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인가 사태인가

4월 11일 자 경북매일신문 칼럼

by 유영희

러시아가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으니 4월 11일 현재 46일째다. 2021년 11월 러시아가 11만 명의 군대를 국경에 배치할 때만 해도 위협일 뿐 실제로 침공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많았지만, 결국 전쟁을 일으켰다.


일부에서는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나토에 가입하려고 한 것이 러시아를 자극했다고 해서 우크라이나 새 정부에 일부 책임이 있다고 말하지만, 우크라이나는 1991년 구 소련이 붕괴된 이후부터 나토에 가입하고 싶었다고 하니 언젠가는 터질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전쟁은 안 된다는 대명제에 반대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마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이 우발적인 사고가 아니니 쉽게 해결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런데 여러 기사를 보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이 상황을 전쟁이라고 표기한 것도 있고 사태라고 표현한 것도 있었다. 전쟁과 사태는 규모도 다르고 내용도 다르다. 사태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사건이 벌어졌을 때 그 사건이 진행되는 상황’을 의미하지만, 우리는 일상에서 언어를 사전적인 의미만으로 사용하지는 않는다.


게다가 50대 이상 세대에게 ‘사태’는 논쟁적인 단어이다. 광주사태에서 사태는 광주에서 일어난 사건을 비하하는 의미를 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광주 민주화운동이라는 새 이름을 갖게 되기까지 어려움이 많았다.


사태에 비하의 의미가 없더라도, 그동안 용례를 보면 한 지역 안에서 일어난 사건이거나 전쟁만큼 심각하지 않은 상황에 사용해왔다. 1959년 중국 대약진 시기 신양에서 100만여 명이 굶어 죽은 ‘신양 사태’처럼 한 지역 안에서 일어난 사건을 가리키기도 하고, 1962년 소련이 쿠바에 미사일 기지를 건설해서 미국과 일촉즉발의 대치 상태에 갔던 ‘쿠바 사태’처럼 위기는 심각하지만 전쟁이 일어나지는 않은 상황을 가리키기도 한다.


전쟁은 교전국끼리 장기간 전면적으로 싸우는 것을 말한다. 6.25 사변도 이제는 6.25 전쟁 또는 한국 전쟁이라고 한다. 남한과 북한이 장기간 전면적으로 싸웠기 때문이다. 2014년에 시작된 우크라이나와 돈바스 지역 간의 무력 충돌도 돈바스 사태라고 하지 않고 전쟁이라고 한다. 돈바스는 우크라이나에서 독립한 도네츠크 공화국과 루간스크 두 공화국을 가리키는 말인데, 이들이 우크라이나와 장기간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4월 8일 뉴스를 보니, 20대 대통령 당선자가 바흐 IOC 위원장과 통화하면서 “최근 IOC가 국제 스포츠 대회에 러시아의 참가 불허를 권고하는 등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조치를 취한 데 대해 지지"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어떤 용어를 쓰는가 하는 것은 그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말해준다. 어떤 용어든 사전적 의미로만 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2월 24일 이전에는 사태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도 있겠으나, 지금도 사태라고 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 든다. 대통령은 한 나라를 대표하는 수장이니만큼 신중하게 용어를 사용했는지 재고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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