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KTX에서 만난 진짜 나

액션형이 아니라 코믹형인 나

어제 새벽 5시 34분, 수서행 SRT를 탔다. SL 승급 과정 1박 2일 강의를 듣기 위해서다. 이른 새벽의 공기는 차가웠지만, 새로운 배움에 대한 기대감으로 마음은 행복했다. 출근시간 많은 인파 속에서 부산에 살고 있는 것이 더 행복함을 느꼈던 하루였다.


IMG_0769.jpeg
IMG_0770.jpeg


첫날 강의에서 예상치 못한 '나'를 만났다. 평소 행동유형 진단을 하면 늘 액션형이거나 액션, 코믹. 멜로가 비슷하게 나오곤 했다. 스스로를 추진력 강한 '액션형'이라 믿으며 살아왔다. 어제 검사도 텍스트로 했을 때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액션, 코믹, 멜로가 비슷하게 나왔다. 하지만 한 번도 해보지 못한 '몸'테스트가 있었다. 신기했다. 몸이 말해주는 진짜 정체성은 바로 '코믹형'이었다. 몸테스트는 거짓말을 못한다고 했다.



GSL교육(26.2.23)-5.jpg



지금까지의 직장 생활을 돌이켜봤다. 늘 성과를 내야 하고, 앞장서야 했던 시간들. 돌이켜보니 그건 나의 본연의 모습이라기보다, 조직과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에 맞춰진 '사회화된 페르소나'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퇴직하고 페르소나가 아니가 나로 살아갈 수 있음에 행복하다.


강의장 인근호텔에서 자고, 오늘 아침도 7시 30분에 강의실에 도착했다., 부부 독서모임 지정도서인 레프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펼쳤다. 죽음이라는 절대적인 고통 앞에서 주인공 이반 일리치는 자신의 지난 삶을 회상한다.


"그의 생애의 전 과정은, 아니 거의 모든 과정은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중에서

사회적으로 성공한 판사였고,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았다고 자부했던 그는 죽음의 문턱에서야 깨달았다. 자신이 옳다고 믿었던 삶의 방식들이 사실은 허울뿐이었음을.



KakaoTalk_Photo_2026-02-24-05-47-50.jpeg



오늘 아침, 강의실에 흐르는 음악을 들으며 이 책을 읽는데, 어제 발견한 나의 '코믹형' 본능과 이반 일리치의 회상이 겹쳐졌다. 그동안 '액션형'이라는 갑옷을 입고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왔던 걸까? 사회화된 성격 뒤에 숨어있던, 유연하고 즐거운 '진짜 나'를 이제야 비로소 마주한 기분이었다.


강사님이 미리 틀어놓은 음악이 흐르는 고요한 강의실. 이른 아침의 독서와 브런치에 글을 남기는 이 시간이 말할 수 없이 소중하다.


그동안 '액션형'으로 사느라 고생한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그동안 카리스마 있는 척하느라 힘들었지? 사실 너 되게 재밌고 즐겁게 살고 싶은 사람이야. 이제 좀 웃기면서 살아도 돼!"


'터미네이터'인 줄 알고 살았는데, 알고 보니 '찰리 채플린'은 아닌지 한 번쯤 몸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인생, 너무 진지하면 재미없잖아.....

오늘은 숨겨진 코믹유형의 본능을 마음껏 발산하며 2일 차 교육을 즐겨보려 한다.



KakaoTalk_Photo_2026-02-24-05-40-00 001.jpeg


작가의 이전글거짓말 사이에 숨겨진 진실을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