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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깔볼사람은 없다.

<이솝우화> 독수리와 쇠똥구리를 필사하며

by 더센티브

토끼가 독수리에게 쫓기고 있었다. 토끼는 도와줄 이를 찾았지만 보이는 것은 쇠똥구리밖에 없었다. 토끼는 쇠똥구리에게 도움을 청했다. 쇠똥구리는 토끼를 안심시킨 뒤 독수리가 다가오는 것을 보이자 살려달라고 탄원하는 토끼를 채어가지 말라고 간청했다. 그러나 독수리는 조그만 쇠똥구리를 깔보고는 쇠똥구리가 보는 앞에서 토끼를 먹어치웠다. 그때부터 쇠똥구리는 앙심을 품고 독수리가 둥지를 치는 곳들을 기어이 찾아다녔다. 그리고 독수리가 알을 낳으면 쇠똥구리는 몸을 일으켜 세우고는 알을 둥지 밖으로 굴러 깨뜨렸다. 독수리는 결국 제우스에게 도망쳐가서(독수리는 제우스에게 바쳐진 새이다) 새끼를 기를 수 있는 안전한 곳을 마련해 달라고 간청했다. 제우스는 독수리가 자기 무릎 위에 알을 낳게 해 주었다. 그러나 쇠똥구리는 이런 속임수를 꿰뚫어 보고는 쇠똥을 둥글러 가지고 날아오르더니 제우스의 무릎 위에 이르자 그 위에다 쇠똥을 떨어뜨렸다. 제우스는 그런 줄도 모르고 쇠똥을 털려고 일어서다가 알들을 깨뜨리고 말았다. 그 뒤로는 쇠똥구리가 나타나는 계절에는 독수리들이 둥지를 치지 않는다고 한다. <이솝우화>




독서 모임 회원 중에 C회원이 있었다. C회원을 독서 모임에서 처음 봤을 때 아주 무뚝뚝하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나와 많이 다름에 쉽게 접근할 수 없었다. C 회원은 빠짐없이 독서 모임에 참석했고 어느 순간부터 몸무게, 표정, 말투 모든 것이 변화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여보 C회원이 엄청 변하는 모습이 보이지? 정말 가장 많은 변화가 있는 것 같아"라고 남편과 수시로 얘기하던 터였다. 188회 독서 모임에 한 조가 되었다. 조원 중 J 회원이 말했다. "선배님! 우리 조 리더 한번 하실래요?" 꺼릴 줄 알았는데 바로 대답했다. "하라면 하지요." 예전에 겉모습만 보고 '깔보는'마음이 내 안에 있었던 것이 아닐까? '아니다'라고 부정해 본다. C 회원의 보물을 놓칠 뻔했다. 선입견은 상대의 소중한 것을 보지 못하게 가로막는 신비한 기술이 있다.


직장에 다닐 때다. 옷을 잘 입고 부자로 보이는 사람에게는 시키지 않아도 정성껏 대하려고 애썼다. 반면 허름한 차림으로 방문하면 부자에게 열 번 웃을 동안 한 번 웃기도 힘들었다. 그와 이야기하는 시간이 아깝고 부질없다는 어리석은 생각이 들었다. 프로그램 자체가 우수고객과 차별 대우를 만들어 놓는 것도 사실이다. 시스템은 그렇다 하더라도 깔봐야 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미리 알아야 했다. 이유 없이 고함치고 화내는 사람을 보면 이해할 수 없었고, 때로는 억울함에 더 흥분할 때도 있었다. 직업, 학벌, 경제력, 겉으로 보이는 패션에 따라 '깔보는' 행동으로 이어지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밀아야 한다는 것을 50대에 깨달을 기회가 있었다.


50대 초반 독서를 시작하면서 프레임이 조금씩 벗겨지기 시작했다. 코칭 과정을 공부하고 다양한 자기 계발로 인간관계에 대해 많이 배우게 되었다. 지금의 나는 상대가 어떤 말을 해도 응대 방법은 같다. 상대의 말을 충분히 들어주고 공감하는 시간을 갖도록 애쓴다. 친해지고 싶으면 공범이 되라는 말이 있다. 그가 욕을 할 때 같이 욕해주고 그 사람의 편이 되어주는 것이다. 갑자기 회를 내면 나는 황당할 수 있지만 상대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타인을 판단하고 평가한다. 우리가 하는 판단이 모여 다른 사람을 깔보는 태도가 나온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왕따를 당하는 아이들을 보면 집안 환경이 좋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아이의 사정을 모르기에 겉모습으로 만만해 보여 따돌린다. 우리가 보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모든 사람에게는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다.


'일 잘한다'는 칭찬을 많이 듣는 직원이 있었다. 승진해서 다른 곳으로 발령 났는데 소문과 다르게 일 처리가 형편없었고 민원도 자주 발생했다. 그 직원은 묵묵한 성격에 컴퓨터를 잘했기에 관리일은 전문가처럼 빠르게 척척 해냈지만, 고객을 대하는 곳에는 전문가가 아닌 초보였던 것이다. 즉각 판단해서 '깔보는' 마음이 생길 때 판단을 멈추고 잠시' 왜?'라는 질문을 하는 것이 어떨까?


'인간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라'고 했던 철학자 칸트처럼, 인간을 깔보지 말고 존중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택시 기사나 환경미화원, 택배 배달 등에 일하는 분들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이 많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쇠똥구리도 모욕당했을 때 어찌할 수 없을 만큼 허약하지 않다. 사람은 누구나 동등한 가치와 존엄성이 있다.


인간을 깔보지 않는 법 3가지를 요약해 보면. 첫째, 미리 섣부른 판단을 하지 말자 그러기 위해서 상대의 상황을 알고 있는지' 먼저 질문하기다. 둘째, 경청하자. 타인의 말을 할 때 진심으로 들어주는 것이 존중이다. 상대가 말할 수 있도록 질문해서 스스로 답을 찾도록 하자. 셋째, 감사하자. 감사하면 친절과 미소는 저절로 나온다.


일을 못 한다고 한번 평가받은 사람이 다시 일 잘하는 사람으로 프레임이 바뀌기는 쉽지 않다. 일 못 하는 사람이 일을 잘하게 되면 '우연'이나 '행운'으로 돌려버린다. 내 생각이 확정 편향임을 의식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진정한 이해는 판단을 멈출 때 시작된다."<심리학자 칼 로저스>가 말했다. 섣불리 판단하는 것을 멈추고 상대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마음을 갖자. 왜?'라는 질문으로 경청하고 감사하며 살아야곘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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