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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희 Jun 03. 2023

처세의 어려움

주주금석 논어생각 67

술이 10     


○ 공자께서 안연에게 말씀하셨다. “나라에 등용되면 나아가 도를 실천하고, 버려지면 물러나 은거하는 것은 너와 나만이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자로가 “선생님께서 삼군을 거느리고 출정하신다면 누구와 함께하시겠습니까?”라고 하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맨손으로 범을 사로잡으려 달려들고 맨발로 황하를 건너려다가 죽어도 후회하지 않는 자와는 함께하지 않을 것이다. 반드시 일을 하는 데 있어 신중을 기하고 계획하기를 좋아하여 성취를 보는 자와 함께 하겠다.”     


  ▷ 주주

윤 씨가 말했다. “쓰이고 안 쓰이고는 자기에게 달리는 것이 아니므로 나아가거나 물러나거나 그 처지에 편안할 뿐이지 운명을 말할 것은 못 된다. 안자는 성인에 가까우므로 그렇게 할 수 있었다.” *사 씨가 말했다. “성인은 벼슬에 나아가거나 물러날 때 사사로운 뜻도 없고 반드시 그렇게 하겠다는 마음도 없으시다. 세상에 나아가는 것이 지위를 탐내서가 아니고, 물러남도 자기 혼자만 선하게 되기 위해서가 아니다. 만약 욕심이 있다면, 등용해주지 않아도 행하기를 구할 것이며, 써주지 않더라고 물러나 은거하지 않을 것이다. 이 때문에 안자만이 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 금석

공자가 안연에게 “임금이 나를 등용한다면 나는 곧 나아가 벼슬을 하여 내 주장을 실행할 것이다. 그러나 등용하지 않는다면 물러나 은거하여 내 재능을 숨길 것이다. 이것은 다만 나와 그대만이 할 수 있겠다.”라고 하자, 자로가 “선생님께서 삼군을 통솔하여 출정하신다면 누구와 같이 가시겠습니까?”라고 물었다. 공자는 “단순히 자기의 용기만을 믿어 맨손으로 법을 잡으려 하고, 배도 없이 맨발로 강을 건너다가 죽게 되어도 뉘우칠 줄 모르는 사람과는 같이 가지 않겠다. 반드시 병사를 통솔하고 작전을 세울 때는 신중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을 가지고 사전에 두루두루 상세하게 계획을 세운 뒤 조금씩 성공으로 이끌 사람과 같이 가겠다.”라고 하여, 처세에 능한 안연을 칭찬하고 자로의 만용을 나무라고 있다.    
 

  ▶ 유설

주주와 금석에 별 차이는 없다. 다만, 주주는 ‘도’라고 하고 금석은 ‘주장’이라고 한 점이 눈에 띈다. 금석이 좀 더 세속적인 해석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금석에서 안연을 처세에 능하다고 표현한 것은 좀 오해의 여지가 있다. 공자는 안연의 경지가 자기와 비슷해서 벼슬에 나아가고 물러나게 될 때 개인적인 영광이나 치욕으로 생각하지 않는 공정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칭찬한 것이다. 자로에 대해서도 나무랐다고 하기보다는 우회적으로 표현했으니, 자로에게 직접 면박은 주지 않았다는 점이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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