내가 그 학교에 왜 간 줄 아나?"

"머리 자율화라는 말에 간 거라고. 그래 놓고 갑자기 머리 자르라고 하잖아"

아이는 흥분하며 이야기했다. 머리 자르는 일이 이렇게도 싫은 일일까? 그때는 몰랐다.


맞벌이로 언제나 미안했던 아이다.

지금은 놀이방도 많지만, 우리 아이 클 때는 아이를 맡길 곳이 없었다. 여기저기 옮겨 다니면서 눈치만 보면서 자랐다. 아이는 돌이 되기 전부터 만지지 말라고 하면 만지지 않았다. 아이 때문에 물건을 치울 일이 없었다.


지갑에 돈이 조금씩 없어지기 시작했다. 아이가 초등학교 때다. 남편이 가져갔을 것으로 생각하고 물어보지 않았다. 하루는 6만 원이 보이지 않았다. 큰돈이었다. 남편에게 물었는데 아니라고 했다. 남편이 아니면 그대로 두면 안 될 것 같았다. 조퇴를 하고 학교에 갔다. 마침, 체육 시간이었다. 담임선생님에게 이야기하고 가방을 확인했다. 6만 원이 가방에 들어있었다. 체육 시간이 끝나고 들어오는 아이를 데리고 나갔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미용실로 갔다. 머리를 단정히 깎이고 맛있는 것을 사줬다. 아이의 표정은 어두웠다.


아이가 잘못했을 때 꾸중대신 늘 미용실에 갔다. 아이를 생각해 준 것이 트라우마가 될 줄 몰랐다.

아이는 얼마나 불안했을까? 잘못을 저질렀는데 매번 화는 내지 않고 머리를 깎였던 엄마였다. 그것이 아이의 트라우마가 된 것 같았다.


"엄마 낳아주셔서 감사해요"

생일 때만 되면 먼저 문자를 보내주는 아들이 고맙다. 초등학교 때부터 준비물 한번 챙겨준 적 없었던 아들이다. 지금은 결혼해서 아들이 있다. 아들은 맞벌이는 하지 않는다. "엄마. 난 맞벌이는 싫어요. 아이가 자랄 때 엄마가 옆에 있어 주면 좋겠어요" 며느리는 마침 직장 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아이를 예쁘게 잘 키우고 있다.


미안한 마음에 섣부른 행동이 아이를 망칠뻔했다.

아이가 잘못했을 때 훈육 대신 아이의 마음을 풀어주려 했던 것이 아이의 트라우마가 될 것이라는 상상을 못했다. 어리석었던 나의 생각이 아이의 인생을 망칠 뻔했다. 그래도 전공이 장애인 관련이었고 나름대로 장애우들과 함께 지내면서 트라우마를 자연스럽게 극복했지만, 맞벌이로 아이를 소홀하게 키웠던 것이 아직도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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