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큰솔나비와 함께 맞이하는 환갑이라서 좋다.
'벌써 환갑이라니?' 천년만년 안 늙을 줄 알았다…. 첫 발령 받고 월급 명세 받던 날 생각난다. 옆에 앉아 있는 언니의 월급 명세표가 눈에 들어왔다. "월급 많이 받으셔서 좋겠어요. 부러워요," 이 말이 떨어지기 전에 말했다. "나랑 나이 바꿀래? 내 월급 다 줄게. 나는 네가 부럽다."라고 했던 그 말이 이제야 실감 난다. 아들이 손자 나이일 때가 엊그제 같은데….
"여보! 여보! 벌써 6시 20분 다 되어가. 큰일 났다."
부산큰솔나비 독서모임이 있는 날이다. 집에서 새벽 5시 50분에 나가야 하는 데 거의 8년 만에 처음으로 둘 다 알람도 못 듣고 늦잠 잤다. 남편은 전날 원포인트 자료 만드느라 새벽 3시 30분에 잠들었다고 했다. 눈떴을 때 6시가 넘었을 것이라고 상상도 못 하고 새벽 3시 30분인 줄 알았다. 다시 누우려다가 좀 여유있게 가려고 책상에 앉았다. 정신 차리고 시계를 다시 보니 6시 15분이었다.
독서 모임 마치고 충청도에 있는 아들 집에 가기로 했는데 짐도 하나도 챙기지 않은 상태였다. 캐리어에 대충 챙겨 넣고 양치만 하고 세수도 하지 못하고 출발했다. 남편은 출발 전에 전00 선배(독서 모임에서는 서로 호칭을 선배라고 부름)한테 진행할 파워포인트를 카톡으로 보냈다고 했다. 전 선배는 항상 엄마인 강 선배와 일찍 나와서 독서 모임 준비를 도와준다.
출발하면서 차에서 전화했다."선배님! 오늘 진행 파워포인트 카톡으로 보냈어요."
바로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벌써 준비 다 해놨다고 했다. 30살! 독서 모임 평균 나이를 많이 낮춰준다. 오기만 해도 좋은데 일까지 열심히 도와주는 선배다.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선배가 더 고맙고 사랑스러웠다. 뭐라도 해주고 싶었다. 마침, 10분 세바시 코너를 한다고 했다. 조그마한 선물을 준비했다. 10분 세바시는 자기 소개를 하는 코너다. 선배의 스토리가 궁금했다.
독서 모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사진이 발표 내용에 있었다. 독서 모임 횟수만큼 전 선배도 성장해 가고 있다. 코로나 이후 운영진을 만들어서 진행도 돌아가면서 진행한다. 어느 순간, 남편은 '회장'으로 선배들이 한 번씩 이름을 오르내리지만 내 존재는 거의 없다. 유일하게 부부를 함께 챙기고 기(?) 세워주는 선배가 전 선배의 엄마다. "우리 세병이를 키우고 있는 건 정 선배와 강 선배 회장님 부부입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잊지 않는다.
<독학력> 책 에필로그에 나이가 들면 안 되는 것 3가지가 있다고 한다. 첫째는 잘못을 좀처럼 인정하지 않는다. 둘째, 새로운 방식의 시도를 좀처럼 하지 않는다. 셋째, 방향을 좀처럼 바꾸지 않는다. 이 세 가지이다. 우리 부부는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실천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지금의 부산 큰 솔 나비가 있는 것이다. 남편은 젊은 시절 직장에 몰방하느라 소홀히 한 가정을 위해 지금 최선을 다하려고 하고 있다. 아이 키울 때 잘해주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리고 특히 큰아들 군대 입대할 때도 함께 하지 못했고 면회는 물론 제대할 때가 보지 못한 것이 미안하다고 꽃을 한 다발 주문했다고 했다고 했다.
꽃 찾으러 가는 날이었다. 개인적인 모임을 마치고 꽃에 관한 이야기를 지인에게 했다.
"꽃다발 중에 한 송이는 와이프에게 주겠죠?"
"아뇨. 그럴 일은 없을걸요. 하하"
그런데 '아뿔사'
차 안에 꽃다발이 하나 더 있었다. 못 본 척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았다.
20대 때는 20대가 좋았고 30대, 40대, 50대 때 또한 그때가 좋았다. 60이라는 숫자는 그 때처럼 60이 좋다라는 말이 잘 나오지 않는다. 뭔지 모르지만 50대까지의 자신만만했던 무엇인가가 사라진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있다. 60대가 되니 살아온 날들이 많이 생각나고 앞으로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계산이 떠오르기도한다.
한동안은 3p바인더에 사진을 올리고 기록하는 시간이 아깝다고 여긴 적이 있었다. 지금은 정성스럽게 하루를 돌아보고 계획을 적는 이 시간이 좋다. 조급함보다 하나를 하더라도 정성스럽게 하고 싶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해 나가는 내 일상이 곧 삶이기 때문이다. 색깔만 보면 오늘 하루 어떻게 보냈는지 알 수 있는 바인더다. 시간을 잘못보냈구나 후회가 되기도 하고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핑크색(주요업무), 파란색(자기계발), 보라색(네트워크: 알찬고 의미있는 모임)이 많은 날을 보내기 위해 오늘도 파이팅한다. 정확하게 오늘이 내 환갑이다. 오늘부터 다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