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생활 단상

저널 10분 쓰는 법

<글 쓰는 삶을 위한 일 년> (수전 티베르기앵, 책세상)에서 얻은 팁

by 유영희

아침에 일어나서 뭔가를 써본 적은 많다. 모닝 페이지라는 방법으로 노트 세 쪽을 휘갈겨 쓰기도 몇 달씩 해보았고, 매일 15분이라는 시간을 정해서 그때 떠오르는 주제로 써보기도 했다. 두 가지 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했던 활동이다.

모닝 페이지는 사람마다 효과가 다른 것 같다. K대 강의 중 어느 학기 학생들에게 학점과 별도로 해보라고 권한 적이 있는데, 40명 수강생 중 10명 정도 참여한 적이 있다. 어느 여학생은 숨어 있던 분노를 발견하고 천식이 나았다고 보고해주었고, 가계부를 썼을 때처럼 정신이 명료해진다는 학생도 있었다. 그 외 다른 소소하지만 긍정적인 효과를 경험한 학생도 있었다. 물론 무감각한 학생도 있었다. 내 경우는 처음 8주 경험에서는 효과가 있었으나 그 이후에는 타성에 젖는 기분이 들었다.


오히려 15분을 정해놓고 그때 떠오르는 주제로 글을 쓸 때 더 창의적인 생각이 떠오르고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는 경험을 했다. 이것은 페북의 15분 글쓰기 그룹에서 시도해본 것인데, 칼럼 아이디어를 얻는 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그렇게 신문 칼럼도 여러 개 썼다. 그러나 한두 달이 지나자 바닥이 드러났다.

최근 하고 있는 것은 저널 10분 쓰기다. 이것은 <글 쓰는 삶을 위한 일 년>(수전 티베르기앵, 책세상>에서 소개하는 글쓰기 방법이다. 저널이라면 잡지가 떠오르지만 첫 뜻은 일기다. 일기의 영어 journal은 하루라는 뜻의 프랑스 어 ‘jour’에서 왔다고 한다. 어느 하루를 기록하는 것이 저널이다.


일기를 굳이 저널이라고 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구분하자면 일기라고 하면 그날 한 일을 목록처럼 쓴 느낌이 들고, 저널이라고 하면 한순간의 생각과 느낌까지 자세히 쓴 것 같다. 그래도 일기라는 말이 편하기는 한데, 번역자의 뜻을 존중해서 저널이라고 했다.


저널은 반드시 밤에 써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글쓴이는 어느 때든지 하던 일을 멈추고 장소와 날짜를 적은 후 지금 바로 그 순간에 보고 느끼는 것을 자유롭게 적어 보라고 한다.


저널을 쓰는 그 순간에 보이는 것, 들리는 것, 느끼는 것을 써도 좋고, 그 순간에 생각나는 것을 써도 좋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그때 생각나는 책이나 영화에 대한 소감이 될 수도 있다. 물론 그날 본 영화나 책이면 더 생생할 것이다. 당연히 세상 돌아가는 일에 대해서도 당연히 쓸 수 있다. 그저 그때 자신의 감각과 의식에서 일어난 일을 쓰면 된다. 일기는 모든 글감을 포용하는 바다 같다.


처음에는 4명이 모여서 함께 일기를 썼는데 그 10분은 최근 10년간 아니 20년간 경험한 시간 중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다. 행복이라기보다 희열에 가까웠다. 혼자서도 써봤지만, 일주일에 한 번 만나 같이 쓰는 시간이 더 좋다.


게다가 10분이다. 10분만 쓴다고 생각하면 언제든지 쓸 수 있다. 10분 몰입이 어디 쉬운 일인가? 그러나 일기를 쓰는 10분은 몰입도 잘 된다. 무얼 써도 좋다. 그 순간 일어나는 일이면, 그날 일어난 일이면 된다. 저널 10분 쓰기, 혼자서도 하고 모여서도 하고, 한번 해보면 좋겠다.


어제는 국립중앙도서관에 갔다가 떠오르는 생각을 멈출 수 없어서 10분 쓰기를 했다. 눈물이 삐질삐질 흘러내렸다. 안 썼으면 몸속 마음속 어딘가에 쟁여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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