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애가 독일에서 사진을 보내왔다. 무슨 꽃인지 다른 세상처럼 아득해보였다. 겹벚꽃이라고 한다. 보통 보는 벚꽃과 다르게 작은 수국처럼 보인다. 수국은 꽃송이가 너무 커서 줄기가 툭 부러질 것처럼 위태롭고 과하다는 느낌도 들어 부담스러운데, 겹벚꽃은 몽글몽글하고 아담한 데다 큰 나무에 피어 있어서 그런지 송이가 많아도 편안해 보인다.
사진 처리 때문인지는 몰라도 색도 보통 보는 벚꽃과 다르게 진하면서도 신비스럽다. 보통 동네 주변이나 사진에서 보는 벚꽃은 가볍고 어린아이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런데 겹벚꽃은 성숙한 숙녀 같기도 하고 약간 나이 든 점잖은 여자 같기도 하다.
오래전 아이들이 어렸을 때 합창을 좋아하는 엄마에게 나무소년합창단 공연 티켓을 선물해주었다. 동네 성당에서 관람한 어른들의 합창에 얼마나 감격했었는지. 한동안 합창 때문에 성당에 다니기도 했다. 그러나 소년들의 어리고 앳된 소리가 영 성에 차지 않았다. 나는 좀 성숙한 소리를 좋아한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겹벚꽃 사진을 보다 이런저런 생각이 이어지면서 갑자기 평소 내가 미숙함에 대해 지나치게 부정적이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어쩌면 미숙함에 대한 비정상적인 거부반응 때문에 벚꽃에 대한 감흥이 별로 없었는지도 모른다.
정신 차리고 동네를 둘러보니 겹벚꽃이 제법 보인다. 그동안 그 꽃이 벚꽃 종류인 줄도 몰랐던 것이다. 이리저리 각도를 바꾸어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겹벚꽃을 알고 나니 이상하게 보통 보는 연한 벚꽃도 새로워 보인다. 페북에 올라오는 지인들의 벚나무 사진이 갑자기 예뻐 보인다. 휴대폰을 들고 집 앞에 벚꽃을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