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영희 Jun 27. 2023

공자가 자로의 기도를 거절한 이유

주주금석 논어생각 91

술이 34     


○ 공자께서 위독하시자 자로가 신명께 빌겠다고 청했다. 공자께서 “그런 사례가 있느냐?”라고 물으시자, 자로가 대답했다. “있습니다. ‘뇌문’에 이르기를 ‘너의 천지신명께 빈다.’라고 했습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그러한 기도는 내가 해온 지 오래이다.”     


  ▷ 주주

‘뇌문’은 죽음을 슬퍼하여 죽은 이의 행실을 기술한 글이다. 기도라는 것은 허물을 뉘우치고 선에 옮겨가기 위해 신의 도움을 비는 것이다. 그러한 이치가 없다면 반드시 기도할 이유가 없으며, 있다고 하더라도 성인은 허물이 없으므로 선에 옮기실 만한 것이 없다. 공자의 본디의 행실이 이미 신명에 합했기 때문에 “내가 그러한 기도를 해온 지 오래이다.”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또 ‘사상례’에 “병이 심하면 오사(五祀)에 기도를 올린다.”라고 했는데, 그것은 신하나 자식의 정황이 절박하여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말할 것이고, 애당초 병자에게 알리고 나서 기도하는 것도 아니다. 공자는 자로에게 기도할 필요가 없다고 바로 거절하지 않고 다만 기도할 만한 의미가 없다는 뜻으로 말씀하신 것이다.     


  ▷ 금석

공자가 병이 위독하자 자로가 신명에게 빌겠다고 청했다. 공자가 “이런 사례가 예에 있었는가?”라고 묻자, 자로가 “있습니다. ‘뇌문’에 ‘너를 위해 천지신명께 빌었다.’라고 되어 있습니다.”라고 하니, 공자가 “나는 벌써 기도한 지 오래되었으니, 나를 위해 다시 기도할 필요는 없다. 이 장에서는 공자는 평상시에 도의와 신명에 맞게 행동했으므로, 병상에서 신에게 복을 바라는 기도는 필요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 유설

주주나 금석 모두 공자가 병이 났을 때 자로가 공자를 위해 기도하겠다고 청하자 우회적으로 거절했다는 말이다. 왜 거절했는지에 대해 주주의 해석이 자세한데, 금석도 그에 따르고 있다. 잘못이 없어서 기도할 필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평소 겸손한 말을 많이 하던 공자가 이런 뜻으로 말했다고 보기에는 앞뒤가 안 맞는다.      

여기서는 주주가 ‘사상례’를 인용한 대목에서, 병자에게 알리고 기도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는 설명이 더 잘 맞는 것 같다. 기도하고 싶으면 자기가 알아서 기도하면 될 것인데, 기도할까요? 물어보면 기도해 달라고 하기도 어렵다. 게다가 ‘사상례’에 나오는 사례는 신하나 자식의 도리라고 하니, 제자가 스승을 위해 기도하는 것은 적절하지도 않다. 자로가 경우에 맞지 않게 오버했기 때문에 공자가 부드럽게 거절한 것이다. 공자가 평소 잘못이 없어서 거절했다면 공자가 너무 거만해 보인다.

매거진의 이전글 공자가 자부한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