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에 10분 동안 쓰고 조금 수정해서 옮기다.
우리 집에 초인종 소리가 들리는 일은 거의 없다. 등기 우편을 들고 오는 우체부 아저씨나 택배 아저씨들도 요즘엔 대부분 문을 한두 번 두드리는 것으로 인기척을 낸다.
서너 달 전부터, 어디 사는지는 모르지만 아주 낯설지는 않은 할머니가 늦은 저녁 깜깜한 시간에 초인종을 가끔 누른 적이 있다. 맞은편 가족이 이사 갔는지 물어본다. 그 집에 직접 알아보라고 하면 얼버무린다. 며칠 전에도 또 눌렀다. 세 번째다. 참 이상하다. 그보다 더 문제는 깜깜한 시간에 초인종이 눌리면 깜짝 놀란다는 것이다.
아주 오래전, 25년 전쯤인가? K대 야간학부 학생 서너 명이 와서 초인종을 누른 적이 있다. 리포트 제출 기한을 넘겨서 직접 들고 왔다고 한다. 주소는 학교에 문의했을 것이다. 그때도 어찌나 놀랐던지. 집이 좁아서 더 놀랐을 것이다. 결국 앉으라는 말도 못 하고 돌려보냈다. 그때만큼 이 집이 옹색하게 느껴진 적은 그 후로도 없다.
초인종 소리를 들으면 거의 언제나 깜짝 놀란다. 소리가 커서 그럴까? 자주 울릴 일이 없어서 그럴까? 살짝 긴장되기도 한다.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문밖에 서 있을까 봐 그럴 것이다. 하긴 누가 오기로 약속이 되어 있어도 초인종 소리는 언제나 갑자기 들릴 수밖에 없으니 놀라기는 마찬가지다.
갑자기 들려도 깜짝 놀라지 않고 편안한 초인종이 있을까? 소리를 약하게 하면 될까? 내년에 이사 갈 집 초인종은 어떤 소리일까? 3년 후 또 이사 해야 하는데, 그 집 초인종은 또 어떤 소리일까? 딩동 하는 소리 말고, 뭔가 경쾌하면서도 가볍고 산뜻하고 맑은 풍경소리 같은 그런 초인종이 있으면 좋겠다.
초인종 소리가 들리고 문밖에 아주 뜻밖의 반가운 손님이 서 있을 수도 있을까? 내가 초등학교 다니던 그 시절에는 아이건 어른이건 시간 약속 없이 남의 집에 가기도 하고 오기도 했다. 그때는 초인종이 눌려도 깜짝 놀라지 않았다. 그런 시절을 더듬다 보니, 놀라는 건 초인종 소리 때문이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