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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미 May 25. 2024

결론은 역시 비혼이다 (中)

(feat. 친구들의 시집살이)




내 친한 친구들은 조금 이른 나이에 결혼했고, 20대 초중반에 친한 친구들은 거의 유부녀가 됐다. 일찍 결혼 후 출산도 일찍 한 친구는 올해 첫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필자는 30대 초반이다.) 다른 친구는 이제 첫째가 6살 정도로 기억한다. 친구들이 너무 일찍 결혼한 탓일까. 결혼에 대한 현실을 너무 일찍 알아버렸다.




한 친구는 결혼 후 타지로 거주 지역을 옮겼는데, 그 동네는 좁았다. 시댁의 강요에 의해 무교인 친구는 교회에 나가야 했는데, 그 교회는 남편과 결혼 약속을 했었던 구 여자 친구도 함께 다니는 교회였다고 한다. 친구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결혼 후 출산 전까지 2년 정도는 그 교회에 매주 출석을 해야 했다. 교회 사람들도 다 알았을 텐데 시어머니는 대체 무슨 생각이었을까. 난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겠다.




한 친구는 남편의 외벌이로 시작했는데, 남편의 씀씀이가 월급보다 컸다. 예를 들어 월 200만 원을 번다면, 카드값이 250만 원이 나오는 것이다. 어디에 썼냐고 물으면, 남자가 사회 생활하다 보면 이런 일도 있는 거 아니냐며 거의 1년 정도 그런 생활을 했다고 들었다. 시댁에서도 남편의 씀씀이를 알고 있었지만, 가재는 게 편이라고 무조건 남편의 편을 들었다고 한다. 육아를 할 때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아 친정어머니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들었다.




친구들의 개인사이기 때문에 더 디테일한 내용까지 구구절절 적진 못하겠지만, 나는 20대 초반부터 시집살이의 실사판을 들어왔다. 당연히 글로 적은 에피소드보다 더 심하고, 더 많다. 서른이 넘어서 적당히 사는 부부들도 많이 만났지만, 어릴 때의 경험이 커서일까? 전혀 결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시댁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사는 사람들도 있다던데, 일단 내 주변엔 없었다. 수많은 친구들이 결혼을 하면서 좋은 시댁을 만난 친구가 내 주변에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 참 아이러니하다.








나는 아이를 참 좋아한다. 최근에 친한 언니가 출산을 해 집에 선물을 사들고 방문을 했었는데, 아이랑 잘 놀아주는 나를 보며 "넌 진짜 육아 잘하겠다."라고 했었다. 실제로 나는 띠동갑 터울의 막내 동생이 있어 초6 때부터 갓난아이의 기저귀를 갈았고, 분유를 타서 온도 측정을 해서 동생에게 밥도 때에 맞춰 먹였다. 여름에는 땀띠가 나지 않도록 기저귀를 갈고 나서 파우더도 열심히 발라줬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육아를 잘할 것 같다.




하지만 역시 현실은 만만하지 않다는 걸 이미 안다.




아이를 키우는 데에는 엄청난 책임감과 돈이 필요하다. 나는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 나한테도, 아이한테도 내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잘해주고 싶다. (만약에 아이가 있다면 말이다.) 그럼 과연 내가 벌어야 할 금액은 대체 얼마란 말인가. 내 월급으로 내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데, 아이까지. 그리고 나와 미래의 남편의 노후까지 책임질 돈은 도대체 어떻게 모은다는 말인가.




나는 아직 배우고 싶은 것도, 공부하고 싶은 것도 많다. 해외에서 1년 살이도 해보고 싶고, 배우고 싶은 언어도 많다. 흔한 영어, 일본어, 중국어가 아니라 특수한 언어를 배워서 현지인 수준으로 구사하고 싶다는 내 나름의 로망도 있다. 근데 육아를 하게 된다면, 내 꿈은 지금보다 더 멀어지겠지.




아이를 낳고 육아한다는 기쁨을 평생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건 어쩌면 꽤 슬픈 일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후회할 걸 알면서도 그 길을 선택하는 무책임한 행동은 하고 싶지 않다. 그건 나에게도, 태어날 아이에게도 행복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0대 때 실수로 생긴 아이를 지운 친구가 있었다. 한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의 무게는 그냥 '아이가 생겼으니 낳아야지.'에서 시작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내 마음과 물질적인 것이 내 기준 완벽하게 준비되었을 때, 그날이 온다면 나도 지금까지 해 온 이 생각들을 다시 생각해 볼지도 모르겠다.




다행히도 단비도 비혼주의 었고, 연애 전 이 부분에 합의를 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다행히 4년 동안 이 마음에 변화는 없었고, 우리는 서로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해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어떤 일이 생겨 결혼은 하게 되더라도 우리 둘 사이에 아이는 없을 거라 99.9%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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