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을 잃지 않는 리더십
어떤 전사가 전쟁이 계속되는 동안 말에게 보리를 먹였다. 전사는 자기 말을 함께 고생하는 협력자로 여겼던 것이다. 그런데 전쟁이 끝나자 그 말은 천한 일에 무거운 짐을 나르며 짚만 먹게 되었다. 다시 전쟁이 포고되어 나팔 소리가 울리자 주인은 말에 굴레를 씌우고 무장한 채 그 위에 올랐다. 말은 기운이 없어서 자꾸만 넘어졌다. 말이 주인에게 말했다. "이제는 가셔서 보병들과 함께하세요. 주인님은 저를 말에서 당나귀로 바꿔놓으시더니 어째서 다시 당나귀에서 말로 바꾸려 하세요?"<이솝우화, 말과 전사>
전쟁 중에는 말에게 보리를 먹이며 동반자로 여겼지만, 전사는 평화가 찾아오자 짚만 주고 천한 일에 동원했다. 다시 전쟁이 일어났을 때 말은 이미 기력을 잃어 제 역할을 할 수 없었다. 우리 인생도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 성공의 정점에서 안주하다가 갑작스러운 내리막길을 맞닥뜨릴 수 있고, 그때는 다시 오르려면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 풀러신학교의 리더십 교수인 J로버트 클린터(Robert Cliton) 교수는 성경의 인물들과 1,500명의 크리스천 지도자들에 대해 수년간 연구했는데 단 30%의 지도자만이 사역의 마무리를 잘했을 뿐 나머지 70%는 끝이 좋지 못했다고 했다. 이처럼 많은 지도자들이 성공적인 마무리를 못하는 이유는 '이만하면 됐다'는 자기만족이다. 직장에서의 성공과 사회적인 안정, 경제적 안정 등이 주는 안도감은 우리를 멈춤의 상태로 이끈다.
세계적인 경영 컨설턴트 짐 콜린스(Jim Collins)의 책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에서도 "몰락의 5단계를 이야기했다. 그중 1단계가 '자만심이 생겨나는 단계'라고 했다. "나를 모르는 사람은 간첩이다"라고 할 정도로 인맥이 넓고 직장 생활이 순탄하다고 생각할 만큼 자만심이 가득했던 내가 떠올랐다.
마찬가지로 남유다의 아사왕도 35년간 훌륭한 업적을 쌓았지만, 자기만족에 빠지는 순간 내리막길이 시작되었다. 아사왕은 초기에 우상을 파괴하고 백성들을 하나님께 인도하는 신실한 왕이었다. 구스가 백만 대군이 침략했을 때 "여호와여, 힘이 강한 자와 약한 자 사이에서 주밖에 도와줄 이가 없사오니"라며 하나님께 의지했다.
하지만, 말년에 아사왕은 자신의 힘과 지혜에 의존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 침공 앞에서 하나님께 묻지 않고 아람 왕에게 뇌물을 보내는 정치적 술수를 선택했다. 자기만족은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지게 했고 결국 쓸쓸한 마지막을 맞이했다.
<하프 타임 2>의 저자 밥 버퍼드는 실패를 모르던 성공한 사업가였다. 하지만 그에게도 인생의 큰 전환점이 왔다. 외아들 로스가 친구들과 리오 그란데 강에 캠핑을 갔다가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것이다. 미친 듯이 아들의 시신을 찾으려고 강가를 헤매는 도중 떠오르는 단어가 '하프타임'이었다. 성공에 올인하느라 아들과 대화도 제대로 해보지 못했다. 이것이 책을 쓰고 밥 버포드의 후반전이 시작되었다.
아사왕은 처음에 가졌던 분명한 비전을 잃어버렸다. 그 결과 하나님의 선지자 하나니가 충고했을 때도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그를 감옥에 가두었다. "여호와의 눈은 온 땅을 두루 감찰하사 전심으로 자기에게 향하는 자들을 위하여 능력을 베푸시니"라는 진리를 거부한 것이다.
초심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도 삶의 어느 시점에서 초심을 잃고 본래의 비전을 잊을 수 있다. 독서 모임을 운영하면서 고비가 있을 때 당장 눈앞에 좇는 이익보다 초심과 비전을 떠올렸다. 비전이 분명할수록 결정이 쉬워진다. 내리막길에서 명확한 원칙과 가치관이 결정의 기준이 된다.
솔로몬 또한 젊은 시절 지혜로운 통치자였으나 말년에 많은 이방여인으로 인해 우상 숭배에 빠져 영광을 잃고 말았다. 반면에 사도 바울은 "내가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디모데후서 4:7)라고 고백하며 끝까지 충성을 했다.
인생은 사이클이 있다.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이 있다. 중요한 것은 내리막길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회복력과 지혜를 갖추는 것이다. 이솝 우화의 교훈처럼 일관성과 겸손, 그리고 초심과 비전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변하지 않는 가치를 추구하며 의미 있는 삶을 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