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정리이자 삶의 정리인 '정리 수납'
사기그릇은 언젠가 깨지기 때문에 아름답다. 사기그릇의 생명력은 늘 위험한 상황에 놓여있다. 위태로운 아름다움. 우리의 고충이 여기에 있다. 죽음은 결코 피할 수 없다. 우리는 사라지기 때문에 아름답고 영원할 수 없어 고귀하다. 그런데 우리는 이 사실을 늘 잊고 산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중에서
유한한 삶이기에 더욱 소중한 우리의 시간, 그 시간을 어떻게 채워가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진다. 때로는 작은 변화 하나가 인생의 전환점이 되기도 한다. 정리 수납이라는 언뜻 평범해 보이는 일상의 한 부분이 바로 그런 변화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여러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20대 때는 ‘빨리 나이 들어서 돈 벌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했다. 공무원 발령을 받고 2년쯤 지났을 때 월급 명세를 받았다. “언니! 언니는 월급이 많아서 좋겠어요. 난 언제 월급을 많이 받을까요?” 부러워하는 나에게 말했다. “월급 줄게. 나이 바꿀래?” 그때는 그 의미가 와 닿지 않았다.
나이를 먹을수록 세월이 더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다. 살아온 날이 살날보다 어느덧 많아졌다. 평생 늙지 않는 줄 알았는데 아들이 30대 중반이 되고 손자 소녀가 태어나 가족이 늘었다. 뒤돌아보면 안타까운 일이 많지만, 되돌아갈 수 없는 곳이 과거다. 살아야 하는 것이 삶인데 대부분 어쩔 수 없이 살아지고 있었다.
남편은 새벽 5시에 아특아(아주 특별한 아침)를 시작한 지 1,400일째다. 매일 아침 글을 써서 공유한다. 554일쯤 되었을 때 올린 한 회원의 글 중에 ‘자발적 노비’라는 단어가 있었다. 50대 초반까지는 노비가 아닌데도 자발적으로 노비가 되어 살아왔다는 생각에 공감이 되었다.
정리 컨설팅 사례를 보면 열심히 사는데 바빠서, 정리 법을 몰라서, 삶에 의욕이 없어서 등이 있다. 여러 가지 이유 중 삶에 의욕이 없는 고객은 안타까운 마음에 가족이 대신 신청해 주는 경우가 많다. 정작 본인은 집이 어지러운지도 느끼지 못한다. 집은 저절로 어질러지는 게 아니고 누군가 그렇게 만드는 것인데도 말이다.
정리 수납 컨설팅 후 보람을 느낄 때가 “이제는 뭐든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는 말을 들을 때다. 정리 전 아무런 희망이 없던 모습과 다른 약간의 물기가 서려 있는 눈빛과 표정을 보면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다.
이혼으로 삶에 의욕이 없어진 한 여성이 안타까워 지인이 대신 옷방 정리 의뢰를 해왔다. 정리 전 정리 컨설팅을 위해 먼저 집을 방문했다. 마치 정리로 무엇이 바뀔지 아무런 기대가 없어서 대답도 귀찮아했다. 함께 옷장을 둘러보긴 했으나 '알아서 해주세요'라며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옷이 많아서 바닥까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문을 열면 옷이 쏟아져 나와 옷장 문을 열기도 힘들 정도였다.
며칠 후 정리하기 위해 다시 집을 방문했다. 여전히 문만 열어주고 방으로 들어가는 고객을 보며 버릴 것을 소통해야 하는데,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정리하고나면 많은 변화가 있을 줄 우리는 알기에 빨리 보여주고 싶었다.
“고객님! 끝났습니다. 나와서 보실래요?” 고객은 옷장 문을 열고 아무 말 없이 서 있었다. "어떻게 짧은 시간에 이렇게 변할 수 있죠?"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우리는 그 틈을 타서 고객에게 새롭게 정리한 곳곳을 설명했다. 이용하기 편리하도록 계절 옷과 종류별로 정리 수납했기에 고객에게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쉽게 어떤 옷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잘 보이지 않는 곳은 라벨지도 붙여 놓았다.
고객에게 옷 개는 법과 정리 법을 설명해 주겠다고 했다. 컨설팅하러 갔을 때와 처음 우리를 맞을 때와는 다르게 적극적인 모습으로 배우겠다고 했다. "이렇게 깔끔하게 변화될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이제 살 것 같아요."라며 감사의 표정을 지었다. 옷방처럼 물건이 많이 있던 부엌도 신경이 쓰였다. 며칠 후 지인에게 전화했다. 무료로라도 부엌을 정리해 주면 안 되겠냐고 했다. "이미 부엌과 나머지 집 전체를 정리했어요. 그분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보면 환하게 웃는 모습이 올라와 있어요"라며 이야기했다.
교회에 '좋은 이웃'이라는 봉사단체가 있다. 독거노인이나 가정환경이 어려운 분이 있으면 단체로 나가서 도배와 싱크대 등을 교체해 주는 일을 한다. 다른 분들이 도배할 때 정리할 것을 둘러봤다. 박스와 배달 물건 등부터 하나도 버리지 않아 방 1칸에 물건이 가득 쌓여 있었다. 어르신은 물건은 끝내 버리지 못했지만 매일 사용하는 서랍장은 사용하기 편리하도록 정리했다.
일을 마치고 나온 우리 팀에게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죽으려고 작정했어요. 하지만 깨끗하게 정리된 집을 보니 이제 살고 싶어졌어요."라고 말씀하셨다.
부산큰솔 나비 독서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많은 회원이 독서로 변화된 삶을 살아간다. 정리 수납도 독서와 마찬가지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에너지를 주는 일이다. "우울증이 없어진 것 같아요.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리 수납 후 자주 듣는 말이다. 내가 가진 재능으로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삶을 산다는 것이 행복이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저마다 숨겨진 가치를 가지고 있다. 그것을 찾아내는 것은 고정관념과 타성에서 벗어난 새로운 안목과 세심한 관찰력이다.” <고전은 당신을 배신하지 않는다-조윤제 저> 물건 정리는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통찰력을 길러주어 인생이 달라지게 한다.
정리 수납은 단순히 물건을 치우고 배치하는 일이 아니다. 마음의 정리이자 삶의 정리다. 어지러운 공간 속에서 길을 잃었던 마음이 깔끔하게 정돈된 공간에서 다시 희망을 찾는다. 죽음을 생각하던 사람이 삶의 의지를 되찾고, 우울함에 빠져있던 사람이 새로운 시작을 꿈꾸게 된다.
사기그릇이 깨질 수 있기에 아름다운 것처럼, 우리 삶도 유한하기에 더욱 그러하다. 소중한 시간을 어떻게 채워갈 것인가. 정리 수납은 그 답의 시작이 될 수 있다. 공간이 바뀌면 마음이 바뀌고 마음이 바뀌면 삶이 바뀐다. 작은 변화가 만드는 기적, 그것이 정리 수납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