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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

"따뜻한 봄날에 만나고 싶어요"기도처럼 따뜻한 봄날 K선배 만났다.

by 더센티브

행운과 긍정의 아이콘이 연상되는 독서 모임 회원이 있다. 언제나 밝고 상냥해서 함께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선배다. 어느 날 그 선배(독서 모임에서는 서로에게 배운다는 의미로 선배라는 호칭을 사용함) 가 쓰러져서 중환자실에 있다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선배님! K 선배가 중환자실에 있는데 기도 좀 해주세요.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선배라 전화했어요." 전화기에 들려오는 목소리로 급박한 상황임을 알 수 있었다. 부산큰솔나비 독서모임에 K선배를 데려온 친한 선배였다. 3일 전 토요일 독서 모임 마치고 즐겁게 지내고 헤어진 선배가 갑자기 생사가 오간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답 대신 눈물만 흘렀다. 그래도 한가지 믿음은 있었다. 시기는 모르지만, 반드시 일어나리라는 것을….


교회 다닌 지 햇수로는 8년이지만 코로나를 제외하고 하면 5년, 제대로 성경 말씀을 읽기 시작했고 믿음이 조금씩 싹트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어린아이들은 어른처럼 계산하지 않고 믿는다. 나도 믿음에 있어서는 아직 어린아이다. 그렇기에 하나님은 간절히 간구하면 이루어주신다는 것을 믿었다. 다음 날 독서 모임 단체방에 K 선배가 일어날 수 있도록 기도 요청 글을 올렸다.


많은 선배 각자의 믿음으로 기도를 올렸다. 중환자실에서 있긴 했지만 3일 만에 대화가 가능하다는 연락이 왔다. 그로부터 거의 1개월이 다 되어갈 때쯤 독서 모임 단체대화방에 기적의 선배로부터 문자가 왔다.

"큰솔나비 선배님들의 응원과 기도 덕분에 깨어난 000인 사드입니다. 생사의 긴박했던 순간들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힘을 모아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큰솔나비 선배님들 응원 영상을 보고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답니다. 든든한 큰솔나비 회장님 부부와 큰솔나비 대 선배님들이 곁에 계셔서 큰 힘이 되었답니다. 오늘 축하 영상으로 만날 수 있어 더 기쁩니다. 저 또한 아직 퇴원이 실감 나지 않습니다. 중환자실 있는 동안 근황을 전해주시고 가이드를 해 주신 선배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2일 전 00 병원에서 퇴원해서 현재 00 병원에서 회복 중입니다. 끝으로 큰솔 나비 선배님께서도 행복과 축복이 함께 하길 기원합니다. 따뜻한 봄날 찾아뵐 수 있도록 기대합니다. 000 올림"


전날까지 추웠는데 어제는 완전히 봄이었다. 여기저기서 꽃이 피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K 선배의 바램처럼 우리는 따뜻한 봄날에 만났다. 남편은 K 선배에게 주기 위해 서점에 들른다고 했다.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 위지안 작가 책이었다. 나도 이 책 내용이 좋아 선배와 이미 공유했던 책이다. 남편도 K 선배에 대한 마음이 나와 통했던 것일까?


일상에서 큰 일처럼 아웅다웅했던 나도 모르게 나왔던 이야기들이 K 선배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그저 미소만 나는 일일 것이다. 우리가 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흐뭇한 미소만 짓는 선배의 표정이 보였다. K 선배는 말했다. "입원할 때 혹시 다시 못 돌아올까 봐 사람들은 정리를 하고 온다고 하는데 나는 아무런 준비도 못 하고 갑자기 병원에 오게 됐다." 그렇다. 지금 이후 내일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지금이 마지막인 것처럼 살아야 하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 책 내용에 나오는 글이다. "보시에는 재물로 베푸는 재시, 진리를 가르쳐주는 법시, 그리고 두려움과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무외시가 있다. (중략) 무외시는 나도 조금은 실천해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가진 것 없이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죽음의 문턱을 헤매다가 퇴원했고, 언제 다시 부름을 받을 지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지금 자기의 고통과 아픔은 그런대로 참을 만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사람마다 상황이 천차만별이니까 장담은 할 수 없지만"


. 그동안 내가 본 K 선배는 아프기 전에도 사람들의 마음에 씨앗을 심는 일의 역할을 했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것을 이야기로만 한다면 상황이 다를 때 누군가에게는 허황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일이다. 선배는 생사가 오가면서 많은 것을 직접 체험했다. 오늘 하루 버티고 살고 싶어 하는 다른 어떤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희망을 안겨줄 수 있는 역할을 할 선배의 앞으로의 삶에 내가 더 설렌다.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에서 기억에 남는 한 문장으로 마무리한다 "사람이 잘 살아간다는 것은 누군가의 마음에 씨앗을 심는 일인 것 같다. 어떤 씨앗은 내가 심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린 뒤에도 쑥쑥 자라나 커다란 나무가 되기도 한다." 많은 이들에게 씨앗을 심어줄 K 선배를 보며 우리도 K 선배의 기적으로 커다란 나무가 될 많은 이들을 응원하고 함께 성장하는 일을 돕는 것이 오늘 내가 그리고 우리가 살아갈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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