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는 기술

정리의 첫걸음은 모든 것을 꺼내는 것부터

"물건이 많아서 정리가 안 된다."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한다.

"그 물건이 정말 없으면 안 되는가요?"

대부분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잘 모르겠어요."라고 한다.


모든 것을 꺼내라.

"전부 다 꺼내 한 곳에 쌓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번거로워 보일 수 있지만 이 과정을 건너뛰면 안 돼요. 전부 한 곳에 쌓아봐야만 가지고 있는 옷이 어느 정도 되는지 확인할 수 있거든요. 너무 많아서 깜짝 놀라실 거예요. 직접 보고 충격을 받아야 어떤 옷이 꼭 필요한지 결정할 수 있습니다."<넷플릭스 곤도마리에>


버리기의 첫걸음은 모든 것을 꺼내는 것부터 시작된다. 번거로워 보일 수 있지만, 이 과정은 절대 건너뛸 수 없는 중요한 단계다. 곤도마리에 말처럼, 전부 한 곳에 쌓아봐야만 자신이 가진 물건이 얼마나 많은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왜 모든 것을 꺼내야 할까?

옷장에 걸려 있거나 서랍에 정리되어 있는 상태로는 물건의 양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쇼핑몰을 운영하는 한 고객은 “옷 넣을 공간은 없고, 정리는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상담을 요청했다. 옷 정리는 상당히 체계적이었다. 옷장은 빽빽하지만, 종류별로 잘 분류되어 있었고, 구겨진 옷도 없었다. 입지 않는 옷을 버리지 않고는 정리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었다.


“잘 정리되어 있긴 하지만 옷을 다 꺼내서 처음부터 다시 정리해 볼까요? 그러면 버릴 옷이 나올 겁니다."


고객은 "설마"하면서도 방법이 없으니 시도해 보기로 했다. 옷은 옷장뿐만 아니라 베란다 헹거까지 꽉 차 있었다. 베란다 헹거에 빈틈없이 걸려있는 겨울 외투부터 시작해서 모든 옷을 꺼내서 종류별로 분류했다.


“우와 정말 많아도 너무 많네요. 걸려있을 때는 이렇게 많은지 몰랐어요.”


제자리에 놓여있으면 물건이 얼마나 많은지 실감이 나지 않지만, 한 곳에 모으면 그 양이 한눈에 들어온다.


설렘을 기준으로 한 선택의 기술

일본 정리 컨설턴트 곤도마리에는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에서 '만져보고 설레는 것'만 보관하라고 제안했다. 이 방법을 적용해 보자고 제안했을 때,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고객이 하나씩 만져보며 고르기 시작했다.


정리하려고 여러 번 시도했을 때는 버릴 것이 보이지 않았는데, 모두 꺼내서 하나씩 직접 만지며 선택하니 버릴 것이 많이 나왔다. 버릴 옷만 모아 둔 것을 보며 "버릴 것이 이렇게 많을 줄 상상도 못 했네요."라며 신기해했다. 많은 양을 버리고 고객이 원하는 대로 정리를 할 수 있었다.


5초 룰: 5초 이상 망설임의 신호를 읽어라.

버릴 때 어려운 것이 '버릴까 말까' 고민되는 물건이다. 비싸게 산 물건,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물건, 선물 받은 물건, 추억이 담긴 물건이 해당한다.


"메이커라 비싸게 주고 샀어요. 버리려니 아까워요."

"무거워서 잘 사용하진 않지만 비싸서 버리기 아까워요."

"친구한테 선물 받은 물건이에요."

여러 사연들이 버리기를 망설이게 한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원칙이 있다. 손에 들고 5초 이상 고민하는 것은 당장 사용하지 않는다는 신호다.


아무리 고민해도 버리기가 어려운 경우는 우선 박스에 별도 보관하는 것을 추천한다. 최소 6개월 이상 최소 2년 정도 보관하는데도 한 번도 사용하는 일이 없다면 그대로 버리면 된다.


아끼다가 놓친 시간들

80세가 넘은 언니의 옷장을 정리하는데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예쁜 옷들이 걸려있었다.


"언니! 이 옷 입은 거 한 번도 못 봤네."

"그래. 한 번도 안 입었지, 아까워서......"


시집간 조카가 어머니 옷을 사서 보내준 것들이었다. 아끼느라 안 입었는데 지금은 작아져서 못 입는다고 했다.


"언니! 순하가 새 옷을 입지 않고 아끼느라 보관만 한다는 것을 알면 기뻐할까?"

"그러게, 이제 정리하고 다음에는 아끼는 것부터 입어야지."


언니는 교통사고로 먼저 세상을 떠난 형부를 생각했다. "오늘은 우리 딸이 사준 거 한 번 입어볼까?" 하며 속옷을 챙겨 입고 나간 날 사고를 당한 것이었다. "그럴 줄 알았으면 억지로라도 새 옷 먼저 입히는 건데"라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우리는 시한부 인생이다. 내일도 오늘과 같은 날을 맞이하리라는 것은 아무도 모른다. 하루하루가 마지막 날이 될 수 있음을 잊지 않아야 한다. 주어진 시간을 쓸데없는 물건 정리하는 데 낭비해 버리기에는 시간이 아깝다.


죽음을 인식하는 정리의 지혜

독서 모임 K 회원은 머리가 아프다며 병원에 진료받으러 갔다. 진료받다가 뇌출혈이 와서 중환자실에 2주간 있어야 했다. 다행히 3개월이 지나고 건강한 모습으로 볼 수 있었지만, K 회원은 이렇게 말했다.


"아무런 준비 없이 무방비 상태로 생사의 길에서 헤맸어요. 이런 일이 생길 줄 상상도 못 했어요."


같은 병실을 사용하는 환자분이 인상 깊은 말을 했다고 한다. "병원에 올 때는 항상 내가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는 마음으로 물건 정리를 하고 온다"라고 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죽음을 생각하라. 그리고 현재를 살아라."라고 했다. 버릴 것을 선택할 때 '내가 내일 없다'라는 마음으로 결정하면 버리기가 훨씬 쉬워진다. 물건이 늘어나는 만큼 근심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버리는 기술'은 삶을 위한 선택이다.

버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버려야 필요한 것이 보인다. 물건에 둘러싸여 살던 삶에서 벗어나 필요한 것들만 남겼을 때 비로소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명확해진다. 모든 것을 꺼내는 용기, 5초 룰의 실천, 그리고 유한한 시간을 의식한 선택, 이 세 가지가 '버리기 기술'이다,


오늘부터 작은 서랍이라도 좋다. 모든 것을 꺼내서 하나씩 손에 들어보고 내일 이 세상에 없다고 해도 이 물건은 꼭 보관하고 싶은지 물어보자. 그 속에서 '버리기'의 답을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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