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유감

경북매일신문 2022년 4월 18일 칼럼

by 유영희

창밖을 보니 자목련꽃이 벌써 만개하고 일부는 땅에 떨어지고 있다. 저 목련은 30년 전 이 집에 이사 올 때부터 꽤 키가 컸으니, 30년 하고도 몇 년은 더 되었을 것이다. 창밖에 보이는 목련 말고도 집 주변에는 백목련도 몇 그루 있었고, 라일락도 두어 그루 있었다.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수수꽃다리 같지는 않다.


물끄러미 목련을 바라보다가 백목련과 라일락이 언젠가부터 안 보인다는 것을 깨달았다. 봄이면 여기저기서 올라오는 벚꽃 사진에 정신이 팔려 다른 꽃이 안 보인다는 생각을 미처 못한 것 같다. 새로 집을 지으면서 베어냈거나 주차장을 만들면서 베어냈을지도 모른다.


특히 올해는 유난히 벚꽃이 더 눈에 들어온다. 코로나19로 답답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여기저기서 벚꽃 사진을 보내왔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벚꽃이 많아진 것인지 궁금해졌다. 통계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어느 항목에서 찾아야 할지 아득하다. 결국 전화로 안내를 받았다. 통계청에는 다른 지역구 자료는 없고 부산시 몇 개 구만 올라와 있다고 한다.


현재 가로수로 많이 심은 왕벚나무는 원산지가 제주인데, 역시 자생 벚나무인 올벚나무와 산벚나무의 자연 잡종이다. 부산시 남구와 강서구가 전체 가로수 중에 벚나무 비율이 가장 높았다. 남구는 벚나무 비율이 해마다 변화가 있어서 흐름을 정리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강서구는 2011년부터 2019년까지 9,395그루 늘어서 0.8% 증가했다.


서울 자료는 서울시 통계청에 따로 올라와 있었다.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찾아보니, 가로수 중 가장 비중을 많이 차지하는 은행나무가 8,371그루 줄었고, 두 번째로 많던 양버즘나무는 13,194그루 줄었다. 반면 벚나무는 같은 기간에 9,395그루 늘었다. 비중으로 따지면 여전히 은행나무가 가장 많지만, 벚나무는 해마다 평균 0.2%씩 꾸준히 증가한 셈이다. 역시 직관적인 느낌이 맞았다.


벚꽃은 한때 일본 문화라고 해서 벚꽃 축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고, 실제 여의도 윤중로 벚꽃은 일제가 창경궁에 심은 벚나무를 옮겨온 것이라 원산지가 일본인 소메이 요시노 종인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즐기는 것을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다. 따지고 보면, 매화나 살구도 원산지는 중국이다.


문제는 봄꽃에는 벚꽃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른 봄 매화부터 살구꽃과 벚꽃이 차례로 일주일에서 열흘 간격으로 릴레이 하듯이 핀다. 이 꽃들은 모두 장미과 벚나무 속에 속하는 가까운 친척 사이다. 꽃 모양도 비슷하다. 그런데 매화나 살구꽃은 일부러 멀리 찾아가야 볼 수 있고, 집 근처에서는 아예 본 적도 없다.


벚꽃이 아무리 예뻐도 벚나무만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벚나무를 위해서도 좋지 않다. 전염병이라도 걸리면 치명적이다. 굳이 가로수가 아니더라도 여기저시서 라일락이나 목련 같은 봄꽃도 보고 싶다. 다른 봄꽃은 다 도태되고 벚꽃만 남은 모습이 획일화된 사회를 상징하는 것 같아 괜히 슬프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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